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대료 치솟자 빈점포 늘고
정체불명 음식-시설 넘쳐
재생프로젝트 시선 곱잖아
훼손된 전주이미지 부활을

전주 생활문화바탕 형성
전성기인 지금이 변할때
마구잡이 상업화 손대고
한복-한지 등 융복합시도
한달살기 체류관광 맞춰
관광지내 주민 삶 고려

전주한옥마을이 위기다.

임대료가 하늘 높은 줄 치솟고 이에 따라 빈 점포가 늘고 있다.

한옥마을 내 한 상인에 따르면 상가 앞에 ‘임대’ 글자를 내건 곳이 70여곳에 달한다고 한다.

임대글자를 내걸지 않았다 하더라도 조만간 비슷한 상황에 처할 상가까지 합한다면 장사가 되지 않는 상가는 셀 수 없이 많다는 게 이 상인의 증언이다.

그만큼 장사가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한옥마을 정체성’ 논란이 회자된 시절이 있었다.

불과 4~5년 전 일이다.

당시 한옥마을은 넘쳐나는 관광객과 이에 따른 갖가지 정체불명의 판매시설들이 우후죽순 들어서면서 정체성 논란까지 야기시켰다.

고즈넉한 한옥의 매력은 온데 간데 없고 족보를 알 수 없는 이상한 음식들과 중국산 제품들이 넘쳐 흘렀다.

전통이 보존되고 전통이 존재해야 할 한옥마을에 정체를 알 수 없는 음식과 제품들이 즐비하면서 한옥마을 정체성 지키기에 관련된 목소리가 크게 제기된 것이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한옥마을 정체성’은 소리없이 사라졌다.

전통을 지켜야 한다는 사고방식에서 벗어나 경제적 논리가 깊게 작용되면서 한옥마을을 이제 다른 관광지와 별다른 차이가 없는 단순한 관광지로 전락했다.

단지 한옥 몇 채 만이 한옥마을임을 알 수 있을 뿐이다.

관광객들의 변화도 눈에 띈다.

당초 한옥마을 초기엔 가족단위 관광객들이 즐겨 찾았다.

어느 날부터 가족단위 관광객은 젊은 남녀 관광객들에게 바통을 넘겨 줬다.

어느 순간부터 한옥마을엔 이상한 한복을 입은 젊은 관광객들로 붐비기 시작했다.

관광객들의 주요 층이 변화하다보니 한옥마을 상가도 그 추세를 따라갔다.

민박이나 음식점들은 장사가 되지 않았고 젊은 관광객들의 입맛과 호기심만 자극시키는 길거리 음식과 정체를 알 수 없는 전기 바이크 등이 한옥마을을 덮을 뿐이었다.

게다가 상가 임대료는 천정부지로 치솟아 상인들은 울상을 짓고 있으며, 이런 악순환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전주시도 관련 대책을 마련하고 있지만 한옥마을의 변화추세를 따라가지 못하는 모양새다.

한옥마을 관광객들이 가족단위에서 젊은 관광객들로 급격하게 세대교체가 이뤄짐에 따라 관련 대책을 마련했지만 별다른 효과가 없는 모양새다.

지난 14일엔 전주시는 주민들이 주도하는 마을자치회 구성을 통해 살기좋은 마을, 지속가능한 여행지로 만드는 ‘한옥마을 재생 2.0 프로젝트’ 방안을 제시했다.

이를 위해 한옥마을 내 자생단체와 주민, 상인, 건물주 등 주민들이 주도하는 마을 자치회 구성을 통해 한옥마을의 다양한 문제를 해결할 예정이다.

하지만 이에 대한 시선은 곱지 않다.

기존에도 마을주민자치회 비슷한 단체 구성 시도는 많았으나 별다른 효과를 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또 주민자치회에 일정 부분 이상의 권한을 부여하지 않을 경우 허상 뿐인 조직에서 벗어나지 못할 가능성도 매우 큰 상황이다.

한 시민은 “한옥마을은 한옥이란 상품보다 커피, 꼬치 등 젊은 관광객들의 트랜드만이 반영된 상품만이 존재하고 있다.

