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사무실에 같은 내용으로 여러 통의 상담 전화가 걸려왔다.

아파트에 사는 주민인데, 윗집에서 새는 물로 인해 불편함을 겪고 있다는 것이다.

어떠한 피해를 입었는지 묻자 ‘베란다에 내어놓은 수납장이 물에 젖었다’,‘베란다 벽 일부분에 곰팡이가 생겨 페인트칠을 새로 해야 할 것 같다’는 등의 답변들을 했다.

아파트 자체에 균열 등의 하자가 생긴 경우를 제외하고는, 피해 금액이 그렇게 크지는 않아, 윗집 주인과 좋게 얘기해서 원만하게 해결해 보라고 조언해 주었지만, 이미 서로의 주장을 인정하지 않아 다툼이 발생했고, 감정의 골이 깊어져 결국 변호사 사무실에 문의를 했다고 한다.

원만한 해결이 어렵다면 결국 소송(소액사건 심판청구)을 통해 법원의 판단을 받아보는 수밖에 없는데, 이러한 설명을 듣고 “변호사의 도움을 받아 소송을 진행하고 싶다.”는 의뢰인들의 얘기에 차마 사건을 선임해 소송을 진행해 주겠다는 말을 하지 못했다.

의뢰인들이 입은 피해정도를 가지고 소송을 대리하게 된다면, 변호사 선임 비용 등 소송을 진행하는데 드는 비용이 피해금액의 몇 배를 상회해, 배보다 배꼽이 더 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당사자가 가장 답답했겠지만, 그렇다고 이러한 사건에 변호사를 선임해 더 큰 비용을 지출하도록 할 수는 없었기에, 어쩔 수 없이 구체적인 소송 제기 방법과 절차를 상세히 안내해주고 상담을 마무리 지을 수밖에 없었다.

법률 전문가의 도움을 받지 않고 일반인이 홀로 소송을 진행하기에 ‘소송 절차’가 상당히 복잡하고 까다롭다는 것을 알기에, 필자 역시 상담이 끝났음에도 답답하고 아쉬운 마음을 지우기 어려웠다.

위와 같은 고충을 겪고 있는 억울한 의뢰인을 여러 명 마주하다 보니, 아파트 이웃 간 분쟁이 생각보다 더 많이 발생하고 있다는 것을 느끼게 됐다.

또한, ‘2017년 인구주택 총 조사’ 내용에 따르면, 대한민국의 주택유형 중 아파트의 비율은 60.6%로, 단독주택 비율인 23.1%의 거의 3배에 이르고 있을 뿐만 아니라, 아파트들이 이미 상당 수준 노후화됐기 때문에, 이러한 주민 간 분쟁은 시간이 갈수록 더 많아질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이러한 점들을 고려했을 때, 더 많은 분쟁이 생기기 전에 하루 빨리 주민들이 접근하기 쉬운 분쟁 해결 제도가 만들어지면 좋을 듯하다.

그런데 사실, 우리는 이미 사건의 규모에 비해 복잡한 소송절차와 비용으로 인한 고충을 해결하는데 도움이 되는 유사한 제도적 개선을 경험한바 있다.

2017년 5월경 대한법률구조공단 산하에 설립한 ‘주택임대차분쟁조정위원회’가 바로 그것이다.

임대인과 임차인 사이의 ‘주택 임대차’와 관련된 법률 분쟁은 그 발생 빈도가 높았지만, 소송비용의 부담으로 인하여 온전한 분쟁해결을 하지 못하는 사례가 증가하자, 법원을 통한 ‘소송’ 이외의 간소한 분쟁해결 방법을 제도화 한 것이다.

이 제도를 이용하면, 임대차와 관련해 분쟁이 발생했을 경우, 주택임대차분쟁조정위원회에 의뢰해 ‘소송’보다 상대적으로 간단한 절차를 통해 신속하게 분쟁을 해결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위와 같은 새로운 분쟁 해결 수단을 제도화 한 경험이 있는 상황에서, 최근 급증하는 누수, 소음, 악취 등의 문제로 인한 아파트 이웃 간의 분쟁을 유사한 방법으로 간소하게 해결할 수 있는 제도를 새로이 만들어 시행한다면, 다툼이 더욱 쉽고 간단하게 해결되고 그로 인해 많은 국민들의 답답한 마음을 더 빠르게 해소해 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따라서 필자는 ‘임대차분쟁조정위원회’처럼, 아파트 이웃 간에 빈발하는 작은 규모의 다툼도 좀 더 접근하기 쉽고 간단한 절차를 통해 해결할 수 있는 새로운 제도가 마련되기를 바라본다.

/장웅주 변호사(변호사 최정원‧장웅주 법률사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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