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교부 건설산업 혁신방안 발표
종합-전문간 업역규제 단계적 폐지
직접시공 원칙 상대 업역기준 따라
10억미만 공사 종합간 하도급 금지
2020년부터 유사업종 통합 대업종화
자본금 요건 50% 하향 공정경쟁을
우량전문건설업 원도급 직접 받아

소규모 업체 수주기회 잃을 우려
업무분류 40년간 이어져 비판
전문건설업 부실 하도급 원인
비효율적 생산구조-기술력 부족
업역규제 폐지 건산법 개정 예정
이해관계 떠나 산업혁신 의지를

40년 건설업계 ‘업역 칸막이’가 허물어진다.

정부와 산업계, 학계 등이 경쟁력 강화를 위해 공감대를 형성했다.

건설산업의 혁신방안을 찾기 위한 신호탄을 쏘아올린 것이다.

혁신방안에는 기술•생산구조•시장질서•일자리 등 4대 핵심사항을 담았다.

하지만 우여곡절도 많았다.

업역 개편방향을 놓고 종합과 전문건설 사이에 미묘한 신경전이 펼쳐졌다.

업계는 로드맵 합의 전까지 큰 틀에는 공감하나 각론에서 불만스러웠다.

결국 노·사·정은 지리한 논쟁 끝에 ‘건설 생산구조 혁신 로드맵’에 최종 합의했다.

아직도 절차는 많이 남아 있다.

업역규제를 폐지하는 내용의 건설산업기본법을 연말까지 개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업종과 등록기준 개선방안도 하위법령에 담아야 한다.

그 다음 공은 국회로 넘어간다.

건설산업의 체질 개선을 위한 노력과 주요 내용, 쟁점을 들여다봤다.
/편집자주  


▲건설업계 40년 ‘칸막이’ 업역규제 허물어  

건설산업은 지난해 기준 GDP 성장기여도가 39%에 달했다.

경제를 지탱해온 주력산업으로 손색이 없었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서민 일자리 창출과 경상수지 개선에도 기여했다.

하지만 오랜 시간이 흐르면서 성장 잠재력의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이는 건설산업 혁신방안 수립의 도화선이 됐다.

지난 6월 국토교통부는 건설산업의 체질개선을 위한 ‘건설산업 혁신방안’을 발표했다.

이후 국토연구원이 ‘건설산업 생산체계의 개선방안’ 연구용역의 중간 결과를 내놨다.

개선 방안이 공개되자 업계의 반응은 싸늘했다.

취지에는 공감했지만 업종별로 각기 다른 부분에서 불만을 드러냈다.

결국 지난달 29일 건설산업 혁신방안이 우여곡절 끝에 입법예고됐고, 지난 7일 ‘건설산업 생산구조 혁신 로드맵’ 합의에 골인했다.

이날 대한건설협회와 대한전문건설협회, 양대 노총 건설노조 등은 한목소리로 로드맵을 수용했다.

노사정이 합의한 ‘건설산업 생산구조 혁신 로드맵’의 주요 내용은 크게 3가지다.

업역규제 폐지, 업종 개편, 등록기준 조정 등이다.

로드맵의 핵심은 지난 1976년 도입된 업역규제를 단계적으로 폐지해 종합과 전문건설업 간 상호시장 진출을 허용한다는 것이다.

예컨대 도로공사의 경우 오는 2024년부터 세부업종을 등록한 전문건설업체가 다른 업체와 컨소시엄을 구성하면 종합건설업 진출이 가능해진다.

또 실내건축업체만 허용하던 실내 인테리어 공사엔 종합건설업체도 진출할 수 있게 된다.

다만 상대 업역에 진출할 때에는 직접시공을 원칙으로 했다.

또 입찰, 시공 중에는 기술자, 장비 등 상대 업역 등록기준을 충족시키도록 했다.

이같은 업역장벽 철폐는 무리없는 정착을 위해 2년 간의 유예기간을 거친다고 명시했다.

