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년 중고 카메라로 시작
미술사 병행 미술관장 역임
일상과 자연 프레임에 담아
무성서원 사계 책으로 펴내

“절정은 기다리는 자를 위해서만 존재한다”

흔히들 사진을 기다림의 미학, 기다림의 예술이라고 말한다.

찰나의 순간, 최고의 절정을 포착하기 위해선 몇 분, 며칠 또는 몇 년을 기다려야 좋은 한 컷이 나온다는 이야기다.

30여년 가까이 최고의 순간을 프레임 속에 담아낸 이흥재 사진가도 숱하게 기다림을 반복했다.

“사진을 찍을 땐 끊임없이 기다리다가 원하는 이미지가 만들어질 때 혹은 예상이 될 때 자기 생각을 표현해야 한다. photography는 ‘빛을 그리다’라는 의미를 지니고 있는데 빛을 찾아 그리기 위해서는 오랫동안 바라보고 꾸준한 노력이 필요하다”

등산을 즐겼던 작가는 어느 날 문득, 지리산의 아름다운 풍경을 남기고 싶었다.

그렇게 1980년대 중반 중고 카메라를 샀고, 더듬더듬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이후 사진을 배우며 자연스럽게 미술사 공부도 병행하게 됐다.

그렇게 전북도립미술관 관장까지 맡게 됐다.

“사진만 공부 했었다면 넓은 사물을 보는 안목도 피사체를 표현하는 방법도 한계를 느꼈을 것이다. 미술사를 공부하고, 미술관을 운영하면서 대가들의 작품을 보게 되니 시야가 확장됐고, 생각의 폭도 넓어지게 됐다”

미술관장 임기를 마친 뒤, 오롯이 사진가로 돌아와 자신에게 주어진 일상 속 여유와 자연의 아름다움을 깊어진 사유와 철학으로 프레임에 담아냈다.

더불어 무성서원과 그 일대 태산선비문화권의 역사적 인물과 관련된 사건들을 이해하기 쉽게 글과 사진으로 정리했고, 책으로도 펴냈다.

오는 30일까지 국립전주박물관 시민갤러리에서 열리는 ‘무성서원에서 선비정신을 묻다’ 역시 그간 기록하고 담아왔던 작업물로 관객들에게 직접적이고 시각적인 이미지를 한 폭의 회화처럼 선보인다.

사진은 편해야 한다는 철학을 오랫동안 지키며 사진작업을 지속한 이흥재 사진가.

그가 담아낸 무성서원의 사계(四季)가 한없이 포근한 이유가 아마도 사진가의 따뜻한 시각과 사유가 고스란히 투영되었기 때문일 것이다.

“무성서원이 지닌 다채로운 풍경을 담아낼 수 있었던 건, 그곳에 있는 제 자신이 편안했기 때문이다. 풍경이 내 안으로 들어왔고, 다시 내가 풍경 속으로 들어가 비로소 감정과 여운을 내포한 사진들을 생성할 수 있었다. 그래서 무성서원을 낯설게 느끼는 이들이 사진을 보고 한번쯤은 꼭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그러한 공간이 될 수 있도록 꾸준히 사진으로 기록할 것이다”

뚜렷한 계획과 목표를 밝히며 한 가지 소망을 덧댄다. 프랑스 화가인 폴 세잔이 말년 20년 가까이 자신이 살던 지역의 생 빅투아르 산을 그리며 예술적 발자취를 남긴 것처럼, 작가 역시 우리지역에 있는 모악산의 영험하고 신비로운 기운을 프레임에 담고 싶다고 말한다.

“지역의 자연 풍경이나 문화재를 명작으로 만들어 명품으로 표현하고 싶다. 가령 모악산의 일몰과 일출 모습, 달이나 별이 뜬 풍경 등 산 속 깊숙이 내재되어 있는 기운까지도 포착해내는 작업을 통해 우리 지역의 다양한 볼거리를 많은 이들에게 소개하고 싶다”

/박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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