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남춘시인 제2시집 '비 오는 날의 초상'
뛰어난 시적 언어로 정서-이야기 담아내

교육자로, 시 낭송가로 한 시절을 풍미한 신남춘 시인의 제2시집 ‘비 오는 날의 초상’이 발간됐다.

늦깎이 시인이자, 시에 대한 집념으로 문학 행사장, 강의장 등의 문고리를 자주 잡아당긴 시인은 어렴풋이 시의 체제나 체질에 익숙해질 무렵 빠르게 일취월장하며 자신의 시를 만들어갔다.

이번 시집의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시인이 부지런히 새로운 풍토, 경이로운 환경, 생경한 물상 등을 찾아 다니며 경험으로 받아들인 것들을 육화(肉化) 시켜 낸다는 점이다.

즉, 어두운 것을 만나면 바로 먼동의 가슴을 준비했고, 가난하고 우울하고 시대적 격변으로 인한 암울성까지도 자신 안에 깊숙이 영양화시켜 독특한 맛으로 환치해낸다.

“아파트 한 곳에/헌 옷 수거함이 서 있다/그 수거함 위로 큼직한 이불이/아직 체온을 웅크리고 있다/겉은 붉은 장미꽃 무늬/버려져야 할 운명의 꽃이었던가//(‘버려진 이불’ 중에서)” 또 신남춘 시인의 시가 형성해내는 공감각적인 테크닉은 타의 추종을 불허할 만큼 탁월하다.

한 가지 감각을 다른 종류의 감각으로 지각하며 마치 색이 소리의 속성을, 향기가 색의 속성을 지닌 듯이 기술한다.

그리고 그에 걸맞는 절묘한 표현법들은 독자로 하여금 무궁무진한 상상력과 풍요로운 감정의 폭을 느낄 수 있게 한다.

이를테면 ‘체온을 웅크리고’, ‘인생을 닦는다’, ‘몸에 젖는 시간’, ‘삭아가는 하루’, ‘침묵에 눌린 적막’ 등 뛰어난 시적 언어들이 시인이 담아낸 정서와 이야기를 더욱 깊이 있게 음미 할 수 있도록 돕는다.

“작은 개울물로 출발하여/크고 넓은 대하로 나아가/작은 울음이 큰 울음 되는 것//강변의 수런거리는 풀꽃들/목울음까지 눈 맞춤하다가/물 비늘 잔잔히 울고 가는 것//높은 하늘, 망망한 바다를/기웃거리며 우리는 얼마나 흔적 없이 잦아들었던 가//영원의 밤하늘/굽이굽이 흐르는 반딧불처럼/우리는 찰나를 곡선으로 스치는 운명//그러하니 왈칵 사랑의 눈물이나 쏟을 수 밖에/왈칵왈칵 그리움이나 쌓았다가/계절이 저무는 어느 날에/우리도 그리움 함께 타는/노을이나 될 꺼나//저물어 하루의 난간에서/한 조각 침묵으로 삭으리니(‘인생은’ 전문)” 시인은 자신의 시 ‘인생은’을 통해 강의 흐름과 인생의 흐름을 의탁한다.

강이 한 생애 흐르는 동안 수많은 변이와 변전을 겪듯이 인간의 삶 역시 희로애락과 흥망성쇠까지 무한한 파란을 겪는 것을 은유적으로 표현하고 있는 셈이다.

굽이굽이 사무치는 삶의 한 모퉁이 속에서도 강은 서사가 되고, 그 서사는 풍부한 사유를 거느리며 감동적으로 느껴진다.

소재호 시인은 시 해설을 통해 “신남춘 시인의 시는 인생문제를 접응하려는 경향이 강한 동시에 우리 민족 고유의 정한을 포용한다.

그러므로 서정성이 강하게 유로된다”며 “이는 시인의 심상이 맑고 깨끗하고 건강하기 때문이다”고 밝혔다.

이어 “열심히 인생을 경작하고, 인문학적 영역을 고루 탐색하며 아름답게 시의 밭을 일구고 가꿔 갈 것이다”고 덧붙였다.

전북 부안에서 태어난 시인은 우석대 교육대학원을 졸업하고 초등교원으로 약 42년 근무했다.

2011년 월간 ‘한비문학’ 신인상, 2016년 월간 ‘see’ 추천 시인상, 한비문학상, 대한민국예술대상 등을 수상했다.

또 한국문인협회, 전북문협, 부안문협, 석정문학회, 신아문예대학 작가회 회장 등을 역임했다.

출간 시집은 ‘풀꽃향기’, ‘비오는 날의 초상’ 외 다수가 있다.

/박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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