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적 명성 비빔밥-콩나물국밥 등 타지역 비교불문
퓨전-패스트음식 밀려 평준화돼 향토음식 위기 맞아
전주음식 조리법-DNA 타임캡슐에 50년 동안 보관
명인-명가-향토음식점 등 100개소 참여 음식자원 보존
전주음식 아카이브 구축 모형 467점 제작 문화콘텐츠 활용

전주음식은 예전부터 전국적인 명성을 가지고 있었다.

호남평야라는 비옥한 대지 위에 각가지 식재료가 풍부하게 제공됐고, 이로 인해 전주의 음식은 전주음식만의 DNA를 가진 채 전수돼 왔다.

사실 음식 뿐 아니다.

출판의 고장 완판본이라 일컬을 만큼 전주는 출판으로도 유명했다.

이뿐이랴, 타고난 소리꾼들이 지척에 널렸다는 표현이 나올 정도로 소리의 고장으로도 명성이 자자했다.

여러 DNA 중 음식 DNA도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정도로 그 명성은 공고했다.

수십 가지 반찬이 제공되는 전주한정식부터 타 지역과 비교할 수 없는 전주비빔밥이 이 고장에 있다.

또 남부시장에서 태어난 콩나물국밥은 전국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는 전주만의 음식 DNA가 풍부한 음식이 됐다.

이래서일까.

전주는 지난 2010년 유네스코 음식창의도시로 지정되는 쾌거를 이뤘다.

전주는 콜롬비아 포파얀, 중국 청두, 스웨덴 오스터순드에 이어 네 번째 지정이며, 전주만의 가정음식, 한식 그리고 관련 전문 인력 양성, 비빔밥축제 같은 음식 관련 축제 등이 높은 점수를 받은 결과였다.

하지만 전주음식에 대한 불만이 나오기 시작했다.

전국적으로 모든 것이 평준화되면서 전주음식도 타 지역 음식과 섞이게 되면서 하향 평준화 현상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서울 음식과 전주 음식을 구별하기 힘들게 됐고, 전주만의 DNA가 내재된 음식을 찾기 힘들게 됐다.

특히 퓨전음식이나 패스트푸드에 밀려 소멸되고 급변하는 전주음식 DNA 구축에 눈길이 모아지고 있다.

현재 남아 있는 전주음식 명인, 명가, 향토음식, 창의업소 등은 시간이 갈수록 사라지는 추세며, 이같은 상황이라면 수십 년 안에 전주음식 DNA를 잃어버릴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 눈길이 가는 게 전주시가 추진하고 있는 전주음식 타임캡슐 사업이다.

이 사업은 전주음식 조리법과 손맛을 타임캡슐에 보관해 50년 후 후손들에게 물려주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전주음식의 맛을 보존 계승하고 전주음식의 역사자료를 활용하기 위해 전주음식 조리법 등 자료를 수집해 전주음식 DNA를 타임캡슐에 50년 동안 보관한다는 것이다.

50년 후 레시피를 포함해 전주음식의 모든 형태가 변할 것이란 가정 하에서 현재 전주음식 레시피와 식당 모습 등 모든 것이 소중한 자료가 될 예정이다.

자료수집 대상은 전주음식 명인, 명가, 명소, 향토음식점, 전주음식창의업소 등 전주 고유의 업체 뿐 아니라 전주지역 종부의 내림음식, 전통가정식 등 보존가치가 있는 100개소다.

특히 레시피는 식당주의 동의를 얻어 진행됐으며, 요리법을 공개를 원하지 않는 경우 그 후손들에게 전달하게 된다.

타입캡슐에 보관되는 자료는 요리법(레시피) 외에도 식당이나 집안의 의미 있는 자료나 비법, 후손에게 남기고 싶은 말 등 음식과 그들의 삶이 고스란히 담기게 된다.

한 업체는 낡은 칼을 보관하기로 했다.

이 칼은 식당이 40년 전 문을 열었을 때 사용했던 것으로 무뎌진 칼날에 식당의 역사가 고스란히 담겨져 있다.

뭉툭해져 쓰지 못하게 된 칼이지만 타임캡슐에 담기게 되면서 전주음식 DNA의 한 부분을 담당하게 된 것이다.

또 타임캡슐은 천 년이 가도 변하지 않는 전주한지로 만들어졌으며, 캡슐은 올해부터 2068년까지 50년간 한국전통문화전당 한식자료실에 보관된다.

당초 땅에 묻어 보관키로 했으나 일반인들에게 공개하는 방식으로 변했다.

현재의 음식 자원을 지키고 보존하는 것이 미래의 유산을 지키는 가장 기본이다.

전주음식 아카이브 작업은 온라인에서 활발하게 진행될 예정이다.

온라인 아카이브 구축은 전주음식 관련 자료와 원형자료를 발굴하고 보존하기 위해 온라인 상 집적화를 이루고 이를 통해 전주음식 정체성과 한식 발전을 견인하기 위해 진행된다.

아카이브 구축은 단기적, 일회성으로 끝나지 않고 중장기 로드맵을 통해 구체적인 실행 계획을 담고 있다.

지난 2015년부터 16년까지 도입기를 거쳐 올해까지 성장기를 거치게 된다.

내년까지는 2단계 자료를 수정하고 보완해 전문연구자료를 심화하고 전주음식이야기 북 발간 등 자료의 전문성과 대중화를 꾀하게 된다.

2020년 마지막은 안정기로 서비스의 고도화를 통해 한식의 선도역할을 하게 된다.

여기에 전주음식 모형을 제작해 말과 글이 아닌 눈을 통해 전주음식의 DNA를 직접 확인할 수 있다.

전주음식의 근대자료인 전주음식 원형 모형 제작은 전통과 향토, 현대 음식 모형 총 467점이 제작되며 이를 통해 전주음식 보존과 음식문화콘텐츠로 활용하게 된다.

이 사업은 당초 전주음식 모형이 국립전주박물관 민속실에 전시돼 있었으나 지난 2014년 민속실이 역사실로 전환됨에 따라 원형전시가 중단되면서 시작됐다.

당시 모형은 수장고에 보관 중이었으나 현재는 중국 길림성 연변대학 박물관 전통음식 전시실에 기증돼 이관된 상태다.

때문에 이번 사업은 전주 향토 음식을 보존하고 역사성을 자료화해 다양한 체험과 연구자료 등의 콘텐츠와 관광자원으로 활용해 유네스코 음식창의도시로서 위상을 제고한다는 방침이다.

전주대 송영애 교수는 “전주음식 캡슐화 뿐 아니라 전주음식 모형 제작과 온라인 아카이브 작업은 우리들의 음식 역사와 노하우를 자료화한다는 것에 매우 자부심을 느끼고 있다”며 “타임캡슐에 보관되는 자료들이 내실 있고 미래의 자원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며, 온라인 아카이브 작업 등은 전주음식 아카이브의 가장 중요한 요소가 될 것이다”고 밝혔다.

/조석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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