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상하이에 건축가 교류가 있어 푸동 지구에 있는 상하이 타워를 방문했는데 128층에 세계에서 두번째로 높은 건축물이라고 과시하듯 자랑하는 건축가의 모습이 생각난다.

그런데 건축물을 크게 만든다고 해서 항상 제국이 유지되는 것은 아니다.

‘과유불급’이라는 말이 있듯이 지나친 것은 항상 독이 된다.

그러한 예는 역사에서 많이 찾아볼 수 있다.

진시황제도 만리장성을 세웠지만 그것을 유지하지 못한 진나라는 일찍 멸망했다.

세계 불가사의 중 하나로 꼽히는 남태평양 이스터섬의 거대한 얼굴 모양 석상 ‘모아이 석상’을 만든 문명도 일찍 망했다.

이스터섬에 살았던 사람들은 과시를 하기 위해 모아이 석상을 만들었는데, 경쟁이 너무 과해져서 산림을 모두 없애면서까지 모아이 석상을 만들다가 멸망한 것이다.

모아이 석상을 만드는 재료인 돌을 섬의 중심에 있는 채석장에서 석상이 세워지는 해안가까지 이동시키려면 통나무가 필요했다.

그들은 무거운 돌을 손쉽게 운반하기 위해 내리막길을 이용해 채석장보다 낮은 해안가에 모아이 석상을 세웠다.

내리막길을 이용해 돌을 움직였기 때문에 모아이 석상은 고인돌보다는 상대적으로 옮기기가 쉬웠다.

이스터섬은 제주도처럼 화산 폭발로 만들어진 섬이라 채석장의 돌도 제주도의 돌처럼 구멍이 나 있는 현무암이었다.

현무암은 채석장에서 떼어 내기도 쉬웠고 가벼워서 운반도 쉬웠다.

그렇다 보니 너도나도 자신의 권력을 나타내기 위해 모아이 석상을 만들었고, 그럴 때마다 나무를 베어 소비한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이들이 사는 곳이 섬이었고 나무가 부족했다는 것이다.

큰 나무를 다 베어 버리니 큰 카누를 만들 나무가 없어졌고, 카누가 없으니 먼 바다까지 가서 돌고래 같은 식량을 사냥할 수가 없었다.

이들 부족이 망할 때쯤에는 단백질이 부족해서 사람을 먹은 흔적까지도 발견된다.

이처럼 권력을 과시하려는 건축 행위가 심해지면 문명은 망한다.

현시대의 모아이 석상은 무엇일까? 아마도 쓸데없이 크게 지은 고층 건물일 것이다.

특히나 수요도 딱히 없는데 경제 부양을 위해 지어지는 두바이의 고층 건물들이 대표적이다.

실제로 두바이는 세계 최고층 건물인 부르즈 할리파 완공과 동시에 모라토리엄을 선언하기도 했다.

이런 사례들을 보면 자신의 능력을 과도하게 넘어 건축물에 투자를 하면 사회적 불균형이 생겨 조직이 붕괴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전주에도 초고층 건물이 들어온다는 말이 있는데, 과시적 초고층건물에 포커스를 두지 말고 지역 경제적 논리와 도시 공간의 균형이 유지되면서 전주다운 건축물이 들어서길 기대해 봅니다.

/주)라인종합건축사사무소 김남중 건축사

저작권자 © 전북중앙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