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년 공장서 탈바꿈 지난 3월 개관
2년전 문화재생 추진하며 변화바람
창작스튜디오-파이럿오픈 행사도
주민 일자리 창출-1일 250명 발길
내년 6월 전주 꿈꾸는 예술터 오픈

전주의 버려진 공간들이 사람이 모이는 공간으로 탈바꿈되고 있다. 흉물스럽던 회색빛 폐공장이 문화예술을 입힌 사람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으며, 오랜 세월 단절된 공간과 낙후된 거리가 재생의 옷을 입고 활기를 띠고 있다. 

전주시가 전면철거와 재개발의 도시설계 방식을 과감히 포기하고 도시안의 오래된 삶터들은 창의적으로 재탄생 시킨 곳은 도시재생 그 이상의 것을 이뤄냈다.
/편집자주


 
▲ 도시재생 랜드마크, 팔복예술공장

지난 50년 동안 공장에서 배출되는 분진과 냄새, 소음에 고통받아온 팔복동 주민들에게 전주 제1산업단지는 반세기만에 문화재생으로 다시 돌아왔다.

영상·설치·회화 작품이 곳곳에 걸린 팔복 예술공장은 카세트테이프를 만들던 공장이었다. ㈜쏘렉스가 1979년부터 가동을 시작해 1991년까지 운영했다. CD(Compact Disc) 등 새로운 기록매체에 자리를 내주고 역사의 뒤안으로 사라졌다. 

폐공장에 활력이 돌기 시작한 것은 지난 2016년. 전주시와 전주문화재단이 문화 재생 사업을 추진하면서다.

쏘렉스 공장이 떠난 후 25년 동안 새 주인을 기다려온, 이 잊혀진 장소는 '예술의 힘'으로 재생되고, 새로운 예술적 삶을 발현하는 문화플랫폼이되었다. 

폐업 후 25년 동안 가동을 멈추고 방치되었던 팔복동 공장이 예술창작공간과 문화예술교육센터로 예술, 과학, 인문학이 결합되어 즐거운 예술 놀이터로 재탄생 된 것이다. 

팔복 예술공장도 최대한 원형 모습을 살렸다. 

군데군데 검붉게 녹이 슬고 색이 바랜 건물 외벽에 철골 구조물을 덧댔다. 공장의 대형 철문을 잘라 만든 테이블이 곳곳에 놓였다.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1층이 아닌 2층에 창문을 낸 건축 구조도 인상적이다. 공장의 상징인 25m 높이의 굴뚝엔 '(株) 쏘렉스'라는 빛바랜 글자가 향수를 자극한다.

 

▲민관 협치를 통한 도시재생

팔복 예술공장은 크게 두 공간으로 나뉜다. '예술창작공간'인 1단지는 창작스튜디오·전시장·연구실·커피숍·옥상놀이터로 꾸몄다. 

창작스튜디오에선 13명의 작가들이 상주하며 작품활동을 한다. 작가들은 관광객에게 자신의 작품에 대해 설명을 해준다. 

팔복예술공장의 성공은 그간 관 주도 도시개발이 아닌 민관 협치를 통한 도시재생이라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이곳은 지역주민, 지역예술가, 기업대표 등 지역사회와 토론·토의 과정을 거쳐 만들어 졌다. 

팔복예술공장의 건축기본계획부터 준공은 물론 팔복예술공장이 정식 개관을 앞두고 실시한 시범 프로그램 역시 라운드테이블을 통해 지역주민의 의견을 수렴하고 협의를 통해 이뤄졌다.

지역 작가와 팔복 주민 공동체 100여명이 함께 팔복동내 ‘둥글게 가게’에서는 물물교환을 통해 추억을 공유, 유대감을 형성했고, 팔복동 주부 30여명을 대상으로 네트워크를 구축 지역 아트작가 ‘정하영’의 작품전시회에 특별전을 개최했다.

또한 팔복동 지역아동센터와 협업을 통해 팔복동 청소년을 대상으로 ‘청소년 파티’를 열며 팔복예술공장의 지역 네트워크 기반을 구축해 놓았다.

이어 복합문화공간으로써 다양한 기능을 실험하는 ‘파일럿 오픈’행사는 팔복동 주민자치위원회(부녀회)와 운영계획을 직접 논의하고 주민센터, 주민자치위원회와 팔복소방서 지원으로 다채로운 공연, 클럽파티 등 공연장이 가능한 공간에 대한 시험을 거쳤다.
 

▲주민경제 회생 한 몫

주민과 함께한 도시의 재발견은 결국 주민의 품으로 돌아갔다.

팔복예술공장 및 카페, 만화책방 운영과 환경정비 해설을 위한 일자리 16개는 주민 고용을 이끌었고, 팔복예술공장 연계 문화예술센터 조성사업인 ‘전주 꿈꾸는 예술터’ 에는 5명의 인력이 채용됐다.

또한 이곳은 그간 한옥마을 위주의 전주관광 지형을 덕진공원, 팔복예술공장 등 전주 북부권까지 넓히는 디딤돌이 되며 경제재생에도 한몫하고 있다.

