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재생, 문화-예술 숨결로 다시 태어나다
도시재생, 문화-예술 숨결로 다시 태어나다
  • 박은
  • 승인 2018.09.06 16: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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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산 1990년대 중심기관 이전
근대문화유산 활용 도시재생
조선은행-군산세관 등 박물관
근대유산벨트사업 672억 확보
예술가-주민 우체통거리 조성
도란도란공동체 경관협정 체결

전주 '문화' 지역발전 모범사례
한옥마을 원도심 탈바꿈 대표
팔복예술공장 시민예술놀이터
주민 일자리 창출-새 랜드마크
선미촌 문화재생사업 가치부여
서노송예술촌 삶의 치유 의의

군산 월명동 등-전주 한옥마을
젠트리피케이션 현상 발생
초기 계획부터 예방책 우선을
도시재생사업 핵심키 '협력'
주민 결정-개인의 삶 중심돼야
건강한 사회-환경시스템 필요

도시재생이 하나의 큰 물결로 다가오고 있다.

서울을 비롯한 전국 광역자치단체 행정은 블랙홀처럼 도시재생에 집중한다.

문재인 정부는 도시재생 뉴딜정책 사업을 추진하면서 5년간 50조에 달하는 자금을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전북도 여느 도시처럼 원도심이라고 불리는 곳과 신도시라고 불리는 곳이 있다.

원도심에는 지역의 역사와 문화적 뿌리가 유·무형의 형태로 존재하고 있어 역사문화 자원의 산실이자, 정체성을 보여준다.

도시재생은 낙후된 도시를 살리는 다양한 시도로 헌집을 부수고 새집을 짓는 재개발, 재건축과는 다르다.

낡고 오래된 건물과 유휴공간을 고쳐 새로운 가치를 더하는데 목표를 두고, 다음 세대가 살 수 있는 도시로 가꿔나간다.

탄생과 소멸의 과정을 겪으며 낙후된 도심중심부를 생명처럼, 사람처럼 다시 살리고 버려진 장소에 남겨진 이야기와 의미에 집중해 도시의 활력을 되찾으려는 노력인 셈이다.

2014년부터 진행하고 있는 폐 산업시설이나 유휴공간을 문화예술로 복원시키고, 휑했던 거리를 예술로 물들이는 ‘문화재생’의 방법은 이제 세계적인 트렌드가 되었다.

문화가 머무르는 공간에 다시금 사람을 불러 모으고, 도시는 숨을 쉬게 된다.

이에 전북지역에서 문화와 예술로 재생된 성공사례를 살펴보고 부작용은 없는지 ‘도시재생’을 살펴본다.
/편집자주



#역사적 아픔 지닌 근대문화도시 ‘군산’

군산은 조선시대 전국 최고의 곡창지대인 호남평야에서 수확한 곡물이 모이는 곳이었다.

1899년 개항 이래 곡물들을 일본으로 운송하는 항구로 이용되며 일제강점기 쌀 수탈의 기지가 됐다.

해방 이후 상권이 대규모 공장을 중심으로 형성되면서 중심가가 매번 이동을 했다.

1990년대 후반부터 구도심에 자리 잡고 있던 시청, 법원 등이 신도시로 이전하면서 월명동과 해신동, 중앙동 일원에 살던 주민들도 쓸리듯 다른 곳으로 옮겨갔다.

구도심 일대는 비거나 낡기 시작했고 근대 건축물은 방치됐다.

이에 군산시는 오랜 고민 끝에 ‘근대문화유산’을 활용한 재생 사업을 시작하게 된다.

일제강점기 당시 지어진 근대 건축물 170여개를 중심으로 ‘근대문화도시 조성사업’에 착수했다.

이제는 조선은행, 일본 제18은행, 동국사, 일본식 가옥 등을 중심으로 한 근대문화유산이 군산 지역의 성장 동력이 되고 있다.

이길영 군산도시재생센터 사무국장은 “주민들이 원도심을 빠져나가면서 방치된 빈 건물을 그대로 살리는데 집중했다”며 “군산 사람들의 생활상을 최대한 보존하고 노후된 공간은 리모델링 지원사업을 통해 경관형성을 진행했다”고 말했다.

옛 조선은행 군산지점, 옛 일본 18은행 군산지점, 옛 군산세관 등은 현재 각각 군산 근대건축관, 근대미술관, 관세박물관 등으로 바뀌어 시민들과 관광객들에게 역사문화의 한 축을 보여주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2008년 문화체육관광부가 주관한 지역문화 재생 공모사업에서 근대산업유산 벨트화 사업을 따냈으며 2015년까지 672억원의 자본으로 근대 건축물을 보수·복원했다.

건물의 원형은 그대로 살리고 문화와 예술을 덧대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군산 도시재생의 결과물들은 미술관, 복합문화공간 등 다양하다.

일제강점기 쌀 반축과 토지 강매를 위해 1907년에 개설한 ‘나가사키 18은행 군산지점’은 복원을 통해 군산과 전북 출신 예술가들의 작품을 전시하는 근대미술관이 되었다.

