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8월은 유난히 무더웠던 달이었다.

기상관측이 시작된 1973년 이래 100년 만에 찾아온 폭염으로 기록된 해이다.

8월의 평균기온이 27.3도이었으니 우리의 체온에 거의 육박하는 기온이었다.

그토록 무더웠던 여름 내내 시원한 빗줄기를 갈망했고, 건물에 설치한 스프링클러 같은 시원한 물줄기가 그리웠던 8월이었다.

기세 등등하여 물러갈 것 같지 않았던 폭염도 8월 하순 찾아온 태풍 솔릭을 기점으로 누그러지면서 가을 아침 찬 기운에 버티지 못하였나 보다.

겨울철 동장군의 기세도 따뜻한 봄기운에 밀려나 듯 9월의 찬 기운에 맥을 못 쓰게 되었다.

스프링클러는 건축물 천정에 설치하는 소화용 설비가 있고, 정원이나 과수원 또는 채소밭에 물을 뿌리기 위한 설비가 있다.

즉 소화용 스프링클러와 관계용 스프링클러가 있다.

소화용 스프링클러는 건물 천정에 장치하여 불이 나면 꼭지를 막고 있는 합금이 온도가 오름에 따라 자동적으로 녹아서 물을 뿜어 긴급한 불을 끄거나 계속 타는 것을 막는 구실을 한다.

관계용 스프링클러는 밭이나 정원 등에 설치해 놓고 자동적으로 물을 흩뿌리게 하는 장치이다.

요즘에는 어지간한 면적의 다중이용시설에는 스프링클러 설치를 해야 한다.

우리가 매일 붙어사는 아파트에도 설치되어 있다.

공동주택인 아파트는 겉으로 보기에는 참 단순해 보인다.

똑같은 모양의 건물을 수십층 쌓아 올려 여러 동을 복제해 놓고, 그 안에서 똑같은 평면을 배치하여 그 속에서 살게 한다.

각 사람들의 생활상은 다르지만 아침에 눈뜨고 밥 먹고 출근하고 어떤 분은 산으로 가고, 아이들은 학교로 가게 된다.

낮시간은 비어 있거나 반려동물만 주인이 오기까지 기다리는 공간이다.

해가 지면 다시 똑같은 공간으로 모여들어 저녁식사 하고, TV 보며 공부하거나 각자의 시간을 보낸 후 잠자리에 들게 된다.

똑같은 모양의 공간 속에서 각자의 생활양식과 습관은 다를지라도 거의 같은 리듬의 라이프사이클 생활 패턴을 지니고 있다.

이렇듯 아파트의 모습은 외견상 단순하지만 그 내면을 깊이 들여다보면 의외로 복잡하고 난해한 것이 공동주택이다.

겉으로 보기엔 아파트 건물과 조경 그리고 도로와 어린이놀이터, 휴게 공간 등 생활에 필요한 몇 가지 시설만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수많은 아파트 입주민의 삶을 편안하고 안전하게 지키기 위해 거대하고 적절한 시설들이 건물 안에 숨겨져 있다.

가정에서 가전제품 쓰는 것과 주방의 식수대 그리고 화장실에서 생리적 만족을 얻기 위한 자동시설들이 유기적으로 돌아갈 수 있게 해야 한다.

 아파트 주민들은 건물 지하에 주차장만 있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입주민들의 발길이 닿지 않는 곳에 공동주택의 기능을 유지하고 입주민들의 안전과 편의를 도와주기 위한 중요한 시설들이 있다.

수돗물을 담아주는 저수조는 수영장정도 이며 그와 연결된 펌프들은 24시간 쉬지 않고 돌아가며 수십층 높은 곳의 세대에게 물을 공급한다.

만에 하나 펌프가 잘못되면 동시에 수천 가구의 식수 등 생활용수가 끊기는 대란이 일어난다.

또 지하엔 유사시 정전에 대비하는 엄청 큰 비상발전기가 있다.

그 중 평상시엔 거의 무용지물에 가깝게 보이지만 생명을 수호하는 중요한 장비로 소방시설이 있다.

종류도 다양해서 소화설비, 경보설비, 피난설비, 소화용수 설비, 소화활동 설비 등 여러 가지가 포함되어 있다.

이들 중 하나만 잘못 작동되어도 입주민의 안녕과 재산에 심대한 타격을 입힐 수 있다.

평소엔 거의 쓰일 일이 없기에 정기적으로 점검해 작동상태를 확인해야 한다.

화재 발생시 스프링클러가 작동하지 않는다면 보통 문제가 아니다.

전기시설이나 승강기시설 등은 정전 또는 고장 난 경우를 대비하여 점검 하지만, 스프링클러는 시험 가동할 수가 없다.

  스프링클러 헤드가 열을 감지해 소화용수를 터뜨리면 쏟아지는 물로 인해 광범위한 재산 손상을 입힐 수 있고, 한번 터진 스프링클러 헤드는 사용이 불가능하거나 재정비하는데 많은 시간과 인력이 필요하다.

이와 같이 스프링클러는 유사시 불을 끄게 해주는 소방용 설비가 있고, 잔디밭이나 채소밭에 시원하게 물을 뿌려주는 장비도 있다.

 우리의 삶도 세상 속에서 각박하고 메마른 환경 속에서 한줄기 빗물처럼 시원하게 해주는 스프링클러 같은 역할을 하였으면 한다.

필요할 때 공급하는 물줄기처럼, 오염된 곳을 청소해주는 물줄기처럼, 거미줄처럼 갈라져가는 메마른 토지 위에 뿌려주는 스프링클러처럼, 비록 가난하고 빈약할지라도 모든 사람들에게 넉넉하게 공급하는 스프링클러 같은 사람이 되었으면 한다.

/신세대건축사 사무소 추원호 건축사 

저작권자 © 전북중앙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