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속 '어머니' 자애 상도 사념 깃들어
노시의 지난 적한의 생 담담히 담아내

김병학 시인의 시집 ‘흙구슬(신아출판사)’을 탐독하다 보면 ‘어머니’가 자주 등장함을 알 수 있다.

시인의 시 속에는 어머니의 모성성과 자애에 상도하는 노시인의 사념이 깃들어져 있다.

인간 본성에의 귀착과 한 생애가 파란만장을 지나 늘그막에 어머니를 회억하며 그리워하고, 받듬에 도달함을 알 수 있다.

시편들 속에는 양심을 일컫고, 인생 허무를 표상한다.

또 초연한 심경을 읊으며 인간성 구현을 표방하는 방식이 사뭇 날카롭고 진지하다.

그 뿐 아니라 허무와 무상을 사유하지만 감상주의에 함몰되지는 않으려 객관화 시키는 과정들이 시인의 시 세계의 진정성을 더욱 잘 표현한다.

감상주의보다는 차라리 초인주의가 되어 우주의 섭리와 이법에 따라 스스로 귀의하는 방법을 택하며 비워냄의 미덕을 보여준다.

스스로가 깨달아가고, 이를 통해 시가 진실한 삶의 상징이 되어 또 다른 새로움을 발견해내는 경이로움을 선사하며 독자들에게 계속해서 놀라움을 자아내게 한다.

“인간은/우주 속에 하나의 점/가물가물해서/어쩌면 있는 것도 같기도 하고/없는 것 같기도 하다//인생은/억겁의 세월 속에 한줄기 바람/순간이어서/어쩌면 지나가는 것 같기도 하고/아닌 것 같기도 하다//그러나/분명 나는 존재 한다/영혼이 있고 생명이 있고 생각이 있다//그러므로/천지에서는 말하고 있다/별들은//천리 가는 몸빛으로 살라 하고/태산은/천년을 사는 산맥처럼 살라 한다(‘존재’ 전문)” 소재호 시인은 작품해설에서 시 ‘존재’를 이렇게 설명한다.

“황량한 우주 안에 나의 존재가 얼마나 작고 하찮은 것인가를 묻고 있지만 실존적으로는 엄연히 존재하는 아이러니를 구사한다”며 “수사상 문단법의 기교를 부리고, 개념이 물상으로 환치되었다가 다시 그 물상이 비 형상으로 치환된다”고 밝혔다.

깊고 넓은 시야로 현상을 꿰뚫어 보고, 거기에 철학적 사유를 더해야만 비로소 한 편의 시가 완성될 수 있음을 시인의 시들이 보여준다.

이는 한 차원이 진화해 물리적 현상들을 반 물리적 형과 태로 형용해 영혼의 문제에까지 비약해낸다.

그렇다고 모든 시편들이 철학적 논리에 입각한 어휘를 구사하지는 않는다.

세월의 풍파를 담고 있는 이야기부터, 작고 소소한 일상에 대한 묘사, 자연 관찰을 통해 생각한 느낌, 역사의 한 페이지까지 시인의 눈과 귀를 통해 보고 들었던 것들이 시어로 변모하며 ‘공감’과 ‘위로’를 건넨다.

소재호 시인은 “김 시인의 시를 조망하면 인생 경륜의 근엄한 행장을 목도해 볼 수 있다.

괴테가 말한 ‘인간에게 지나간 것은 모두 은유이다’처럼 지난 적한 생을 담담하게 시적으로 은유하고 있어 아름다웠고, 슬펐고, 허무했던 행적이 경전처럼 의연하게 드러나 있다”고 느낌을 밝혔다.

전북 정읍에서 출생한 김병학 시인은 한국문학신문 제5회 문학상, 한국참여문학 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또 월간 ‘문학세계’에서 2015년 ‘한국문학을 빛낸 100인’에 서정됐다.

시집 저서로는 ‘언덕에 아지랑이 일고’, ‘흔적은 세월에 묻어가고’, ‘가슴꽃’, ‘쭉쟁이’ 외 다수가 있다.

전북문인협회 이사 및 정읍문학회 회장을 역임했으며 한국문인협회 회원이다.

/박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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