또 일제강점기 무역회사 건물로 이용된 미즈상사 건물에는 카페가 들어서 관광객들을 불러 모았다.

위락시설로 사용한 적산가옥은 복합문화공간으로 바뀌며 다양한 문화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1930년대 구)대한통운 창고였던 공간은 이제 예술가들의 창작공간 겸 상설공연장으로 쓰여지고 있다.

이밖에도 목욕탕과 여관이었던 공간이 미술관으로, 도축장과 쌀 창고가 문화예술 센터로 변모하며 문화와 예술로써 공간의 숨결을 불어넣고, 새로운 가치를 일궈냈다.

이러한 변화는 군산만의 독특함을 지닌 도시재생 사례로 입소문을 탔고, 관광객들이 눈에 띄게 증가하면서 빈 점포도 채워져갔다.

군산 우체통 거리 조성 지역인 개복동과 신창동 일대는 일제강점기부터 1980년대까지 군산의 문화, 예술인들이 활동한 공간이었다.

원래는 별다른 특색이 없던 거리였지만 도로변에 자리 잡고 있던 우체통으로 새로운 전화기를 맞게 된다.

주민들의 주도로 만들어 낸 문화거리로 폐 우체통 20여개를 우체국에서 기증받아 새롭게 탄생시켰다.

군산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지역 예술가와 주민들이 협업해 우체통에 만화 캐릭터를 그렸고, 상가 거리에 설치했다.

당초 도시재생 선도지역에 포함된 거리였지만 별다른 관심과 지원은 받지 못했었다.

결국 주민들이 팔을 걷어 부치며 ‘도란도란 공동체’까지 만들게 된다.

우체통 거리를 조성하면서 주민들은 스스로 뜻을 모아 ‘경관협정(지역 주민이 자발적으로 동네 경관을 관리하기 위해 방안과 행동규칙을 정해 이행하는 약속)’도 꾸렸다.

주민이 움직이자 군산시가 예산을 지원하고 도시재생지원센터가 경관협정 체결을 도왔다.

현재는 경관협정운영회로 조직을 확장해 우체국 거리와 관련한 사업과 축제 등 다양한 문화 콘텐츠를 만들어 내고 있다.


#문화재생의 선진사례 ‘전주’

전주만의 도시재생 방법은 단연 ‘문화’일 것이다.

사회와 문화를 아우르는 전주의 재생 방법은 전국적으로 모범사례로 꼽히고 있다.

한옥보존지구로 지정된 후 도심 슬럼화, 공동화가 되어가는 원도심을 전통문화 기반으로 탈바꿈한 전주한옥마을도 ‘문화’를 통해 지속가능한 지역발전 모델로 자리 잡은 사례이다.

한옥마을에는 소리, 부채, 완판본 문화관을 비롯해 최명희 문학관, 전주공예품전시관, 경기전 등 전통문화자원을 활용한 다양한 콘텐츠들이 자리 잡아 관광객들을 끌어 모았다.

하지만 한옥마을에 관광객이 몰릴수록 부동산 가치 상승의 부작용과 지역개발 논리를 억제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해 져 오늘날 풀어야 할 숙제들을 남겼다.

현대사회 패러다임의 변화로 기능을 잃고 유휴공간으로 방치된 폐 산업시설을 문화예술 공간으로 조성한 ‘전주팔복예술공장’은 예술적 가치와 흘러간 세월에 대한 기억이 공존하고 있는 곳이다.

1980년대 이후 공장의 기능을 상실하고 25년 동안 유휴공간으로 방치되어 왔다.

‘동시대 예술의 실험과 창작을 통해 예술공원, 예술공단을 만들고 나아가 시민이 즐거운 예술놀이터를 만든다’는 비전 아래 세워졌다.

4500평 규모의 공장은 복합문화공간으로 올 3월 문을 열었다.

테이프 공장의 모습을 그대로 살린 팔복예술공장은 군데군데 바랜 건물 외벽에 철골 구조물을 덧대고 공장의 대형 철문을 잘라서 테이블을 만들었다.

또 공장의 상징인 굴뚝엔 빛바랜 글자를 새겨 넣으며 공간의 향수를 자극하는 등 원형을 최대한 살려 유일무이한 공간으로 탄생시켜냈다.

예술창작공간과 예술교육공간으로 나뉜 팔복예술공장은 1단지 ‘예술창작공간’에는 창작스튜디오, 전시장, 연구실, 커피숍, 옥상놀이터로 꾸몄다.

창작스튜디오에선 13명의 입주작가들이 상주하며 작품 활동과 예술교육 등을 하고 있다.

또 팔복동 주민들의 일자리 창출을 위해 주민을 바리스타와 주민 해설사로 채용했다.

올해 10월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는 ‘예술교육공간’ 2단지는 예술놀이터, 퓨처 랩 등의 시설이 들어설 예정이다.

