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립국악원 관현악단 정연
70분간 5개곡 밴드-합창 등
조화 청중 눈귀 매료시켜

전라 천년 특별기념공연 겸 전북도립국악원 관현악단(단장 조용안)의 정기연주회 ‘어머니의 땅 천년을 보듬다’는 평화를 이루어 온 전북의 장엄한 역사가 국악관현악 선율과 동서양의 합창으로 덧입혀지며 새로운 시도와 기획성이 돋보였다.

특히 전라도 천년의 세월을 관통하는 5개의 곡들은 국악관현악을 바탕으로 밴드, 비보이, 합창, 영상 등과 결합해 신선하면서도 조화로운 모습으로 눈과 귀를 즐겁게 했다.

70분이라는 시간을 압도하는 힘 있고 화려한 연출은 무대에 오른 예술가들의 능력치를 최대로 끌어내며 공연이 끝나는 순간까지 무대에 집중 할 수 있게 했다.

지난 11일 한국소리문화의전당 모악당에서 열린 ‘어머니의 땅 천년을 보듬다’는 신비를 간직한 전북의 웅장한 기백과 국가 위기 앞에서도 항쟁하는 전라의 기상, 근현대사 속 전북  천년의 역사를 관현악 연주로 들려주는 무대를 꾸렸다.

단순히 음악을 들려주는 것이 아니라 전체 곡들을 잇는 스토리를 만들고, 각 파트마다 전달하려는 정서가 명확하게 담겨 있었다.

공연의 시작을 알린 ‘생명의 땅이여, 어머니의 대지여’에서는 관현악과 합창, 박남준 시인의 작시로 표현한 전북 땅의 숨소리를 들려주었다.

또 교과서에서 배운 정읍사 가사를 곡에 반영해 민초들의 삶과 사랑을 노래한 ‘합창과 국악관현악을 위한, 정읍(井邑)’, 국가 위기 앞에서도 항쟁하는 전라의 기상을 나타낸 ‘호남이 없으면 나라도 없다’, 갑오년의 함성, 5.18, 87년 6월, 촛불집회 등 불의에 항거한 전북의 이야기를 풀어낸 ‘교성곡 빛의 결혼식’, 천년 전북의 비상을 꿈꾸는 ‘천년의 문 열어라’까지 그야말로 전라도 천 년의 피, 땀 눈물을 들여다 볼 수 있었다.

게다가 공연에 참여한 국악원 관현악단, 창극단은 물론 T&B 남성합창단, 비보이 라스트 포원, 소프라노 김아름, 안태상 밴드 등 무대에 오른 예술인들의 탄탄한 기량과 조용안 관현악단장의 섬세한 리더십이 더해져 안정적 연주를 이끌어냈다.

그러나 아쉬운 점도 있었다.

각각의 곡마다 시대적 이미지와 이야기가 잘 드러나지 않아 곡에 주제를 끼워 맞춘 것 같다는 느낌은 지울 수 없었으며, 관현악단의 정기연주회라고 했지만 합창이나 밴드, 춤 등 부수적인 연출들이 더 돋보이며 상대적으로 관현악단이 묻혀버린 것 같다는 느낌이 들어 아쉬움으로 남는다.

그럼에도 1년 6개월이 넘는 시간 동안 음악구성, 무대, 영상 등 세심하고 치밀하게 준비한 이번 작품은 얼만큼 많은 노력을 기울였는지 확실하게 보여줬으며, 연습실에서 흘린 땀방울의 무게만큼 탄탄한 결과물로써 청중들의 눈과 귀를 매료시키며 천 년의 땅 전라도의 힘과 깊이를 전달하기 충분했다.

/박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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