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1963 방치-잊혀진 공장에
서점-커피숍등 들어가재생
보수동책방골목 축제 생기

‘부산’은 질곡의 대한민국 근현대사를 온몸으로 견뎌낸 도시다.

일제강점기와 해방공간, 6,25 한국전쟁 당시 임시수도의 기능을 했던 도시로 수많은 사람이 고향을 떠나 부산에 정착하게 된다.

때문에 아픈 역사의 발자취가 고스란히 남겨져 있는 것은 물론, 팔도의 관습과 문화 그리고 음식들이 한데 모여 존재하는 곳이다.

전쟁이 가져 온 비극과 상처를 고향이 아닌 타지에서 느껴야 했던 피난민들은 어느새 서로를 이해하고 끌어안는 문화가 생겨나 오늘날 부산을 지탱하는 힘으로 자리 잡게 된다.

이후 다양한 변화의 시간을 지나온 부산은 대한민국 제2의 도시로 불리며 항구도시로 산업과 문화의 크나큰 부흥을 이뤄낸다.

매년 전 세계 영화 팬들을 열광하게 만드는 부산국제영화제가 열리고, 피난민의 터전이었던 감천문화마을은 부산의 산토리니로 탈바꿈해 관광객들의 발걸음을 잡는다.

그리고 이러한 변화는 현재진행형이다.

폐 공간에 문화와 예술을 접목해 복합문화공간을 마련했고, 피난민들이 생활을 위해 형성했던 책방골목은 더 이상 부산 시민들의 향수를 엿 볼 수 있는 공간으로만 남아있지 않다.

추억을 소재로 문화축제가 열리고 문화의 거리로써 관광객들이 찾는 공간이 됐다.

지난 24일 전주문화재단은 시민과 함께하는 ‘현장벗담-부산 스터디투어’를 진행했다.

끊임없이 변화하고 끝없이 도전하는 부산의 도시재생 사례를 탐방하고, 나아가 전북지역에 접목시킬 수 있는 문화적 매개를 찾아 떠난 여정.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고 미래를 준비하는 부산의 유연성을 우리 지역에 어떻게 적용시켜야 할지 고민하는 시간이 됐다.
 

△ 상업과 예술의 조화 부산 ‘F1963’

1963년부터 2008년까지 자동차 타이어 등에 들어가는 와이어로프 생산기지로 사용했던 고려제강 공장은 2008년 이후로 그대로 방치 된 채 사람들의 기억 속에 잊혀져 갔다.

그러다 2016년 부산시가 3,200여평의 공장터에 부산비엔날레를 열며 새 전기를 맞게 된다.

부산비엔날레가 마친 뒤 2017년에 문화체육관광부의 폐 산업시설 문화재생 사업에 선정돼 중고서점, 커피숍, 전시관, 바와 같은 상업시설을 유치했다.

주민이 많이 빠져나간 원도심인데다 접근성도 좋지 않은 곳이었지만 정부와 부산시, 고려제강이 민자로 돈을 투자해 예술 공간과 상업시설을 함께 품어 대규모의 다목적 문화시설 공간으로 거듭났다.

덕분에 시민들은 물론 관광객들도 한곳에서 책을 읽고, 전시를 관람하고 식사와 차를 해결할 수 있게 됐다.

특히 F1963의 메인 전시관 ‘석촌홀’은 천장과 벽 등에 과거 공장의 흔적을 고스란히 살리면서 공간의 정체성을 지켜나가는 중이다.

주기적으로 다양한 전시를 열고 있지만, 이달 17일부터 시작한 ‘폐산업시설 문화 공간 국제 교류전 재생!’ 전시는 그 어느 때보다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

전시관에서 만난 관람객은 “기능을 다하고 방치된 산업시설을 문화공간으로 되살리는 문화재생을 주제로 이런 미술품들이 만들어진다는 게 흥미롭다”며 “부산에 이러한 문화시설이 생겨서 다양한 작품을 관람할 수 있어서 좋다”고 말했다.

이외에도 F1963에서는 지역 예술가들이 공연을 할 수 있도록 준비한 중정 형태의 100㎡ 규모의 ‘스퀘어’와 대나무 숲으로 꾸며놓은 산책길까지.

