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 전 태양이 작열하는 어느 여름, 친구와 담양에 있는 명옥헌을 갔던 추억이 있다.

조그만 동네를 지나면 포도밭이 보인다.

포도송이가 주렁주렁 익어가고 있는 동네 끝자락에 다다르면 산자락 밑으로 작은 연못이 있다.

배롱나무 사이로 빼꼼히 작은 정자가 보이는데 그곳이 바로 명옥헌이다.

가까이 가보면 뒷 숲속에서 내려오는 조그만 실개천이 정자 옆을 흐른다.

그 소리가 옥구슬이 굴러가는 것 같다고 하여 명옥헌이라 부른다.

참으로 아름다운 이름이라 생각한다.

‘숲이 없이 미래는 없다’는 글을 경부고속도로를 달려본 이들은 한 두 번씩 읽어 보았을 것이다.

숲에서 식물이 스스로 번식하는 것을 보면 자연의 위대함이 새삼 느껴진다.

그것은 인간에게는 축복이라고 할 수 있다.

대부분의 식물들이 봄이 오면 번식을 위한 준비를 하는데 배롱나무는 그렇지 않다.

잎이 돋아나는 시기가 늦을 뿐 아니라 삼복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7~9월경에 100여일 꽃을 피우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

흥미로운 이 나무에 대해 조경 전문가인 친구와 정자에 앉아 한참동안 이야기꽃을 피웠다.

잠깐 배롱나무와 백일홍에 대해서 소개하려고 한다.

배롱나무는 부처꽃과의 갈잎큰키나무이다.

꽃피는 기간이 길어서 ‘나무 백일홍’이고 흰색 꽃이 피는 것을 ‘흰 배롱나무’라고 한다.

백일홍은 배롱나무에서 피는 꽃이다.

그 이름은 꽃이 오랫동안 피어 있으므로 생겼으나 흔히 화초로 심고 있는 ‘국화과의 백일홍’과 혼돈하기 쉽다.

또한 이 꽃의 이름은 여러 가지로 불린다.

보통 나무에 핀다고 하여 목백일홍(木百日紅)이라고 하며 나무껍질이 사람과 비슷하다고 하여 간지럼 나무로도 부른다.

이 꽃의 원산지는 중국이다.

중국에서는 오랜 옛날부터 꽃이 아름답고 오랫동안 피어 있어 정원수로 심어 기르고 있다.

나무껍질은 연한 홍갈색이고 얇은 조각으로 떨어지며 흰 무늬가 생기고 껍질이 얇고 매우 매끄럽다.

어린 가지는 회갈색이며 털이 없고 4개의 좁은 날개 모양의 모가 있다.

가지 끝의 원추꽃 차례는 길이 10~20cm이며 붉은색 꽃이 탐스럽게 모여 핀다.

특히 보통 나무는 수년이 지나야 꽃이 피고 열매를 맺는데 배롱나무는 파종한 해에도 꽃을 피우니 참으로 신기하다.

그 표피는 원숭이도 올라가지 못할 정도로 매끄러우며 모과나무처럼 얼룩 무늬를 하고 있다.

또한 그 껍질을 손으로 긁으면 잎이 움직인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배롱나무는 부산 양정동에 있다.

이 나무는 천연기념물 제168호로 지정되었고 800년을 그 자리를 지켰다.

그리고 경주 남산 기슭의 서출지 주변에는 수백 년 된 나무가 지금도 꽃을 피워 경주를 관광하는 이들에게 즐거움을 더한다고 한다.

배롱나무의 번식은 삽목과 접목을 많이 한다.

10월쯤 익은 열매를 따서 노천 매장하여 봄에 파종하면 발아가 쉽게 된다.

꽃의 색깔이 다양하며 약재로도 많이 쓰고 있다.

그 효과로는 지혈, 해독, 각종 출혈, 골절, 이질, 습진, 방광염, 종기, 치통, 악창, 옴, 수렴, 간경화 복수, 오줌소태를 다스린다.

건축물과 배롱나무는 조화롭다.

우리 선조님들은 배롱나무를 구분해서 일정한 곳에만 조경수로 사용했다.

꽃말이 ‘떠나간 친구를 그리워한다’라는 의미인데 ‘떠나간~ 이별!’, 다시말해 죽음 등으로 해석할 수 있다.

그래서 예전에는 불길하다 하여 사당이나 무덤, 산소에만 심고 주택이나 궁궐, 가정에는 키우지 않았기 때문에 그 안에서는 오래된 배롱나무를 찾을 수 없다.

하지만 배롱나무는 돈, 권력, 명예 등 그 자리에 들지 않는 가난한 서민들에게 친근한 나무이다.

요즘은 그 의미에 상관없이 관공서, 미술관, 박물관, 가로수 및 주택에도 조경수로 심는데 건축물과 조화가 잘 되어 아름다운 나무라 생각한다.

/㈜라인종합건축사사무소 김남중 건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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