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생의 죽음 스토리텔링 기법 통해 전개
인간 내면세계에 거침없는 질문 던져

장마리 작가의 ‘블라인드(도서출판 바람꽃)’는 어느 한 가족사의 비극을 통해 인간 내면세계에 근원적인 질문을 던진다.

누가 선이고, 누가 악인지 종잡을 수 없는 이들을 쫓아가는 과정은 작중화자에게도 읽는 독자에게도 힘겨운 시간이다.

이야기는 화자 ‘나’의 친동생이 당한 의문사를 결말이 아닌 서두에 앞당겨 제시한다.

그 다음 끔찍한 죽음을 둘러싼 의혹의 중층구조를 낱낱이 파헤쳐 가는 과정을 생생하게 그려내며 독자들 스스로가 묻고 답할 수 있도록 유도한다.

결과적으로 읽는 독자들이 각각의 가치와 신념을 반영해 선악을 결정짓게 함으로써 이야기는 더욱 오랫동안 머릿속에 남는다.

장편소설 ‘블라인드’는 주인공 경은의 하나뿐인 가족이자, 동생 경민이 여자친구 미나에게 죽임을 당하면서 사건이 시작된다.

어릴 적 부모의 추락사를 목격한 동생 경민은 실어증에 걸린 채 살아가는 인물로 경은에게는 하나 뿐인 가족이다.

이후 경은은 동생의 죽음을 추적하기 시작하고, ‘살인’에 의한 죽음일거라 믿었던 동생의 죽음에 대한 진실과 마주하게 된다.

소설은 명백한 진실이라 믿었던 것이 어쩌면 진짜가 아닐지도 모른다는 의심으로 바뀌면서 독자들이 세상에 대해 그동안 얼마나 무지몽매했는지 또 우리를 둘러싼 삶의 어지러운 조건들이 얼마나 오랫동안 현재진행형으로 들끓었는지를 일깨워준다.

작가는 이러한 이야기를 쓰게 된 배경으로 노벨문학상 수상자 마리오 바르가스 요사를 언급했다.

‘문학은 인간이 발명한 것 중에서 불행에 대처하는 가장 훌륭한 수단이라고 믿는다’는 요사의 말에서 영감을 얻은 작가는 “문학의 치유성에 대해 말한다”며 “‘치유’나 ‘치료’라는 것은 어디까지나 의료적인 관점에서 보는 견해이고, 본질적으로 그것이 가능한가? 그 질문으로 쓰게 됐다”고 밝혔다.

특히 소설이 택한 추리기법의 스토리텔링은 빠져들수록 아프면서도 현란하다.

때문에 이야기 속 인물은 생동감이 넘치고,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더욱 강렬해진다.

“미나의 작품은 다섯 살 여자아이가 주인공이었다.

남자아이가 여자아이의 눈을 가리는 것으로 시작한다.

남자아이가 여자아이의 눈을 가린 것은 그 무엇을 보지 못하게 하기 위한 것이다.

여자아이는 눈으로는 그것을 보지 못하지만 남자아이의 떨리는 손의 감각과 숨소리와 흐느낌으로 끔찍한 일이라는 걸 느낀다.

하지만 여자아이는 그 일을 겪은 후 환각 증세를 겪는다.

환각 증세는 무당집으로 묘사되고 무녀의 딸로 다시 태어난다.

경민과 미나, 무엇인가를 본다는 것, 목격한다는 것이 주제였다.

(본문 196쪽)” 윤흥길 작가는 “이 작품을 통해 작가는 문학의 효용성과 블라인드에 가려진 듯 종잡을 수 없는 인간 내면세계에 대해 거침없이 질문을 던지고 있다”며 “비극 속의 불우한 인생을 다룬다는 점에서 전작들과 맥을 같이하면서도 흥미와 궁금증을 배가한다는 점이 단연 돋보인다.”고 말했다.

전북 부안 출생인 장마리 작가는 원광대 문예창작과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2009년 ‘문학사상’에 단편소설 ‘불어라 봄바람’으로 등단했으며 2011년 올해의 문제소설에 ‘선셋 블루스’가 선정됐다.

2013년 문예진흥기금을 수혜했으며 제7회 ‘불꽃문학상’을 수상했다.

창작집으로는 ‘선셋 블루스’와 ‘두 번 결혼할 법(공저)’, ‘마지막 식사(공저)’가 있다.

/박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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