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천동어사길 첫 명소 제15경 월하탄 두줄기 폭포 아름다워
계곡~백련사까지 5km구간 어사 박문수 일화 지명 유례
16경 인월담-19경 비파담-32경 백련사 가는 곳곳 장관

전라도 정도 천년을 기념해서 지정한 '전북 천리길' 소개에서 무주 구천동어사길이 빠지면 서운하겠죠?
무주 구천동에는 아름다운 명소 33경이 있는데 무주 '구천동어사길'은 16경부터 만날 수 있습니다. 숲이 주는 편안함과 계곡의 아름다움을 함께 느끼며 걸을 수 있는 곳 무주 구천동어사길을 찾아 떠납니다.

구천동어사길은 무주 구천동 주차장에서 시작됩니다. 넓은 주차장이 무료 개방해 편하게 주차를 할 수 있습니다.
어사길을 찾아가려 하는데 붉게 물든 단풍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옵니다.

주차장을 나와 상가를 지나게 됩니다. 상가 앞으로는 맑은 계곡물이 흐르고 있습니다. 어사길을 따라 힘차게 달려 흘러온 물길입니다. 계곡 주변의 풍경도 완연한 가을 분위기입니다.

도로를 따라 계속 올라가면 구천동 계곡 입구가 나옵니다. 이곳부터는 차가 갈 수 없습니다. 길은 차량이 통행할 수 있을 정도로 넓게 되어 있지만 계곡의 환경 보전과 등산객의 안전을 위해 통제를 하고 있습니다. 넓은 길을 따라 걸어 올라갑니다. 계곡을 따라 이어지는 길은 완만한 오르막길이랍니다.

주변 경치를 감상하며 숲길을 편안하게 걸을 수 있어 좋습니다. 오른쪽 옆에는 계곡이 흐르고 있어 운치 또한 말할 것이 없고요. 그렇게 얼마나 걸었을까 계곡 앞에 구천동 33경 안내 표지가 나옵니다. 구천동어사길을 가면서 처음으로 만나는 구천동 명소인데 제15경인 월하탄(月下灘)입니다. 월하탄(月下灘)은 선녀들이 달빛 아래 춤을 추며 내려오듯 두 줄기 폭포수가 기암을 타고 쏟아져 내려 푸른 담소를 이루는 아름다운 곳입니다.

월하탄(月下灘)을 지나면서 계곡에 놓인 다리를 건넙니다. 이곳이 기존의 구천동 계곡길과 구천동어사길이 갈라지는 곳입니다. 우측으로는 야영장으로 가는 길도 있고요.


# 숲과 계곡을 오가며 걷는 '구천동어사길'

주차장에서 이곳까지 걸어온 길은 예전에 있던 구천동 계곡길입니다. 구천동어사길을 가기 위해서는 이 길을 지날 수밖에 없어 전체 구천동어사길에는 포함을 하고 있지만 실제 구천동어사길은 이곳에서 시작해서 백련사까지 5km 구간을 말합니다.

구천동 지명은 조선 시대 '향적봉기(香積蜂記)'라는 기행문에 구천 명의 승려가 수도했던 곳이라고 기록한 것에서 유래되었다고 합니다. 구천동어사길은 계곡에 자리 잡고 살던 지역 주민들이 이용했던 길입니다. 조선 시대 유명한 암행어사였던 박문수가 구천동에서 자신의 위세만을 믿고 이웃 주민들에게 횡포를 부리는 자들을 벌하고 도리를 바로 세웠다고 하여 '어사길'이라고 부르게 되었답니다.

구천동어사길은 계곡 옆으로 난 숲길입니다. 좁은 숲길인데 옛 분위기가 그대로 느껴집니다. 길 주변에는 키가 작은 조릿대가 많이 보이는데 그만큼 오랫동안 잘 보전된 숲이라는 의미입니다. '어사길' 숲에도 단풍이 잘 들었던 흔적은 그대로 남아있는데 절정기가 지난 것 같아 그것이 못내 아쉽네요.

숲속에는 중간중간 생태놀이터가 있습니다. 아름다운 숲과 계곡이 함께 있어 생태놀이터로는 안성맞춤인 것 같아요.

구천동어사길은 자연 지형을 그대로 활용해서 만들어진 길이기 때문에 계곡에서 잠시 멀어지기도 했다가 다시 계곡 바로 옆을 지나기도 합니다. 계곡 옆을 지날 때마다 맑은 계곡물의 유혹에 빠져 잠시 머물다가 갑니다.

