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28일에 헌법재판소에서 ‘대체 복무 제도를 규정하고 있지 않은 병역법 제5조 제1항’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한 이후 11월 1일에는 대법원에서 ‘양심적 병역거부자에 대해 병역법 위반을 이유로 처벌을 할 수 없다’는 무죄 취지의 전원합의체 판결이 나왔다.

오랫동안 지속돼왔던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에 대한 논의가 최종적으로 ‘무죄’로 결론 지어진 것이다.

이에 따라 현재 대법원에 계류 중인 양심적 병역거부 관련사건 200여건에 대해서도 ‘무죄’가 선고될 것으로 보이며, 최근에는 ‘예비군 훈련 거부자’에게도 무죄 판결이 나오기도 했다.

이와 같이 헌법재판소와 대법원의 판단으로 인해 오랜 기간 논의됐던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에 대한 ‘처벌 문제’는 일단락됐다.

그러나 양심적 병역거부가 무죄로 인정되면서 이제는 ‘양심적 병역 기피의 악용문제’와, ‘대체복무가 어떤 형태로 마련돼야 하는지’에 대한 새로운 쟁점들이 뜨거운 감자로 등장했다.

최근 들어, 양심적 병역거부를 명목으로 병역을 기피하기 위해, ‘여호와의 증인’에 대한 입교 문의가 증가하고 있다는 추측들이 나오고, ‘여호와의 증인’ 측에서는 ‘사실이 아니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한편 양심적 병역거부가 악용되는 것을 예방하기 위해서 일반 군에서 복무하는 것보다 더 힘든 일을 수행하는 대체 복무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국방부에서는 ‘병역기피수단으로서 대체복무제가 악용되는 것을 막으면서도, 공중보건의 내지 산업기능요원 등 다른 대체복무자들과의 형평성을 고려하기 위해, 36개월 정도의 충분한 복무기간을 정해 교정시설에서 합숙근무를 하도록 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이는 병역거부자들의 양심에 따른 요구를 들어주면서도 실제 양심적 병여거부자와 병역기피제도를 악용하려는 자를 구분할 수 있고, 현역 군인들과의 형평성도 고려할 수 있는 합리적인 대체복무방안을 마련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에 양심적 병역거부자들 중 일부는 교정시설에서의 합숙근무가 “병역거부자에 대한 또 다른 처벌과 다를게 뭐냐”며 ‘징벌적 대체복무’라고 주장하면서 반대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물론, 일부 양심적 병역거부자들 입장에서는 36개월 동안 ‘합숙’근무를 하는 것이 자유를 억압하는 것에 있어서 감옥과 다를 바가 없다고 느낄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대체복무 방식은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이 병역을 거부하는 한 가지 이유인 ‘살생을 일으키는 전쟁과 관련된 모든 사역 거부’라는 부분을 명확하게 들어주고 있으면서도, 이들에게 대체 복무의 방안이 됨으로써 범죄기록을 남기지 않아 그 목적과 수단에 적합한 방안이라 생각된다.

한 가지 걸리는 것은, 지금 논의되고 있는 대체복무 시설이 ‘교정시설’에 한정돼 있다는 점이다.

더 다양한 직역에서 인력이 필요할 수 있을 것임에도 불구하고, 일찌감치 ‘교정시설’이라고 한정시키는 것은, ‘현역 군인보다 더 힘든’ 대체복무를 시키기를 원하는 다수 국민들의 감정적인 의견이 반영돼 있어 보이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징벌적 대체복무가 아니냐’는 반발의 목소리가 나오는 것으로 보인다.

당장 필자가 생각하기에는, 국가에서 운영하는 호스피스 등의 복지기관들만 고려해도 대체복무자들의 인력을 필요로 하는 곳이 많아 보인다.

또한 현역 군인들이 그동안 지역사회에 많은 도움을 주던 일들, 예를 들어 농번기 농촌 지원 활동, 각종 재난·재해 복구 지원 활동 등의 일은 대체복무자들이 우선적으로 지원할 수 있도록 해, 현역 군인들이 국방에 좀 더 집중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도 있을 것이다.

즉, 교정시설뿐 아니라 다양한 시설들에 대체복무자들을 배치시켜 국방의 의무를 대신해 국가와 사회에 이바지할 수 있는 대안을 만드는 논의가 필요한 것이다.

필자의 이러한 의견은 11월 19일에 최영애 국가인권위원장이 국방부에 ‘대체복무자들의 복무 영역을 교정시설에 한정하지 말고 다양화할 것을 요청’한 것과 궤를 같이한다.

현재 법적 공백이 있는 상황이니 정부에서는 빠르게 대체복무제도를 고안하는 한편, 위와 같은 다양한 의견을 숙고해 합리적인 제도를 마련해 주길 희망한다.

/장웅주 변호사(변호사 최정원‧장웅주 법률사무소)  

저작권자 © 전북중앙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