그러다보니 정체성 결여와 관광의 질적 수준 저하, 콘텐츠 빈약 등으로 재방문을 통한 지속가능한 관광지로서 기대가치가 점점 낮아지고 있는 상황이다”며 “이런 상황은 급격한 관광지화에 따른 환대 서비스 결여에 따른 결과로 전통문화와 음식으로 대변하는 전주의 이미지 훼손으로 작용한다. 관련 대책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다”고 밝혔다.

/조석창기자 

# 위기를 탈출할 방안은

전주한옥마을은 풍남동과 교동 일대를 중심으로 한옥이 밀집된 공간적 특성을 갖고 있다.

여기에 100년이 넘는 긴 역사 속에서도 건물의 형태와 구조, 골목길 등이 대부분 그대로 보존 되어 오면서 색다른 분위기를 형성했다.

서울 북촌과 안동, 경주 등에서도 한옥마을이 형성되긴 했으나 전주만큼 큰 규모를 자랑하지도 생활문화를 바탕으로 자연스럽게 형성된 공간도 아니었다.

때문에 전주한옥마을이 품고 있는 ‘한국적’, ‘고즈넉함’, ‘정감’ 등에 이끌린 관광객들은 하루가 멀다 하고 전주를 방문했다.

2000년대 후반부터는 주말이 아니어도 한옥마을의 상가와 거리, 골목길에서는 사람들로 넘쳐났다.

그렇게 매년 한옥마을을 찾는 관광객들이 늘어났고 비로소 ‘천만관광객 시대’를 열었다.

전성기를 누리고 있는 전주한옥마을이지만 전문가들은 지금이 변해야 때라고 말한다.

지속가능한 한옥마을이 되기 위해서는 상업화 보다는 한옥마을 원형을 보존하고, 관광객 수를 늘리기 보다는 거주민들의 삶을 최우선으로 생각해야만 한옥마을 고유의 가치를 지켜낼 수 있다는 것이다.

전주대 관광경영학과 최영기 교수는“한옥마을이 지속되려면 가장 먼저 ‘상업화’규제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그는 “한옥마을에 들어서면 한옥의 아름다움이나 조화로움은 볼 수 없다. 대신 각종 대여점들이 즐비하게 늘어서 있고, 꼬치나 아이스크림 등 정체를 알 수 없는 먹거리들로만 가득하다”며 “상업화로 인해 한옥마을의 본질 자체가 사라지고 있다. 이런 상태가 이어진다면 결국 한옥마을은 오래 갈 수 없다”고 지적한다.

전주한옥마을에 매겨지는 가치는 실로 어마어마하다.

전통문화를 계승하고 발전시키는 창조적인 영역임과 동시에 환경과 구조에 맞게 발전해오면서 축적해 온 근현대의 주거 형태를 압축적으로 보여주기 때문이다.

게다가 한옥을 중심으로 한복, 한지, 소리, 차(茶)등 한국적 콘텐츠를 통해 ‘한국문화’를 알릴 수 있는 공간이 바로 전주 한옥마을이다.

만일 계속해서 상업화가 이뤄진다면 수많은 가치들을 제 손을 없애는 꼴이 되는 셈이다.

아울러 최 교수는 한옥마을에 관광객들이 줄어드는 요인으로 현재의 소비패턴을 꼽았다.

그는 이성적인 계획아래 합리적인 소비를 미덕으로 여기고 사치를 경계하던 과거와 달리 자기만족과 행복을 최우선에 둔 소비가 보편화된 오늘날 우리 사회의 가장 큰 화두는 ‘감성’이라고 했다.

즉,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비합리적이고 충동적인 소비가 더 이상은 흠이 아니라는 것이다.

