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한 크기-화려-섬세함에 압도
거대한 크기-화려-섬세함에 압도
  • 조석창
  • 승인 2018.11.12 17: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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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광대 김범수교수팀
모사통해 정신까지 재현

전주박물관 오늘까지
단 5일간만 공개전시

현존하는 고려불화중
가장 크고 화사 명확해
고려왕실 화풍 엿보여

2년 8개월 걸쳐 작업
원본 옛모습에 충실

채색 고색복원 재현
원화 현재크기 초점

문화재는 한 국가 민족, 더 나아가서는 인류가 살아온 모든 것을 알 수 있는 척도이다.

시간과 공간에서 예술작품이 갖는 유일무이한 현존성은 종교적 의식이라는 차원에 근거하여 아우라적 존재방식으로 전통시대의 예술작품을 규정하는 척도가 되어왔다.

문화재는 우리가 살아왔던 역사의 증거물이며 그 나라를 상징하는 아이콘으로서 단순히 유형의 의미를 떠난 국민의 자긍심을 대표하는 것이다.

문화재는 세월이 지나면서 열화가 되고 또 소멸되어 버린다.

특히 회화문화재는 다른 장르의 문화재에 비해 열화나 손실이 가장 취약한 것이 사실이다.

이러한 점을 보완하기 위해서는 보존수복 분야에서 끊임없이 연구하고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편집자주

 

전주박물관에 주목할 만한 전시가 진행돼 관심을 받고 있다.

이달 10일 전주박물관에서 공개된 원광대 김범수 교수팀 재현작 원본인 일본 가라가쓰시 가가미진자(鏡神社) 소장 수월관음도(水月觀音圖)는 현존하는 고려불화 중 가장 화면이 크고(245.2cm×429.5cm) 화격이 뛰어난 명작으로서 주목받아 왔다.

사람 키의 몇 배가 되는 거대한 크기.

그러면서도 그 지극한 화려함과 숭고미, 그리고 섬세한 표현은 이루 말로 다 할 수 없다.

지난 2003년 샌프란시스코 순회 전시회 당시에 엄청난 반향을 일으킨바 있으며 미국 뉴욕 타임즈는 ‘It is the equivalent of the Mona Lisa(이 작품은 모나리자와 같은 가치를 지닌다)’고 극찬했다.

이 작품의 제작연대는 고려 충선왕2년 1310년(지대 3년)으로서 1359년 왜구에 의해 약탈되었다.

현재까지 알려진 기년명 수월관음도 중에서 가장 이른 시기에 제작된 작품으로 1310년 5월에 충선왕의 후궁인 김씨의 발원에 의해 8명의 화원이 조성하였다고 전해진다.

이 수월관음도를 발원한 충선왕의 후궁 김씨는 고려 충렬왕 숙비였다가 다시 충렬왕의 아들 충선왕의 숙비가 된 여인이다.

당시 최고 권력자가 발원하고 관청에 소속된 화사들에 의해서 제작된 고려왕실의 고격한 화풍을 살펴볼 수 있다.

이 작품은 제작연대뿐 아니라 기록에 의해서 발원자 및 화사가 명확히 알려진 불화로서 중요한 가치를 지닌다.

특히 에도(江戶)시대의 기록을 보면 가로 270cm, 세로 500cm였다고 되어 있어 현재 네 변이 조금씩 잘린 채 화면 오른쪽 하단의 작은 선재동자와는 달리 거대 보살이 화면 상단과 하단을 압도적인 흐름으로 지배하는 시선의 구도가 숭고한 환영을 불러일으킨다.

최근 일본에서 엄청난 재력과 공력을 들여 이를 재현해냈는데, 도저히 그 미감과 분위기를 잡아내지 못했다고 한다.

모사(模寫)를 통한 재현은 단순한 복제와는 달리 철저한 고증과 연구를 통해 같은 재료와 기법 그리고 그 정신성까지도 이어받아 재현하는 것이다.

이는 원화를 재현하는 기술이나 재료연구를 포함, 그 작품이 만들어진 당대성에 관한 연구까지를 포함하는 것이다.

모사복원을 통하여 또 하나의 새로운 문화재를 만드는 것은 전통을 계승하는 것이고 문화의 역량을 강화시키는 것이다.

이번 전주박물관에서 최초 공개 되는 김범수교수팀 재현작 수월관음도의 형상은 원본이 가지는 옛 모습으로 복원하되 채색은 고색 복원하여 재현되었으며 원화의 현재 크기와 복원에 초점을 두어 제작해 낸 작품이다.

재현 과정에는 김범수교수팀 5명의 복원 전문가(김범수, 김재민, 김연수, 조상완, 정경아)가 참여하여 2년 8개월에 걸쳐 완성하였다.

원광대학교 김범수 교수는 우리나라 최초로 회화문화재 모사복원분야를 개척한 인물로서 해외로 반출된 수많은 우리나라의 회화 작품을 재현해 내고 국내의 중요 회화문화재들을 재현, 복원해내고 있는 국내 회화문화재 보존 수복 전반의 질적 향상을 도모한 모사복원 전문가이다.

그는 원광대학교 동양학 대학원 회화문화재 보존수복학과 교수로 재직하며 모사복원 전문가 양성교육에 힘쓰고 있으며 또한 전국의 문화재에 관련된 중요 업무를 수행 및 심의 주관하고 있는 인물이다.

이번에 공개되는 김범수 교수팀의 재현작 수월관음도는 그간의 어떤 재현작보다도 원본에 충실한 조형과 미감, 재료와 기법 나아가 그 정신성까지 여법하게 표현해 낸 작품으로 평가 받고 있다.

문화재 재현과 보존은 모든 원작의 일회적 현존성을 극복하려는 시도에서 출발되며 무한 복제가 가능한 시대에 오리지널에 대한 의미를 새로이 묻고 지난 수천 년의 문화사적 흐름인 재현의 가치를 되새기는 일이다.

곧 맞딱드리게 될 현실과 가상의 경계가 무너지는 4차 산업혁명시대에 오리지널에 대한 정신을 이즈음에서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된다.

오리지널의 탄생과정을 방기하거나 물질과 공간에 대한 역사성을 놓쳤을 때 그동안 인류가 몸으로 터득하고 땀으로 축적한 기술과 거기에 담긴 원작의 의도를 잃어버릴까 염려가 되는 것이다.

이번 수월관음도 공개와 더불어 김범수 교수의 후학들이 모여 마련한 ‘문화재 재현의 방법과 모색전’ 및 학술대회 ‘채색 안료와 염료의 세계’가 전주박물관에서 이달 10일 개최됐으며 전시는 24일까지 진행된다.

수월관음도는 10일부터 14일까지 단 5일간 공개전시 될 예정이다.

이번 전시와 학술대회는 새로운 시대의 전환점에서 우리가 잃지 말아야 할 법고창신의 기본 정신을 일깨우는 계기가 될 것으로 생각된다.

/조석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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