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립미술관 '전라굴기' 특별전
전라도출신 23명 미술가 참여
회화-조각-설치 등 45점 전시
3가지 주제 작품세계 펼쳐져

전북도립미술관은 천년 전라의 기상을 현대미술로 제시하는 ‘전라굴기(全羅崛起)’ 특별전을 연다.

20일부터 펼쳐지는 이번 전시는 가혹한 역사의 부침 속에서도 강인한 끈기로 이 땅을 지켜낸 전라인의 기질과 다채로운 예술로 꽃피운 지역의 문화를 엿 볼 수 있다.

전라도 출신 23명의 미술가들이 선보이는 회화, 조각, 설치, 영상 등 기념비적인 45점의 작품은 창의적이면서도 깊은 사유를 내재해 천년 전라의 기상을 느낄 수 있게 한다.

전시는 크게 ‘전라 사람’, ‘전라산하’, ‘전라굴기’ 3가지의 주제로 각기 다른 이야기를 담아낸다.

먼저 격동하는 시류에서 민중을 이끈 영웅들과 지극히 평범하지만 꿋꿋하게 이 땅에 사는 사람들을 만나 볼 수 있는 ‘전라사람’에서는 한국 사실조각의 선구자인 강관욱의 ‘구원 95-12’부터 시대의 다양한 소리를 외면하지 않고 민중을 그리는 박순철의 대형작품, 거친 붓질로 동학농민혁명의 영웅을 담아낸 김성민의 ‘그들의 초상:전봉준’, 간결한 형상으로 관자에게 공간을 내어주는 이용철 ‘꽃을 든 남자’, 인체에 남겨진 흔적인 주름을 통해 치유를 지향하는 김철규 ‘인체풍경 주름’, 1980년대 재현 회화에 대한 반동과 풍자를 위해 제작한 ‘이내 사라질 당신의 초상’을 새롭게 재해석한 이승우의 설치작품까지 새천년을 맞은 전라의 기상을 표현한다.

‘전라 산하’는 너른 들을 품고 풍요로움과 아름다움을 아낌없이 내어주는 전라도의 명산을 중심으로 서정성을 담아낸다.

전라의 산하를 강렬한 색채와 힘찬 필치로 초월적 심상세계를 구축하는 박남재 작가, 한국의 전통과 정신을 평생의 화두로 붙잡고 화업에 매진한 오승우 작가, 남도의 아름다운 풍광과 빛을 탐구해 자연의 내면을 드러낸 조규일 작가 등 전라의 대표적인 산을 대작으로 그려내는 세 명의 작가를 주축으로 조병연, 조규일, 강종열, 이상조, 김범석, 이기홍, 진환, 곽풍영 작가 등 질박한 향토의 서정성과 민중의 삶을 화폭에 그렸다.

특히 1실에서는 곽풍영 작가가 영상으로 담아낸 물 위에 떠다니는 새들, 봄을 맞는 전북 산하, 비 내리기 직전의 새만금 들판을 보여주며 관객에게 ‘위로’와 ‘쉬어가는’ 공간을 제공한다.

청년, 중년 작가들의 작품들을 엿 볼 수 있는 ‘전라굴기’에서는 김한창, 문주호, 엄혁용, 육근병, 이호철, 임상진, 한정무 작가의 독창적인 작품들을 만날 수 있다.

새천년의 꿈과 기백을 품고 있는 작품들은 전라도 민초들의 줄기찬 생명력을 활달하게 구현한다.

우리 지역 출신 작가 중 독보적인 설치미술가 육근병 작가는 거대한 산에 눈동자가 박혀있는 영상작품으로 인간과 우주에 대한 무한한 상상을 보여준다.

김한창 작가는 불교의 설화를 함축해 입체적인 종교 색을 덧입혔으며 기존의 가치와 질서를 거부하며 절대적 추상 정신을 추구한 임상진 작가의 작품까지 풍성하다.

또 시간과 공간을 추상적으로 나타내며 흔적과 사명을 표현하는 한정무 작가, 자연과 인간에 대한 존경을 표현한 엄혁용 작가, 일상적인 오브제에 새로운 의미를 부여한 문주호 작가까지 전라도를 이끌어 갈 청년 작가들의 힘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다.

특히 이호철 작가의 ‘사유’는 역사시대 저변을 선명하게 그려내며 미륵신앙의 총체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도록 한다.

12월 9일까지 이어지는 이번 특별전은 전시 뿐 아니라 다양한 체험행사도 준비됐으며 개막식은 오는 20일 오후4시에 진행된다.

당일 오후3시부터는 ‘천년의 한이여, 전라여 크게 일어나라!’를 주제로 정봉화 군산 이당미술관 이사장의 특강이 이뤄진다.

미술관 관계자는 “전라도 미술가들의 응축된 힘을 볼 수 있는 이번 전시를 통해 미술가들의 독창성과 품격을 만끽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박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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