합의사항은 오는 2021년부터 발주자 역량이 높은 공공공사에 우선 적용된다.

이후 2022년 민간공사로 확대하는 등 단계적으로 시행될 예정이다.

피해가 예상되는 영세기업을 위해 10억원 미만 공사의 종합 간 하도급도 금지했다.

또 종합업체의 2억원 미만 전문공사 원도급은 2024년부터 허용하는 보호대책을 세웠다.

또다른 로드맵의 핵심은 업종체계 개편이다.

업종체계 개편은 단기와 중장기 방안으로 진행될 계획이다.

당장 내년부터 타 업종과 분쟁이 잦거나 전문성이 낮은 업종을 중심으로 단기 개편방안을 마련할 예정이다.

오는 2020년부터는 현행 29개로 세분된 전문업종을 유사 업종별로 통합해 대업종화해 나가게 된다.

다만 소비자가 적합한 업체를 선택할 수 있도록 건설업체의 세부 실적, 기술자 정보, 처분 이력 등을 공개하는 ‘주력분야 공시제’가 도입된다.

등록기준도 조정된다.

시공능력과 큰 관련이 없는 자본금 요건을 2020년까지 50% 수준으로 단계적 하향 조정하고, 전문인력 요건을 자격등급 중심에서 현장경험 중심으로 개편한다.

이를 위해 등록기준에 기술자의 건설현장 근무이력 등을 추가할 방침이다.

국토부는 건설산업 생산구조 혁신 로드맵이 시행되면 종합과 전문건설업 간 공정경쟁이 촉진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또한 건설업체 선택권 확대, 직접시공 활성화, 다단계 생산구조 개선에 따른 생산성 향상도 기대하고 있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 관계자는 “건산법 틀 안에서만 추진되는 종합과 전문건설 간 업역•업종 개편안을 수용한다는 것이 힘든 일 일수도 있지만, 건설산업 생산성 혁신을 이루려면 건축설계와 시공 간 칸막이 해소 등 큰 그림을 그리는데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기술력•규모 따라 희비”…“시장 커지는 효과”  

건설업계는 이번 합의로 40년 해묵은 업역규제에서 벗어나 종합시공과 전문공사의 상호 진출 기회가 열린 것에 긍정적 입장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일부 부작용 등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흘러나오고 있다.

규모가 작은 영세 업체들이 수주 기회를 잃고 도태될 수 있다는 걱정이 도사리고 있기 때문이다.

우선 전문건설업계 반응은 기술력과 규모에 따라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시공능력이 있는 우량 전문건설업체들은 복합공사 원도급을 직접 받을 수 있는 길을 트게 됐다며 환영하는 분위기다.

건설업계가 10억원 미만의 공사에서 소규모 종합건설업체와 중대형 전문건설업체의 경쟁이 치열할 것으로 전망하는 이유다.

대한전문건설협회 관계자는 “10억원 미만 공사는 직접 시공을 위주로 하는 사업장으로 고도의 기술과 난도가 필요한 것은 아니어서 전문업체의 진출이 활성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한 “아파트 등 주택보다는 토목 공사에서 사업이 확대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종합건설업체들도 중소 건설사를 중심으로 일감 확대를 기대하는 분위기다.

대한건설협회 관계자는 “종합업체 가운데서도 소형 업체들은 직접 시공능력만 갖춘다면 전문업체들이 해온 단종 공사 수주가 가능해지는 것 아니냐”며 “종합업체가 전문업체가 아닌 종합업체에 다시 공사 하도급을 줄 수 있게 됨에 따라 시장이 커지는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건설산업 혁신 방안’은 종합과 전문건설업 등록기준 재편과 부실기업 퇴출 강화 등을 목표로 제시됐다.

그동안 종합업체는 종합적 계획•관리•조정을 하면서 시설물을 시공하는 공사를 담당했다.

토목건축공사, 토목공사, 건축공사, 조경공사, 산업환경설비공사 등으로 분류돼 왔다.