보고, 먹고, 즐기고 쉴 수 있는 시설이 집약되어 있어 부산의 새로운 문화적 명소로 떠오르고 있다.

부산시문화재단 관계자는 “공간이 생긴 지 오래되진 않았지만 개관 후 부산시민들은 물론 외국인들도 많이 찾는다”며 “접근성이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견학사례지로 찾는 걸 보면 문화시설로써 긍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 역사 문화적 가치 되새기는 ‘보수동 책방골목’

1950년대 피난민들이 몰리면서 노점상이 형성된 보수동 책방골목은 60~70년대 70여 곳의 서점이 밀집하면서 형성된 공간이다.

세월의 때가 켜켜이 쌓인 책들은 찾아 다니는 묘미는 물론, 질곡의 역사를 고스란히 지켜낸 가치적 의미도 지니고 있다.

또 문화적인 가치가 남다른 보수동 책방골목은 2004년부터 꾸준히 문화축제도 열고 있다.

축제기간에는 책 전시를 비롯해 나만의 책 만들기, 책탑 쌓기, 1책방 1이벤트 등 ‘책’을 통해 갖가지 콘텐츠를 생성해 즐길 수 있도록 했다.

축제 기간 외에도 어린이도서관, 사진관, 책방 골목 문화관 등 여러 문화시설이 함께 자리해 문화거리로 발돋움 하고 있다.
 

△ 힐튼호텔 內 문화 공간

2017년 7월 개관한 힐튼호텔에 자리한 문화공간은 연간 3만 여명의 방문객이 올 정도로 유명하다.

으레 호텔에 자리하고 있을법한 딱딱한 분위기의 커피숍, 웨딩홀이 아닌 혁신 문화를 창조하고자 만든 복합문화공간은 호텔에서 즐길 수 있는 채널을 다양하게 마련해 놓았다.

특히 500평 규모의 이터널 저니 북 카페는 철학, 인문, 예술 등 다양한 책을 소장한 것은 물론 주제별로 분류한 책과 안 어울릴 듯 잘 어울리는 소품 오브제 등이 눈요기 할 수 있게 한다.

또 고급스러운 분위기의 호텔 로비의 시그니처 소파와 포토존 통로를 자유롭게 구경할 수 있으며 기장 해변가가 보이는 전망까지 갖춰 부산의 또 다른 명소로 자리 잡고 있다.

짧은 부산 탐방을 마치고 전주로 돌아오는 버스에서 시민들은 전북지역에 접목시켰으면 하는 여러 의견을 내놓았다.

한 시민은 “부산을 비롯해 타 도시를 방문하게 되면 화장실은 필수적으로 찾게 되는 장소이다”며 “그런데 한옥마을을 찾는 관광객들은 화장실을 발견하지 못한다.

이유는 표준화된 남녀 화장실 표시가 아닌 전통을 살린다는 명목으로 만든 신랑 각시 모양의 표지판 때문이다”고 지적했다.

이어 “한옥마을을 비롯해 전주 모든 곳에 통일된 화장실 표지판으로 바꿨으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또 다른 시민은 “전주에 밀집되어 있는 헌책방 공간에서 보다 많은 콘텐츠를 생성하고 상업적 수익을 낼 수 있도록 지원을 해야 한다”며 부산 보수동 책방골목에서 진행되고 있는 문화축제를 전주에도 적용시킬 수 있다고 했다.

이외에도 부산의 f1963에 위치한 중고서점처럼 지역에 위치하고 있는 작은 서점들이 함께 모여 대형서점을 운영해 지역주민이 보다 문화를 즐길 수 있는 선택지가 다양해졌으면 좋겠다는 의견이 나왔다.

김창주 전주문화재단 정책기획팀장은 “전주를 생각하는 시민들의 다양한 의견을 들어볼 수 있어서 좋았다”며 “부산에서 만난 좋은 사례들을 살펴보면 거대자본들이 어느 정도 침투해 있다.

그런데 거대 자본에 맞설 수 있는 건, 문화자본이라는 생각이 든다.

현장벗담이 평양에 가는 그날까지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박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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