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부 탄생 70주년을 맞은 13일 문재인 대통령은 축하대신 회초리를 들었다.

그는 대통령 기념사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호된 질책의 말들을 꺼내들었다.

그는 이날 서울 서초동 대법원청사에서 “지난 정부 시절의 사법 농단과 재판거래 의혹이 사법부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뿌리째 흔들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지금까지 사법부가 겪어보지 못했던 위기”라고까지 강조했다.

현직 대통령이 ‘사법농단’과 ‘재판거래’라는 용어까지 직접 써가며 사법부를 통렬하게 비판한 것이다.

아이러니 하게도 출범 70년을 맞은 사법부는 생일날 ‘최악의 위기’라고 소위 ‘악담’을 듣는, 그야말로 ‘최악의 생일’을 맞은 셈이다.

이날 대통령의 생일날 악담은 국민정서가 짙게 깔린 데 따른 것이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재판 거래 의혹이 일파만파로 퍼지고 사법부가 사상 초유의 검찰 수사까지 받고 있어서다.

현재까지 검찰 조사를 받은 전·현직 판사가 50명에 육박한다.

게다가 검찰이 재판 거래와 관련, 청구한 압수수색 영장이 번번이 법원에서 기각되면서 ‘사법부가 자신들의 문제에 면죄부를 준 것이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평소 같으면 당연히 자리를 채웠을 사법부 핵심 원로들이 무더기로 불참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양 전 대법원장은 물론 재판 거래 의혹 당사자인 차한성·박병대 전 대법관의 모습도 찾을 수 없었다고 한다.

심지어 퇴임한 지 고작 한 달밖에 되지 않은 고영한 전 대법관도 행사에 나타나지 않았다.

문 대통령이 양승태 전 대법원장 사법부 시절의 재판거래 의혹을 직접 언급한 것은 사실 이번이 처음이다.

그만큼 사법부 신뢰 위기를 엄중하게 바라보고 강한 개혁을 주문했다는 뜻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생일날 호된 질책을 받은 사법부.

어쩌면 억울할지 모르겠다.

그러나 이 생일날은 과거 수많은 이들이 피와 땀, 눈물로 이룩한 하루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

매해 9월 13일 열리는 ‘법원의 날’은 일제 강점기 독립운동가들을 변호했던 인권 변호사이자 전북 순창출신의 가인 김병로 선생이 초대 대법원장으로 취임한 1948년 9월 3일을 기념해 지정된 날이다.

김병로 선생은 서슬 퍼렇던 일제강점기 시절, 독립운동가를 변호하던 인권변호사로 안창호 선생 등이 연루된 치안유지법 위반사건, 흥사단 사건, 대한광복단 사건 등 독립운동가를 변호한 사건만 100여건이 넘는다.

그 후 그는 대한민국 초대 대법원장에 임명됐고, 정파와 이념을 초월해 법관들에게 청렴을 강조하며 우리니라 법치주의의 근간을 세운 인물이다.

그런 그가 양 전 대법원장과 오늘의 사법부를 본다면 과연 어떤 생각을 가지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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