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쓰는 이야기는 큰 맥락에서 두 가지 이야기로 나뉜다. 하나는 가족, 또 다른 하나는 도시의 이야기다”

9월, 독서의 계절을 맞이해 지난 1일 전북도교육청 강당에서는 ‘사람책, 삶의 무늬를 그리다 4인 4색 인문학 강연’이 열렸다.

전북 고등학생을 대상으로 펼쳐진 이번 강연은 ‘달려라 아비’, ‘두근두근 내 인생’을 쓴 소설가 김애란씨가 초대돼 강연에 나섰다.

‘소설, 삶을 담는 그릇’을 주제로 작품 속 인물들이 머물고 지나온 거주공간을 통해 삶의 무게와 청춘에 대해 생각하고 소설의 의미를 되짚어보는 시간으로 꾸려졌다.

80년생 김애란 작가는 거대한 담론보다는 개인적인 일과 공간에 관심이 집중되는 20대들에게 눈길이 갔다.

집이 아니라 방에 살고, 방이 아니라 칸에 사는 20대 청춘 말이다.

주인공 남녀가 크리스마스 이브에 하룻밤 묶을 모텔을 찾아 서울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는 단편 ‘성탄특선’은 종로에서 영등포로 다시 구로와 신림으로 떠도는 모습을 통해 20대 연인들이 얼마나 사랑하는가, 어떻게 사랑하는가가 아닌 ‘어디에서’ 사랑하는가를 보여준다.

또 다른 청춘을 그리고 있는 단편 ‘베타별이 자오선을 지나갈 때, 내게’는 시험을 합격해야 탈출이 가능한 ‘노량도’를 배경으로 공시생의 삶을 이야기한다.

이렇듯 작가는 작품을 통해 자신이 바라보는 20대의 모습을 문학으로 표현한다.

김 작가는 “베타별이 자오선을 지나갈 때, 내게는 10년도 훨씬 지난 작품이지만 아직도 20대에게 많은 공감을 얻고 있다”며 “시대를 이기는 작품을 썼기 때문이 아니라 시대가 변하지 않았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이어 “많은 청춘들이 자신의 삶을 큐브에서 시작해 큐브로 끝난다고 생각해서 여전히 많은 이들에게 공감을 받고 있는 것 같다”며 어두운 청춘을 보내는 20대의 마음을 대변했다.

문학은 구원도 대안도 아니라는 김애란 작가.

그는 실제 우리 삶이 게임이나 영화보다 소설을 많이 닮아 있다고 말한다.

삶은 게임처럼 미션을 클리어 했다고 반드시 보상을 받는 것도 아니고, 때때로 배반의 형태로 다가오기도 한다는 것이다.

다만 나쁜 일, 상처받는 일을 경험해 말이 아니라 소리 밖에 나오지 않는 고통스러운 순간, 소설을 찾아 글을 소리의 말로 바꾸어 본다면 훨씬 풍성한 삶을 맞이할 수 있을 거라고 전했다.

특히 일상 속 어려움, 불행은 인간이 가지고 있는 삶의 기본 값이기에 자존감이 낮아지거나 능력이 없는 자신을 보고 한계에 마주했을 때에는 목표에 도달하기 위해 차비를 지급하고 있는 것이라며 긍정적인 사고의 전환을 제안했다.

“어떤 종류의 불안이든 고민은 해결되는 게 아니라, 모두가 갖고 사는 기본값이라고 생각한다. 때문에 우리 모두가 안고 살아가는 불안과 고통에 조금 더 담담해졌으면 좋겠다” 한 시간 넘게 진행된 이번 인문학 강연은 약 100여명이 참석했으며, 작가는 삶의 다양한 문제를 문학 속 이야기에 빗대며 따뜻한 조언과 진심 어린 위로의 말을 건네며 훈훈하게 마무리 됐다.

/박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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