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단 '명태' 창단 연출가
20대 단원에 '옆에 누워라'
샤워 강요-몸 더듬어 추행
징역 1년6개월 법정 구속

"저와 성추행을 당한 피해자들은 여전히 고통을 받고 있는데 그분은 밝게 웃으며 손을 흔들고 있는 모습에 지역사회 현실이 너무 냉혹하고 암담하게 느껴졌다"

지난 2월 도내 여성 연극배우가 극단 대표에게 성추행을 당했다고 폭로했다.

전북지역 첫 '미투'(me too·나도 당했다) 사건이다.

배우 A씨는 "단원들과 선배들에게 도와 달라고 말했지만 '강간을 당하지 않았으니 다행이다'며 그들은 침묵 했습니다“고 눈물을 흘렸다.

가해자로 지목된 최모(49)씨는 지난 1997년 극단 '명태'를 창단한 유명 연출가다 A씨에 따르면 그는 지난 2010년 1월 15일 충남 대천의 한 모텔에서 최씨에게 성추행을 당했다.

극단 '명태'가 단원들을 끌어 모으기 위해 만든 도내 모 대학 뮤지컬 동아리 MT(야유회)에서였다.

2006년 12월 극단에 입단한 A씨는 당시 스물세 살이었다.

최씨는 그날 MT 행사를 마치고 '극단의 앞날에 관해 얘기하자'며 A씨를 모텔로 억지로 데려 갔다고 한다.

단둘이 횟집에서 저녁을 먹은 직후였다.

A씨가 거절했지만 최씨는 '무슨 상상을 하는 거냐'며 외려 타박했다고 한다.

휴대전화 문자로 도움을 요청한 남자 단원이 최씨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소용없었다.

모텔에 A씨를 끌고 간 최씨는 침대 옆자리를 두드리며 '자는 모습만 쳐다볼 테니 옆에 누워서 자라'고 했다.

또 A씨의 귓불을 만지며 '네 태도가 귀엽다'며 희롱했다.

최씨는 A씨가 머뭇거리자 '동아리 학생들에게 사우나에서 잤다고 해야 한다'며 샤워를 강요했다고 한다.

그리고 머리만 감고 나온 A씨의 머리를 말려주겠다며 A씨의 몸을 더듬었다.

최씨는 본인 얼굴을 A씨 얼굴 앞에 갖다 대며 유혹했지만 A씨가 완강히 거부해 성폭행은 피했다고 한다.

A씨는 "태어나서 처음 겪는 공포였다"며 "최씨가 잠들 때까지 뜬눈으로 밤을 새우며 버텼다"고 회상했다.

당시 충격으로 A씨는 한동안 연극계를 떠나야 했다.

가족과 지인의 도움으로 1년 반 만에 연극 무대로 돌아왔다는 A씨는 "당연히 받아야 할 사과를 요구하는 것에 이토록 많은 용기와 긴 시간이 필요하다는 현실에 눈물이 난다"며 "저 외에 또 다른 피해자들을 숨게 만들어 버린 지역사회 내 그릇된 조직의 권력과 폐쇄성이 높은 벽처럼 느껴진다"고 했다.

그는 "제 발언이 연극계의 또 다른 피해자들에게 위로와 용기가 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전주지법 제2형사부(박정대 부장판사)는 22일 극단 여배우들을 추행한 혐의(아동·청소년의 성 보호에 관한 법률 등)로 기소된 최씨에게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했다.

120시간의 성폭력치료프로그램 이수와 아동·청소년시설 10년간 취업 제한도 명령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지위 관계를 악용해 피해자들을 여러 차례에 걸쳐 강제 추행해 그 죄질이 불량하다"며 "피해자들이 정신적·육체적 고통을 호소하고 엄벌을 탄원하는 점 등을 고려해 형을 정했다"고 판시했다.

최씨는 2013년 4월부터 2016년 4월까지 극단 등지에서 여배우 3명을 추행한 혐의로 기소됐다.

선고 직후 최씨는 "생계 때문에 며칠만이라도 구속을 유예해 달라"고 요청했으나 재판부는 "그런 법은 없다"면서 구속 절차를 진행했다.

/윤홍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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