최 교수는 “전남 여수는 바다와 육지가 조화를 이루고 있다. 그곳에는 밤바다가 있고, 거리에는 낭만포차가 있다. 젊은이들은 바다 앞에서 노래를 부른다. 해산물을 비롯해 먹거리도 풍성하다”며 “근래 여수에 관광객들이 몰리는 이유가 바로 감성적 요소들이 들어있기 때문이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러나 감성이 사라진 한옥마을은 자꾸 이성적 접근만을 하게 된다. 주차는 어디에 해야지? 생각했던 것보다 맛이 별론데? 왜 이렇게 쓰레기가 많지? 사람은 또 왜 이렇게 많아? 등 이성적인 시각들로 접근하게 되는 것들이 늘어나고 있다”고 덧붙였다.

결과적으로는 냉정하게 바라봐야 하는 여러 지점들이 생기기 시작하면서 피로도만 쌓인 여행지로 변하고 있다고 했다.

결국 한옥마을이 가져가야 할 것은 본래 한옥마을이 가지고 있던 ‘정체성’을 되짚고 매력을 되살리는 일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전주시의회 김남규 의원은 관광지로써 상업적인 변신이 가져오는 화려함과 번잡함보다는 원주민을 보호하는 게 먼저라고 말한다.

한옥마을이 마을로써 형성한 주거형태적 가치는 그 무엇보다 높기 때문이다.

아울러 한옥마을에 자리하고 있는 각종 문화시설(최명희 문학관, 소리문화관, 부채박물관 등)에 대한 개편이 필요하다고 했다.

김 의원은 “한국의 문화가 녹아있고, 향수를 자극하는 한옥마을에는 고즈넉함이 있었다. 작은 골목 사이로 서로가 이야기를 나누는 정다운 모습을 되살려 주민들이 살기 좋은 공간을 만드는 게 한옥마을이 오래도록 지속할 수 있는 핵심이다”고 말했다.

이어 “미술관, 박물관, 문화시설은 거의 다 비슷한 형태로 존재한다. 이제는 한옥마을에 있는 문화시설들이 융·복합하는 시도가 필요하다. 이를테면 술과 소리를 결합하거나 부채와 종이를 합치게 된다면 보다 풍성한 콘텐츠가 생성돼 지역만의 특색을 갖출 수 있다”고 덧붙였다.

관광지인 한옥마을이 사람들의 밀집도가 높은데 비해 쉴 공간이 없어서 스치듯 들렀다 가는 게 안타깝다며 무엇보다 ‘쉼터’ 조성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김 의원은 “사람은 많은데 쉴 공간이 따로 없다. 고즈넉하게 한옥을 바라보고 바람도 쐬면서 온전히 한옥의 정취를 만끽할 수 없기 때문에 빨리 왔다가 가버린다”며 “쉼터로써의 기능을 강화해 힐링적 여운을 준다면 오랫동안 공간에 머물고 싶을 것”이라며 “관광지로써의 불야성을 없애고 밤에는 달도 구경하고 산책도 할 수 있도록 만들어 한국적 감성을 느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최영기 교수 역시 주민들이 살기 편안한 공간으로 바뀌는 것이 한옥마을의 지속성을 높이는 지름길이라고 설명한다.

최 교수는 “요즘은 관광에 일상이라는 표현을 많이 한다. 특히 국내관광은 정말 일상화가 됐다. 그만큼 특별한 일이 아닌 셈이다. 때문에 이제는 관광지 안에서 생활하는 주민들의 삶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근래 효리네 민박이라는 프로그램이 인기를 얻으면서 잠깐 왔다 가는 여행의 형태가 아닌 ‘한 달 살기’가 유행처럼 번졌다. 여행자들이 거주를 목적으로 전주한옥마을을 방문했을 때 이곳에서 주거하는 이들의 삶을 먼저 보게 된다. 결국 그게 내 삶의 질과도 연결되기 때문이다. 관광객이 아닌 지역주민들의 삶이 좋아져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고 말한다.

이어 “특히 주민들이 한옥마을에 머무르는 것에 대한 자긍심이 있어야 더 많은 사람들이 오고 싶은 공간이 된다. 관광객만을 유치하는 전략보다는 주민의 삶이 좋아지고 여유로워지는 정책이 한옥마을이 나아가야 할 방향이 아닐까 싶다”고 밝혔다.

/박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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