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동의 시대속 80년간의 일상 이야기
층층이 풀어내··· 감사 마음-지혜 담아

논어를 읽지 않은 사람도 논어 위정 편에 나오는 오십유오이지우학(吾十有五而志于學), 삼십이립(三十而立), 사십이불혹(四十而不惑), 오십이지천명(五十而知天命), 육십이이순(六十而耳順), 칠십이종심소욕불유거(七十而從心所欲不踰矩)라는 유명한 이야기를 한번쯤 들어 봤을 것이다.

십오 세에 학문에 뜻을 두었고, 삼십 세에 문리가 트였고, 사십 세에는 미혹됨이 없었다.

오십 세에는 하늘의 명을 알며, 육십 세에는 남의 말이 귀에 거슬리지 않고, 칠십 세에는 하고자 하는 말을 하는 데도 거침이 없더라.

늘그막에 공자가 삶의 궤적을 반추하며 나이와 배움의 성장과정을 말하고 있다.

공자의 말씀에 따라 일생을 살아 온 저자 강병문씨가 삶의 길목에서 돌아 본 자신의 흔적을 기록해 자서전으로 펴냈다.

‘세상에 둘도 없는 나의 이야기, 마음을 담다(신아출판사)’ 속에는 일제강점기 때 태어나 광복을 맞고, 한국전쟁까지 격동의 시대 속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던 그때의 생활상부터 30년간 몸담았던 교직생활의 추억, 그리고 현재의 모습까지 80여 년의 세월을 층층이 담고 있다.

질곡진 인생을 견뎌 온 저자는 기나긴 세월 동안 체득한 것들을 토대로 자신의 이야기를 줄줄이 써내려 간다.

저자는 지극히 사소하고 개인적인 이야기를 딱 알맞게 조리해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지나치게 개인적이지도, 그렇다고 불친절하지도 않은 적당한 거리를 유지한 채 일상의 이야기를 담담히 보여주고 있다.

그래서 이야기를 곱씹을수록 간이 알맞게 밴 음식처럼 꿀떡 삼키기에 더없이 좋다.

뿐만 아니라, 삶을 먼저 살아온 선배로써 인생의 지혜를 제시한다.

그가 제시한 것들은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보이지만, 실은 우리 몸에 꼭 필요한 영양소와 같아서 마음을 건강하게 만드는 역할도 수행해낸다.

가령 갑작스럽게 아버지를 여의고 가난에 짓눌렸던 시절을 반추하는 저자의 태도는 ‘우울감’이나 ‘원망’ 대신 ‘감사함’으로 가득하다.

어려웠던 순간이 있었기에 지금의 자신이 존재할 수 있었다고 감사해하며 지나간 시간에 대한 감사, 함께 해준 이들에 대한 고마움, 그리고 지난 걸 정리하고 남은 걸 대비하려는 저자의 마음이 326쪽 분량에 오롯이 담겨져 있다.

이현식 시인의 축시를 통해 저자의 심성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세월의 나이테에 흠집이라곤/눈 씻고 찾아보려야 볼 수 없는 靑靑巨木으로/향리울 밖을 넘보지도 거들떠보지도 않는/소박하기가 이를 때 없는 작은 거인이다//오직 후학을 위한 師道의 길을 천직으로 고집/정석과 신뢰로 이어진 바탕의 길을 묵묵히 내딛어 지성인의 師表가 되었다(중략)” 시인은 80년 동안 저자가 어떻게 살아왔는지 정확하게 보여준다.

단순히 일생을 말하는데 그치지 않고, 사람을 통해 앞으로 나아가야 할 지혜를 배울 수 있도록 하고 있다고 정의 내린다.

저자 강병문씨는 서문을 통해 “내 나름대로는 후회 없는 삶의 길을 걸어왔다”며 “송구스럽지만 그간 살아온 삶을 진솔하게 남기고자 평생 처음이자 마지막 저서로서 자서전을 펴낸다”고 밝혔다.

순창북중학교에서 교사를 시작해 교감과 교장을 역임한 저자는 국사편찬위원회 사료조사위원, 옥천향토문화사회연구소 순창소장, 순창향교 전교 등으로 활동했다.

현재는 순창향교 상임고문으로 지낸다.

1970년과 1979년 두 차례 문교부 장관상을 수상했고 1997년과 2005년 대통령표창을 받았다.

/박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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