전북경찰 17명 불구속 입건
교통사고 현장 선점 위해
익산-군산 주파수망 도청
음어 배우고 교통법규 위반도

경찰 무전을 도청해 교통사고 현장에 잽싸게 먼저 출동해 사고차량을 견인하는 범죄 수법을 벌인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다.

전북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통신비밀보호법위반 혐의로 A씨(51) 등 17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29일 밝혔다.

또 이들에게 경찰 주파수망이 풀린 무전기를 판매한 B씨(74) 등 2명도 전파법 위반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에 따르면 A씨 등은 지난해 1월부터 올해 5월까지 전북 지역 경찰 무전을 도청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교통사고 현장을 먼저 선점하고자 무전기 판매상 B씨에게 경찰 주파수망이 풀린 무전기를 구입한 뒤 익산과 군산 경찰 무전주파수망을 맞춰 도청했다.

이런 불법 도청을 통해 교통사고 신고를 들은 이들은 사고 현장에 출동해 사고 차량을 견인했다.

이들은 이런 수법으로 매달 5건의 교통사고를 선점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한 이들은 자동차 공업사에 사고 난 차량을 가져다 주고 수리비의 15%를 받아 챙긴 것으로 확인됐다.

군산과 익산 지역은 교통사고 현장에 먼저 도착한 견인차 기사가 사고 차량을 견인할 수 있어 기사들간의 경쟁이 매우 치열했다는 게 경찰의 설명이다.

이들은 사고 현장에 먼저 도착하고자 경찰들이 사용하는 음어(경찰이 사용하는 무전 용어)도 배웠다.

특히 이들은 사고 지점으로 이동하면서 신호위반, 과속 등 교통법규 위반 행위도 서슴지 않았다.

자동차공업사는 사고 차량을 가져온 견인차 기사들에게 전체 수리비용 중 공임의 30%를 대가로 지급했다 경찰은 지난해 전북지역 자동차 공업사 영업직원과 렉카 기사들이 경찰 무전을 도청한다는 제보를 입수, 수사에 착수했다.

경찰은 1년간의 수사 끝에 혐의를 입증할 수 있는 무전기와 블랙박스 등 증거물을 확보하는 데 성공했다.

서울과 인천, 부산 등 수도권과 대도시 지방경찰청은 도청이 불가능한 디지털(TRS) 방식 무전기를 사용하지만, 다른 지역은 여전히 아날로그 방식을 사용함에 따라 이들에게 무전 내용이 새어 나갔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경찰 관계자는 “군산과 익산의 경우 사고 현장에 먼저 도착한 견인차 기사들이 사고 차량을 견인하고 있어 경찰 무전을 도청한 것 같다”며 “지속적인 단속을 통해 경찰 무전망을 도청하는 일당이 없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관계자는 이어 "이들이 매일 발생하는 크고 작은 교통사고에 모두 출동했기 때문에 정확한 범죄수익은 가늠하기 어렵다"며 "피의자 중에는 폭력조직원도 포함돼 있어 조직적인 범죄개입 여부도 조사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정병창기자 woojuch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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