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달호 에세이 '매일 갑니다 편의점'
6년차 편의점주가 써내려간 생생한 기록 가득

생활밀착형 에세이 봉달호의 ‘매일 갑니다 편의점’은 우리가 몰랐던 편의점의 뒷모습을 속속들이 보여준다.

6년 차 편의점 주인이 카운터 너머에서 관찰한 손님의 일상 이야기를 생생하게 전한다.

손님을 맞은 후, 자리에 앉고 다시 손님을 만나고 또 자리에 앉기를 반복하는 와중에도 아침 6시부터 저녁 8시까지 하루 14시간 동안 쓰고 또 써내려 간 성실한 기록을 엿볼 수 있다.

“연관 지어 진열하는 버릇은 점점 ‘병’의 수준이 된다. 삼각김밥을 진열하는 데에도 나름의 규칙을 만든다. 일단 크기별로 나누어놓고, 매운맛과 순한 맛을 끼리끼리 모아둔다. 참치와 대게딱지장, 명란마요는 바다를 연상시키니 한데 모아놓고, 제육볶음, 전주비빔, 닭갈비볶음은 또 그들끼리 모아두는 식이다.(p.71)”

애써 진열해놓은 줄을 망가뜨리며 뒤에 있는 물건을 꺼내 가는 손님을 몰래 욕하거나, 무엇이든 진열해 버릇하는 직업병 때문에 지하철 의자에 나란히 앉은 사람들을 머릿속으로 재배열하기도 하는 웃기면서도 슬픈 일들을 세세히 보여준다.

또 어린이 집 하원 후 엄마와 편의점에 들러 1일 1 피자젤리를 실천하는 단골 꼬마손님은모르고 있을 피자젤리의 방충소식과 최저임금 인상 이슈를 향해 현실적인 문제를 제기하거나, 프랜차이즈 본사와 제조사의 관계를 드러내며 생각할 거리를 던진다.

더불어 편의점에서 마주할 수 있는 크고 작은 세상을 독자에게 펼쳐 보이는 지은이는 민폐 고객부터 요주의 인물, 단골에 이르는 여러 손님과의 에피소드를 특유의 오지랖과 아재 개그를 적절히 섞어 격한 공감과 웃음을 자아내도록 기술하고 있다.

손님 입장에서는 쉽게 접할 수 없는 정보(주요 상품별 매입가와 판매가 비교, 1+1 행사의 비밀, 탕진을 부르는 진열의 법칙, 요일별로 잘 팔리는 상품 목록 등)들도 알 수 있어 읽는 즐거움을 더한다.

“그들 중엔 ‘콜’을 기다리는 대리운전 기사들이 많았다. 아득바득 열심히 살아가시는 분들이니 마치 내 형이나 아우를 대하듯 따뜻한 마음으로 “편의점에 들어와서 기다리세요”라고 자리를 내주면 좋겠지만, 장사를 하다 보면 우리가 간직하고 있는 인정과 배려심 마저 거둬 가는 냉혹한 무엇이 생겨나게 마련이다. (p.201)“

지은이는 “이렇게 인간 군상을 가까이 들여다 볼 수 있는 책이 어쩌면 불편하게 다가올지 모른다. 뒤에서 물건을 빼려 할 때 괜히 눈치가 보이고, 라면 국물이 덜 튀게 조심히 버리게 되고, 수백 종의 담배를 등지고 있는 근무자가 주문한 담배를 찾을 때까지 재촉하지 않는 마음 씀씀이 같은 것들 말이다.”고 설명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안에서 사람 냄새를 느끼고, 편의점 주인과 손님이 아닌 사람 대 사람으로 마주하는 기분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박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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