이번에는 구천동 33경 중에서 제16경인 '인월담(印月潭)’  폭포를 만났습니다. '인월담' 폭포는 무주 구천동 3대 명소로 꼽힌 곳인데 탁 트인 하늘 아래 펼쳐진 너른 반석 사이로 쏟아지는 폭포가 장관을 이루는 곳입니다. 인월(印月)은 물 위에 달이 도장을 찍은 것처럼 선명하게 비춘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 모습을 상상만 해도 아름다운 장면인 것 같아요.

인월담(印月潭)’을 지나면서 계곡 반대쪽으로 길이 이어집니다. 철이 지난 단풍이지만 빛을 받고 있으니까 아직 봐줄 만합니다. 계곡과 어울려 멋진 풍경을 만들어 주고 있습니다.

구천동어사길은 안내 표지판이 잘 되어 있는데 특히 스토리텔링 노력을 많이 했습니다. 무심코 지나칠 수 있는 것들도 이야기를 찾아 설명해주고 있습니다. 계곡 옆 숲길을 가면서 바위 사이로 난 돌문을 지나기도 하고 돌탑을 지나기도 합니다. 돌문과 돌탑에는 소원 성취와 관련된 이야기를 품고 있습니다.

계속해서 계곡을 따라 오르면 비파담(琵琶潭)이 나옵니다. 구천동 제19경입니다. 비파담(琵琶潭)은 커다란 암반 위로 흐르던 물줄기가 여러 개 폭포를 이루며 떨어지는 넓은 소(沼, 못)로 그 모습이 비파(琵琶)를 닮았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입니다.

비파담(琵琶潭)에서 '어사길'은 아치형 다리를 건너 계곡 반대편으로 연결됩니다. 이렇듯 '어사길'은 계곡을 사이에 두고 넘나들며 가는 길이라서 변화가 있어 좋은 것 같아요.


# 백련사 가는 길

숲길이 끝나는 지점에 구천동 제25경인 '안심대'가 있습니다. 구천동과 백련사를 오가는 사람들의 쉼터이자 여울목 역할을 했던 곳입니다. 세조 때 생육신의 한 사람인 김시습이 관군에게 쫓기는 신세가 되었는데 구천동 계곡으로 들어와 이곳 안심대에 이르러 안심하고 쉬다 잠이 들었다는 이야기가 전해지는 곳입니다. 그래서 '안심대'라는 이름을 얻었고요. 이곳부터는 다시 넓은 계곡길을 만나 백련사까지 갑니다.

그리 멀지 않은 곳에 덕유산백련사 일주문이 보입니다. 드디어 백련사 경내로 들어왔습니다. '어사길'이 워낙 환경도 좋고 고요한 숲길이라서 그런지 절 안과 밖의 경계가 모호합니다. 일주문이 없었다면 절에 들어왔다는 것을 알아채지 못했을 수도 있습니다.

계단을 따라 절 안으로 오르면 가장 먼저 배나무 고목이 반깁니다. 나무 아래 바닥에 배가 떨어져 있는 것을 보니 지금도 배가 열리나 봅니다. 나무에 대한 설명이 없어 정확한 수령은 알 수는 없지만, 외관으로 느껴지는 위엄이 꽤 오래되었다는 것을 짐작게 해줍니다.

구천동 33경 중의 제32경은 백련사입니다. 어느 절이나 그렇지만 산에서 가장 아름다운 곳에 자리를 잡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곳은 풍경도 아름답지만 절 안에 있는 나무들이 특히 관심을 끌게 합니다. 계단 위에 서 있던 배나무, 계단 옆 축대에 우람한 모습으로 있는 소나무 두 그루, 절 뒤편에서 향적봉을 배경으로 서있는 주목 등이 다른 절에서 보기 어려운 것들입니다.

백련사를 마지막으로 왔던 길을 돌아 출발점으로 향합니다. 내려갈 때는 넓은 구천동 계곡길을 걸어서 여유를 가지고 갑니다. '어사길'하고는 분위기도 다르고 가끔은 새로운 풍경을 만나는 재미도 있습니다.


# 사계절 언제 찾아도 좋을 '구천동어사길'

구천동어사길은 전체 거리가 13km 정도 되는데 왕복 4시간 정도 여유를 가지고 천천히 걸을 수 있는 곳입니다. 계곡을 넘나들며 걷는 '어사길'은 숲길과 계곡길을 혼합해 놓아서 한 번에 두 가지를 얻은 느낌입니다. 바로 이것이 '어사길'의 큰 매력이었던 것 같아요. 지금의 '어사길'은 가을의 끝자락을 느낄 수 있는 분위기였는데 굳이 특정 시기에 맞추어 가지 않아도 좋은 곳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계절 언제라도 맑은 물소리를 들으며 숲길을 걷고 싶다면 '구천동어사길'을 찾아보세요.

/전북도 블로그기자단 '전북의 재발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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