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리보더의 작품 ‘Another Self Portrait’를 살펴보면 튼실하고 먹음직스럽게 보이는 닭다리 한 마리가 공원 벤치에 앉아서 무언가를 구경한다.

시선을 따라가면 뼈만 앙상하게 남은 두 개의 닭다리들에게 멈춰있다.

살 한 점 없는 매끈한 몸매가 부러운 듯, 튼실한 몸을 지닌 닭다리의 시선이 움직일 생각을 하지 않는다.

사물을 활용해 우리의 삶을 재치 있게 보여주는 사진작가 겸 메이커 아티스트 ‘테리보더’가 전주를 찾았다.

작가는 철사를 이용해 음식과 사물에 팔 다리를 붙여 인격화 된 캐릭터를 창조한다.

그렇게 새롭게 태어난 물건은 우리의 삶을 익살스럽게 보여주고 있다.

‘벤트아트(bent art)’라고 불리는 작가의 작품들은 소재 하나하나 섬세하게 관찰하고 묘사했다.

한국소리문화의전당 전시장에서 열리는 ‘테리보더-먹고, 즐기고, 사랑하라’는 세상의 이야기를 위트와 감동으로 표현한 아티스트의 소통방식을 고스란히 담았다.

은유와 풍자, 유머와 감성, 상상력 등을 시각적으로 표현하며 ‘비주얼 스토리텔링’에 능한 테리보더는 관객들이 공감하고 감정에 이입 할 수 있도록 유도한다.

특히 작가 자신의 경험담을 사물에 빗대 이야기를 펼쳐놓으며 진지하고 무거운 주제를 유쾌하게 비틀어낸다.

이를 테면 흰 계란이 ‘Colored Only'라고 적힌 부활절 계란 바구니 앞에서 슬퍼하는 장면을 담은 작품 ‘왕따 계란’은 인종차별의 부당함을 블랙유머로 구사해 풍자하거나 과거 인종차별의 상징인 백인 전용(White Only), 유색인 전용(Colored Only) 표지판을 연상시키도록 장치해 인종차별의 어두운 역사를 고발한다.

오는 12월 13일까지 열리는 이번 전시는 테리보더의 사진 작품을 비롯해 애니메이션, 메이킹 영상까지 70여점의 작품을 만날 수 있다.

관람료는 무료.

/박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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