반면, 전문건설업체는 시설물 일부나 전문 분야에 관한 건설공사를 전담했다.

전문건설업은 실내건축공사, 도장공사, 수중공사, 토공•석공사업 등 20개 넘는 공사로 세분돼 있다.

이 같은 업무 분류는 40여년이 지나도록 바뀌지 않았고 여기저기서 구시대적 제도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전문공사 2개 이상의 복합공사를 종합건설업체가 담당하고 전문건설업체가 하도급을 받도록 되어 있어 부실 하도급 구조의 원인이 된다는 지적도 받았다.

업계에서는 이번 업역규제 폐지에 따라 앞으로 10억원 미만 공사에서 소규모 종합건설업체와 중대형 전문건설업체의 경쟁이 더 치열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또 현재 약 4만여개의 전문업체 가운데 10% 정도인 3000~4000여개의 업체는 종합건설 수주시장에 진출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건설산업 생산구조 혁신 로드맵이 본격 시행될 경우 종합과 전문건설 기업 간 공정경쟁 촉진으로 시공역량 중심의 시장 개편이 예상된다.

발주자가 건설업체를 선택할 수 있는 선택권이 확대되고 직접시공 활성화와 다단계 생산구조 개선에 따른 생산성 향상도 기대된다.


▲‘칸막이’ 없애고 공정경쟁 속으로…  

건설업계는 수십년 동안 종합과 전문건설업 사이에 공정경쟁을 가로막고 있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이후 건설산업 구조는 점점 고착화됐고 갈등도 이어졌다.

그동안 전면적인 개선 논의가 제기됐으나 쉬운일만은 아니었다.

‘칸막이식’ 규제에 따라 물량을 안정적으로 보장받을 수 있는 일부 업계의 강력한 반발로 규제 폐지가 지연돼 왔다.

이에 따라 정부는 하나의 방안으로 ‘건설산업 혁신방안’이라는 카드를 꺼내들었다.

비효율적 생산구조와 낮은 생산성, 기술력 부족 등으로 위기가 심화되는 건설산업을 바로잡겠다는 것이었다.

결국 지난 6월 건설산업 혁신방안을 발표하게 된 것이다.

국토부는 연말까지 업역규제 폐지를 위한 건설산업기본법을 개정할 예정이다.

건산법 개정이 완료되는 대로 업종과 등록기준 개선방안도 하위법령에 담을 계획이다.

향후에도 로드맵의 이행을 위해 업역규제 폐지를 위한 건설산업기본법 개정안 발의 등을 국회와 협의해 나갈 방침이다.

이와 병행해 건설업계와 노동계 등 이해관계자와의 지속적인 소통과 의견수렴을 통해 로드맵을 보다 구체화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건설산업연구원 이홍일 연구위원은 8일 “건설경기 하락 속도가 과거에 비해 배 이상 빨라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내년 건설투자 감소로 경제성장률이 0.

4%포인트 하락하고 취업자 수도 9만2000명 줄어드는 부정적 영향이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또한 “건설경기 하락이 거시경제에 미칠 충격을 줄이기 위해 국회에서 내년 SOC 예산을 늘리고 도시재생, 생활형 SOC 등 정부 추진 사업의 속도를 높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건설산업의 위기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대목이다.

지속가능한 건설산업의 성장을 위해 근본적인 체질을 개선해 나가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

노사정 선언식에서 김현미 국토부장관은 “40년간 이어져온 칸막이식 업역규제는 허물어야 할 낡은 규제인데도 복잡한 이해관계 때문에 풀지 못하고 있었다”며 “당장 유불리를 떠나 산업혁신의 의지를 가지고 이번 개편 방안에 합의한 건설업계에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지난 40여년 동안 건설업계는 경쟁 아닌 경쟁을 이어왔다.

이해득실을 따지자면 할말도 많겠지만 건설업계 체질 개선을 위한 노력에 모두가 한마음 한뜻으로 나서야 할 때”라고 말했다.

/이신우기자 ls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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