팔복예술공장은 지난 3월 개관한 이후 현재까지 59개의 기관단체가 찾았으며 1일평균 250명의 방문객이 찾아 현재까지의 누적 관람객은 33,197명으로 집계됐다.

 

▲시민과 관광객들이 찾는 명소

문화·예술로 재생된 팔복예술공장이 국내·외 작가들의 전시회와 다양한 체험프로그램이 펼쳐지면서 시민과 관광객들이 찾는 명소로 탈바꿈되고 있다.

지난 3월 23일 공식 개관한 팔복예술공장에는 개관이후 미국문화주간 특별 사진전과 전주지역 건축학과 대학생들의 졸업작품 전시회 등 크고 작은 예술 전시회가 이어지고 있다.

전주시·국토교통부·국토연구원 주관 ‘제1차 도시재생 광역협치포럼(전북권)’과 전국 50여개 프리마켓 셀러가 참여한 보부상 마켓 등 다양한 행사가 열렸다.

또한 올 하반기 기획특별전과 입주작가 기획전, 이동형 갤러리 ‘꽃심’ 참여작가 전시회‘ 등이 꾸준히 이어질 예정이어서 이곳을 찾는 방문객은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여기에다 예술인 창작공간 입주작가 13명 중 해외 2명이 10월부터 이곳에서 창작활동에 나서고, 9월부터는 전주형 창의교육인 야호학교와의 협업을 통해 예술에 꿈과 소질이 있는 청소년들에게 진정한 자아를 찾아 비상의 기회를 주기 위한 ‘협업 예술프로젝트’도 전개돼 시민들의 문화욕구를 충족시키는 복합문화공간으로 자리매김 중이다.

나아가, 내년 6월이면 유휴공간을 활용한 문화예술교육센터인 팔복예술공장 2단지인 ‘전주 꿈꾸는 예술터’도 개관할 예정이어서 문화예술교육 허브 역할도 수행하게 된다.

이를 위해, 팔복예술공장에서는 개관에 앞서 파일럿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지역 초등학교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예술교육 프로그램’과 ‘자유학기제 예술교육 프로그램’, ‘야호학교 학교 밖 예술교육 프로그램’, 팔복새뜰마을 주민 대상 ‘지역협력 예술교육 프로그램’ 등도 운영된다.


 
▲문화재생사업의 선진사례 떠올라 

최근 팔복예술공장은 문화재생사업의 선진사례로 주목받으며 문화재생연구를 위한 벤치마킹도 줄을 잇고 있다. 

올7월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과 도시재생관련 중앙부처 관계자 등 200여명이 참여한 ‘제1차 도시재생 광역협치포럼(전북권)’이 개최되었고, 세계문화주간 행사 차 전주를 방문한 해리스 미국대사와 함께 전주를 방문한 미국관련 기관, 기업가, 문화계 인사 등도 큰 관심을 보였다.

또한 강경화 외교장관 및 30개국 외교사절단이 문화재생을 통해 폐산업 시설을 문화거점으로 만든 설립 취지와 운영 사례를 들으며 전시 중인 다양한 작품을 구경했다.

스페인 출신의 세계적 ‘시각예술작가’ 마누엘 A. 디에스트의 사진전이 스페인과 핀란드 스웨덴 이집트에 이어 이곳에서 개최되며 세계적으로 이름을 알렸다.
 

▲ [인터뷰] 김승수 시장,- “문화재생은 또 하나의 전주다움”
 
김승수 전주시장은 “국가의 시대가 가고 도시의 시대가 왔다” 면서 “도시의 시대를 열어가는 경쟁력은 바로 도시의 정체성을 발현시키는 것이다. 다른 도시와 차별화된 전주의 정체성은 자동차보다는 사람, 콘크리트 보다는 생태, 개발보다는 재생 그리고 격조 높은 문화다”라고 강조했다.

특히 김 시장은 “도시의 시대는 길게는 역사, 짧게는 기억이나 흔적을 복원하고 개발보다는 재생으로 생물의 다양성이 살아있는 도시로 나아가야 한다”며 “도시의 축적된 기억과 흔적, 역사가 사라지면 진정한 의미의 도시도 사라진다. 한 도시를 특별하게 만드는 것은 새로운 건물이나 넓은 도로가 아닌 ‘도시의 기억’이다. 그런 의미에서 재생은 한 도시를 특별하게 만드는 특별함으로, 그 특별함의 마력이 사람들을 끌어 모으기도, 시민들에게 자부심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팔복문화지구는 공간을 예쁘게 꾸미는 소위 관광명소 조성사업이 아니다. 팔복동이 가진 기억의 자산에 전문가와 주민들의 손길을 더해 더 자부심 있는 삶터가 되었으면 좋겠다. 지친 노동을 마친 누군가의 아빠나 엄마가 쉬어가는 공간이 되길 기대한다”면서 “우리시민들이 아이들과 함께 또 다른 전주다움을 만끽하면서 팔복동이 팔복동답게, 전주가 전주답게 성장했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김낙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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