단지와 단지를 잇는 컨테이너 안에는 예술가들이 추천하는 책을 전시한 ‘백인의 서재’와 포토존 등이 마련되어 있다.

문화와 예술의 힘으로 공간에 활력을 불어넣은 팔복예술공장은 3월 개관 이후 8월까지 총 3만명이 넘는 방문객이 찾아오며 전주의 새로운 랜드마크로 떠오르고 있다.

성매매 집결지에 대한 점진적 기능전환을 통해 문화와 인권의 공간으로 변해가고 있는 선미촌은 전주의 대표적인 성매매 집결지였다.

오는 2020년까지 총 74억원을 투입해 선미촌을 포함한 서노송동 일대를 정비하고 문화예술복합공간으로 조성하는 등 공간은 문화재생으로 새로운 가치를 탄생시킨다.

선미촌의 기억공간은 폐가와 인근 사유지였던 공간을 연결해 시티가든(도심휴양지)으로 만들었다.

잘 꾸며진 공원이 아닌 90년대 쪽방 여러 개가 모여 있는 주거지의 선미촌을 최대한 살려 공간을 재생했다.

여성인권과 주민의 삶 회복, 치유에 의의를 두며 천천히 진행되고 있는 서노송예술촌은 지역주민과 행정, 예술인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참여하고 있다.


# 부작용은 없나?

군산 월명동, 영화동, 중앙로 일대는 도시재생 사업이 성공한 뒤로 한차례 둥지 내몰림(젠트리피케이션) 현상이 발생했다.

2014년 전후로 가시화 된 사업은 주변 지가를 상승시켰다.

도시재생 전에는 3.3㎡당 100~150만원 정도에 거래됐던 집들이 600만원에서 1000만원 가까이 올라 사람들이 동네를 떠나야 했다.

이길영 군산도시재생센터 사무국장은 “사업 초기에 발생한 둥지 내몰림 현상으로 갈등은 있었지만 골이 깊지는 않았다”며 “현재 80% 이상의 원주민들이 일대에 살고 계신다”고 설명했다.

인구가 증가하지는 않았지만 대신 유동인구의 증가로 어느 정도 균형을 맞추고 있다는 것이다.

이 사무국장은 “2017년 말 빈 상가 전수조사를 실시한 결과 190여개의 공실이 현재는 거의 메워진 상태이다”고 덧붙였다.

전주 역시 도시재생 사례는 많지만 도시에 활력이 생기기보다는 ‘둥지 내몰림(젠트리피케이션)’ 등 2차 공동화 우려에 대한 시각이 더욱 많다.

전통문화자원을 활용해 도시재생을 성공시켰지만 전주한옥마을은 임대료가 상승하며 일대 예술인과 임차인이 내쫓긴 경험이 수두룩하다.

현재는 ‘임대’ 플랜카드가 붙어있는 건물도 속출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러한 문제는 비단 한옥마을의 문제만은 아니다.

지난해 조성한 전주역 앞 첫 마중길, 서학동 예술인 마을 등에서도 매매가와 임대료가 큰 폭으로 상승하며 둥지 내몰림 기운이 감지되고 있다.

이제 막 첫 걸음을 뗀 팔복예술공장이나 서노송동예술촌 역시 둥지 내몰림 상황에서 자유로울 수만은 없다.

도시연대 김은희 정책연구 센터장은 “둥지 내몰림 문제는 사회구조적 문제로 해결해야 한다”며 “중앙부처와 지자체의 지속적 협의와 협력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도시재생사업이나 지역 활성화 정책 사업 이후 둥지 내몰림 현상이 발생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초기 계획단계에서부터 예방책을 마련하는 선제적 대응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도시재생의 핵심은 ‘협력’

오랜 시간 도시와 지역을 재생시키기 위해 현장에서 활동하고 있는 전문가들은 사업의 핵심은 함께 협력하는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사업의 규모나 현장을 어떤 프레임에 맞추느냐가 아니라 사람과의 관계, 행정과의 지속적인 소통 등이 엮어져 공동체가 형성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단순히 사업비를 받아 몇 년 안에 주어지는 돈을 소진해버리고 끝나버리는 식의 사업보다는 도심의 주민과 행정, 전문가 등 각 주체들이 유기적으로 움직여줘야 한다는 것이다.

전주 도시현장지원센터 소영식 부코디네이터는 “도시재생은 정치가나 행정가들의 결정에 따라가는 게 아닌 주민이 결정하고, 전문가들이 함께 활동하며 선택한 개인의 삶이 중심이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도시연대 김은희 정책연구센터장도 “5년 10년 뒤 미래 세대들의 꿈과 실험을 받아내 줄 건강한 사회와 환경시스템 재생이 필요하다”며 “그래서 도시재생 사업에서 거론되는 마중물 사업이 미래세대에게 애물단지가 되지 않도록 소통과 협력을 중점적으로 진행해야 한다”고 밝혔다.

/박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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