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회 송만갑판소리고수대회
'만점' 대통령상 거머줘
父영향 25년 소리인생 한길
공백기간 송재영명창 큰 힘

지난 10월 13일~14일 구례에서 열린 제22회 송만갑 판소리고수대회에서 대상(대통령상)을 수상한 전북도립국악원 창극단 배옥진(41) 단원은 시종일관 꾸밈없이 솔직했다.

질문에 대해 진지하게 이야기를 하다가도 분위기가 무거워지지 않도록 환기시키는 능력도 탁월했다.

대화가 무르익을 무렵 배옥진 단원이 “말에 두서가 없는 것 같다”며 걱정을 털어놓는다.

하지만 그의 걱정과 달리 적당한 익살과 인간미 넘치는 답변들은 충분히 매력적이었다.

15일 한국소리문화의전당 명인홀 창극단 연습실에서 만난 배옥진 단원은 “대통령상 수상자로 제 이름을 불렀을 때는 정말 벅찼다.

아무런 이유도 없이 계속해서 눈물만 흘렀다.

시상을 할 때도 계속 눈물을 흘리니까 시상하시는 분이 울지 말라고 다독여주셨다.

그때는 이게 꿈인지 생시인지 구분이 되지 않았다”고 회상한다.

전국대회 대통령상 수상도 수상이지만, 이번 수상이 더욱 놀라운 건 심사위원 7명 전원에게 ‘만점’을 받았다는 사실이다.

배 단원은 수상 당일에는 만점 사실을 알지 못했다.

“사실 당일에는 점수를 확인 할 겨를이 없었어요. 며칠이 지나고 기사를 통해서 알게 됐죠. 정말 감사했고, 형용할 수 없을 정도로 벅찼어요. 한편으로는 믿겨지지 않으니까 남의 일처럼 느껴지기도 했죠” 대통령상 수상이 큰 목표가 아니었던 그는 스승 송재영 명창의 권유로 대회에 참가하게 됐다.

결혼과 출산 등으로 생긴 공백이 길었던 만큼 스승은 도전을 미루지 말고 계속하라고 조언했다.

스승의 조언에 따라 참가를 결정하긴 했지만 프로단체 소속 단원으로써 그리고 엄마로써 해야 할 일들이 산더미였다.

대회가 열리기 이틀 전까지도 공연을 했을 정도로 스케줄이 빽빽했다.

일정이 많은 만큼 몸도 마음도 바빴기에 대회에 큰 기대를 하지 않았다.

그저 ‘연습 한 만큼’의 결과가 나올 거라고 생각했다.

“특별하게 대회를 준비한 건 아니지만 연습을 소홀히 하거나 게을리 하지는 않았어요. 제가 가진 목소리는 특성상 일주일만 쉬어도 평범한 소리로 돌아와요. 또 다시 목을 다지기가 힘들어서 하루도 안 놓치고 목을 풀고 연습을 했죠.” 꾸준한 연습으로 대통령상을 수상하게 된 배씨는 국악 애호가였던 아버지의 영향으로 판소리를 접하게 됐다.

“아버지께선 원래 가야금병창을 가르치려고 하셨어요. 그런데 당시에 가야금병창을 알려 줄만한 분을 찾질 못했죠. 차선책으로 선택하게 된 게 ‘판소리’였어요.” 어린 시절 뭐든지 3개월이면 흥미를 잃었던 그는 신기하게도 ‘판소리’는 달랐다고 말한다.

시간이 흐를수록 재미있었고, 소리를 할 때 옆에서 넣는 ‘예쁘다’, ‘잘한다’는 추임새가 마냥 좋았다.

“제가 판소리를 워낙 좋아하니까 부모님께서는 말썽을 피우면 ‘너 앞으로 판소리 못하게 할거야’ 이렇게 엄포를 놓았어요. 그러면 정말 다시는 판소리를 못하게 될 까봐 바로 잘못했다고 용서를 구했죠.” 좋아하는 마음으로 시작해 25년 넘게 소리의 길을 걷고 있는 그는 고등학생 시절 조소녀 명창 문하에서 본격적으로 소리를 배우며 기량을 갈고 닦았다.

이후 대학에 입학해 온전히 학교 레슨으로만 소리를 공부하며 여러 대회에 출전해 자신을 알렸다.

재능도 뛰어났지만 재능 못지 않은 끈기와 노력으로 1999년 장흥전통가무악전국제전 장관상, 2000년 국창 권삼득 전국 국악대제전 장관상, 완산 전국 국악대제전 국무총리상 등을 연거푸 수상했고 전북도립국악원 입사까지 일사천리로 이뤄졌다.

 “국악원에 입사하고 제가 혼자 공부하는 건 역부족이라는 생각이 들 때쯤 송재영 선생님을 만나게 됐어요. 1,2년 정도 활동하고 난 뒤에 바로 결혼과 출산을 하게 되면서 직장에서 놓아야 할 부분들이 많았는데 선생님께선 제 상황에 대해 많은 배려를 해주셨어요.가정과 직장을 병행하면서 오로지 ‘소리’에만 올인 하지 못하는 상황인데도 부담을 주기 보다는 믿음으로 늘 묵묵히 도와주셨죠” 기나긴 공백과 도전 그리고 실패 속에서도 묵묵히 자신의 소리를 믿어준 스승 송재영 명창이 있었기에 계속해서 나아갈 수 있었다는 배옥진 단원은 현재도 스승에게 찾아가 소리를 공부하고 있다고 했다.

이제 자신의 목표는 오로지 ‘소리 공부’라며 앞으로의 계획을 전한다.

“상을 탔으니까 온전히 소리 공부에만 집중 할 수 있어서 안도감이 생겨요. 더 이상의 큰 목표는 없어요. 그저 기본에 충실해지고 싶어요. 상을 타고 나니까 더 큰 책임감이 생겼어요. 상에 걸 맞는 소리꾼이 되는 건 물론이고, 제게 주어진 역할을 충실하게 해내고 싶어요. 대신 욕심을 내서 남의 것을 뺏는 일은 하지 않을 거에요. 그저 순리에 맞게, 상황이 제게 주어진다면 그 역할에 최선을 다하겠지만 욕심을 부리고 싶진 않아요. 무엇이든지 억지로 만드는 건 싫거든요. 억지로 한다고 해서 되는 것도 아니고요. 기본으로 돌아가서 소리 공부에 전념할 생각이에요”

/박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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