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 임대료 상승등 맞물려
엔제리너스 평균 2.7% ↑
바나나맛우유 7.7%등 올라
소비자 부담-소비위축 우려

은행원 이 모씨는 며칠 전 직장 근처의 A 커피숍에 갔다가 황당한 일을 경험했다은행원 이 모씨는 며칠 전 직장 근처의 A 커피숍에 갔다가 황당한 일을 경험했다.

일주일에 3~4번 올 정도로 자주 왔던 곳인데 이틀 만에 일부 제품의 가격이 올랐기 때문이다.

더욱이, 처음에는 직원이 거스름돈을 잘 못 내어준 것으로 생각해 따졌다가 가격표를 잘 보라는 말에 되레 창피를 당한 것.

이 씨는 “자주 가는 곳인 데다 늘 마시던 것만 마시기에 가격을 외우고 있는데, 그날 한 잔당 200원가량 더 계산돼 있어서 다시 계산하라고 말을 했다.

그런데 가격표를 보니 이틀 만에 200원이 올랐더라”며 “커피 인상에 대한 안내문도 못 본 데다 기습적으로 올리는 것 같아서 기분이 좀 그랬다.

200원이 별거 아닐 수도 있지만 이를 시작으로 얼마나 더 오를지가 걱정”이라며 한숨을 내 쉬었다.

연말을 맞아 외식업체, 커피전문점 등이 가격 인상을 멈추지 않고 있다.

올해에 이어 내년에도 최저임금이 두 자릿수로 오르는 만큼 인건비 부담을 음식·제품 가격 인상을 통해 덜기 위한 것으로 풀이, 이로 인해 소비자들의 시름은 더욱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16일 도내 외식업체, 커피전문점, 편의점업계 등에 따르면 경기 침체로 소비심리가 위축된 가운데 임대료, 인건비 등의 인상까지 이어지면서 음식·제품 가격 인상 카드를 속속 꺼내 들고 있다.

더욱이 내년 최저임금이 올해 대비 10.9% 오른 시간당 8천350원으로 확정된 만큼 음식·제품 가격 인상 도미노 현상이 나날이 짙어지고 있는 모양새다.

우선, 일찌감치 가격 인상을 단행한 롯데지알에스의 롯데리아는 지난 13일에 또다시 버거 11종에 대한 가격을 평균 2.2% 인상했다.

이에 데리버거는 2천원에서 2천300원, 빅불버거는 5천200원에서 5천600원, 스테디셀러 제품으로 꼽히는 불고기버거 역시 1년 만에 300원 더 올랐다.

맥도날드와 KFC 등의 패스트푸드 업체들도 올해 5~6%가량 햄버거 가격을 인상한 가운데 내년 최저임금 상승에 따른 대책으로 제품 가격인상을 고려하고 있는 중이다.

이어 직장인들이 자주 이용하는 커피숍이나 디저트 카페전문점도 원유가격 인상, 아르바이트 비중이 높다는 등의 이유로 가격 인상 대열에 속속 합류하고 있다.

이디야는 이달부터 아메리카노 가격을 400원이나 올렸으며, 우유가 사용되는 카페라테, 카푸치노 등은 4원 오른 원유가격을 핑계로 500원 정도 인상했다.

엔제리너스도 13일부터 일부 커피류 가격을 평균 2.7% 올렸다.

이런 프렌차이즈점뿐만 아니라 그동안 동네 주민을 대상으로 했던 소형커피숍도 가격 인상을 적극 고려하고 있는 상황이다.

전주대학교 인근에서 커피숍을 운영하는 김지은 씨는 “대형 커피숍 사이에서 살아남기 위해 다른 곳보다 커피를 저렴한 가격에 판매했지만 인건비가 올라 매출이 많이 줄었다”며 “내년에도 또 올려야 하는 만큼 커피 가격을 올리지 않을 경우 얼마나 버틸지는 모르겠다”고 말했다.

여기에 원유가격 인상을 이유로 제과업계는 물론 서울우유, 남양유업 등 우유 제조업체도 제품 가격을 올렸으며, 빙그레 역시 내년부터 최대 매출 품목인 ‘바나나맛우유’를 무려 7.7%나 올릴 계획이다.

편의점업계도 이미 PB 제품 가격을 올린 데다 일부 점주들은 심야 영업을 중단하는 방법으로 인건비 부담을 줄여나가고 있는 실정이다.

이 같은 현상은 내년 초에도 지속, 범위 역시 더욱 넓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소비자들의 부담은 더욱 심화될 수밖에 없다.

도내 유통업계 관계자는 “식음료는 물론 유통업계 등도 모두 내년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인건비 부담을 걱정하고 있다.

하지만 문제는 개선책을 제품 가격 인상으로만 찾으려고 한다는 점”이라며 “원가 부담이 커 어쩔 수 없는 업체도 있지만 일부는 물가 인상 움직임에 편승하려고 한다는 의미다.

이는 소비자 부담 가중뿐만 아니라 소비침체를 불러오는 만큼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성아기자 tjdd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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