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성덕 시인 '달달한 쓴맛'··· 내밀한 기억
섬세한 어법으로 더듬어 시적 깊이 더해

안성덕 시인의 시집 ‘달달한 쓴맛(모악 출판사)’에서 주목할 점은 기억과 현재의 근친성이다.

시인의 시 속에 스며있는 근친의 개념은 삶의 중심으로부터 미적 거리를 기준으로 한다.

육친과 가족, 그리고 시인의 삶에 다양한 무늬와 감각을 부여하는 자연현상까지.

생의 이면에 새겨진 아리고 환한 기억들이 시적 대상을 순식간에 안으로 끌어들이는 탁월한 감각을 엿보인다.

‘달달한 쓴맛’은 안 시인이 4년 만에 펴내는 두 번째 시집으로 일상과 상상의 경계를 차근차근 해체해가는 섬세한 어법으로 시적 깊이를 추구한다.

평론가 박동억이 해설에서 “안성덕 시인은 내밀한 기억을 더듬어 단 하나의 감각에 묶으려 한다”고 짚어냈듯이 시인은 유년의 시간을 향한 기억의 내밀성에 천착한다.

유년시절에 대한 역설적 인식은 이번 시집을 관통하는 일관된 주제로 일상 너머의 세계를 기억이라는 형식으로 소환해내며 지금의 삶까지는 아우르는 동시대적 스펙트럼을 집약한다.

“복사꽃이 활짝/이월 매조에 꾀꼬리 운다더니 매화 고목에 참새도 여럿 날아들었다//출가 삼 년, 벌써 득도라도 하셨나 세상 따윈 안중에 없다 어머니 벙근 함박꽃에 눈길 한 번 안주신다/아자씨는 뉘시다우?속가의 연 깔끔하게 정리하신다//기찬 조화다/난초지초 온갖 행초 작약 목단에 장미화 죄 피어 있다 창밖엔 난분분 눈발이 흩날리는데//갓난아기로 되돌아간 걸까 틀니 빼 쓰레기통에 버렸더라는 어머니, 태엽 감듯 시간 맞춰 공양하시고 무덕무덕 애기똥풀꽃 활짝 피우신다//쑥고개 아래 연수요양병원 315호실 저, 저 꽃바구니 십 년은 더 걱정 없겠다//(‘조화’ 전문)” 꽃의 서사가 담긴 시 ‘조화’는 복사꽃과 매화, 난초지초 온갖 행초 작약 목단에 장미화를 비롯해서 무덕무덕 애기똥풀꽃 할짝 피우시는 내력이 깃들어 있다.

앞의 꽃들이 그림 꽃에 불과하다면 애기똥풀꽃은 갓난아기로 되돌아간 어머니가 피워낸 사람 꽃인 셈이다.

그런 의미에서 요양병원은 많은 꽃들이 조화를 이루고 있는 꽃바구니라고 표현하며 생각의 전환과 깊은 울림, 시적 내공을 동시에 표현한다.

박성우 시인은 “어둠을 닦아 빛을 만들어내는 시편들이다”며 “아픔과 상처를 보듬는 품은 넓고 절망과 고통을 쓸어 내리는 손은 섬세해서 그간 우리가 보지 못한 생의 이면이 아리고 환하다”고 말했다.

이어 “안성덕 시인이 예리하게 찾아낸 삶의 가치와 아름다움은 가히 매혹적이다. 두고두고 그리움이 안개처럼 피어 오를 시집이다”고 덧붙였다.

박상억 평론가 역시 “투쟁해야 하는 현실도, 아픈 상실도 조금씩 내려놓으며 시인의 시는 넉넉한 품을 만든다”며 “그러한 품은 어머니를 넘어 신화적인 여성성에 비유된다.

천상과 지상을 모두 포용하는 이 근원적인 모성이야말로 안성덕 시의 뿌리라 할 수 있다”고 밝혔다.

전라북도 정읍에서 태어나 전주에 살고 있는 안 시인은 2009년 ‘전북일보’ 신춘문예에서 시 ‘입춘’이 당선되면서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2014년 시집 ‘몸붓’을 펴냈으며 제5회 작가의 눈 작품상과 제8회 리토피아 문학상을 수상했다.

현재 원광대학교에 출강하고 있다.

/박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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