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길중 시인 시집 '그녀의 입에 숲이산다'
삶과 죽음-사랑의 의미에 대해 물음 던져

전길중 시인의 일곱 번째 시집 ‘그녀의 입에 숲이 산다(언어의 집)’에는 다양한 내용의 시들이 실려 있다.

시인은 삶과 죽음에 대한 생각, 나이 듦에 대한 느낌, 사물 또는 자연과 소통하며 합일하고 싶어 하는 소망, 부성과 가계에 대한 생각, 사랑과 이별에 대한 생각, 여행의 느낌, 사회 비판 의식 등 여러 갈래의 이야기를 시편들에 촘촘히 새겨 놓았다.

특히 삶과 죽음에 대한 생각, 사물과 자연과 소통, 합일하고 싶어 하는 소망, 사랑과 이별에 대한 생각을 담은 것들은 시인이 그동안 시로써 피력해 온 존재의 근원, 삶, 죽음 사랑에 대한 생각들을 갈무리되고 있다고 여겨진다.

그 시들을 깊이 읽는 독자들은 자신이 어디에서 와서 어디로 어떻게 가고 있는지,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에 대해 새삼 생각해 보게 한다.

또 시인은 시의 주인공, 즉 시적 주체를 사람이 아닌 어떤 특정한 의식으로 봤다.

그래서 시인이 그 의식을 시화(詩化)하기 좋게 가면을 쓰고 목소리를 변조함으로써 형성하는 페르소나라고 규정한다.

“푸른 바다 얼핏 출렁이는 눈/기억의 끈을 힘겹게 당기며/낯선 여인에게 몸을 맡기고/게슴츠레 누워 있다//제집인 양 들어간 그물/회한의 눈물 자글자글 흘리며/머리를 짓찧는다//눈발이 모락모락 솥을 데워/창밖에 김이 사락거리면/네 눈 닮은 술꾼들/후회와 다짐으로 양념한 국물/후룩후룩 들이켠다//햇볕 살근대는 북동해 어디쯤/산란을 끝내고 유영하고 있을 네가/회로처럼 더듬어간 길은/네가 그리던 바다가 아니다(‘생태 해장국’ 전문)” 시 ‘생태 해장국’을 면밀히 살펴보면 북동해 어디쯤에서 산란을 끝내고 유영하고 있어야 하는 생태가 그물에 잡혀 낯선 여인의 도마 위에 올려 져 해장국으로 끓여지고 말았다.

시인은 도마 위, 해장국 속 생태를 연민하며 그 눈에서 회한을 읽어낸다.

시인의 시편이 가지고 있는 가장 큰 특징은 고귀하고 아름다운 고향으로부터 ‘이곳’으로 유배된 존재의 마음을 표현한다는 것이다.

바꿔 말하면, 바로 그 존재가 이 시집의 시적 주체가 된다.

자기 존재의 근원과 지향에 대한 시인의 사유들이 시적 주체를 형성하게 만든다.

나아가, 시인은 자신이 고귀하고 아름다운 ‘그곳’ 태생이라는 생각으로 인해 삶과 죽음에 대해서 두 가지 태도를 취하는데 먼저 ‘이곳’에서 사는 일에 악착을 부리지 않는다.

사랑에도 집착하지 않는다.

그것은 시인이 언젠가는 ‘이곳’을 떠나 ‘그곳’.

즉 고향으로 돌아갈 것이라 믿기 때문이다.

작품해설에서 현순영 문학평론가는 “시인은 자신이 고귀하고 아름다운 그곳 태생인데 이곳 , 이 생(生)에 유배되어 비루하게 살고 있는 중이라고 여기고 있다”며 “물론 그 생각은 자아도취란 뜻의 나르시시즘과는 거리가 있다.

시인은 자신만이 아니라 타인과 사물들도 고귀하고 아름다운 고향을 떠나와 ‘이곳’에서 고되고 비루하게 머무는 존재들이라고 생각하며 연민하기 때문이다”고 설명한다.

결국, 시집 한권을 모두 탐독하게 되면 문득 ‘나는 어디에서, 어떻게 왔는가?’가 자연스럽게 궁금해진다.

더불어 ‘어떻게 살며 사랑하고 있는가? 어디로, 어떻게 가고 있는가?’ 등의 질문들이 떠오른다.

자신의 존재의 근원에 대해, 삶과 사랑의 방식에 대해, 죽음의 의미에 대해 찬찬히 정리해볼 수 있는 시집인 셈이다.

전길중 시인은 전북 익산 출신으로 1987년 ‘시문학’으로 등단했다.

시집 ‘안경 너머 그대 눈빛’, ‘바람은 가고 싶어 하는 곳으로 분다’, ‘섬에서 달의 부활까지’ 등 다수의 작품을 펴냈다.

현재 한국시문학회, 한국문인협회 회원이며 전북 시인협회 편집위원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문학상으로는 두리문학상, 등대문학상, 전북시인상 등을 수상했다.

/박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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