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체적 진실에 접근하기가 이다지도 힘이든 것일까? ‘삼례 나라슈퍼 살인사건’을 재조사한 대검찰청 진상조사단이 당시 사건을 담당했던 검사에게 책임을 묻기 어렵다는 결론을 내 논란이 일고 있다.

이 사건을 조사한 대검 진상조사단 5팀은 '당시 수사검사였던 최 모 전 변호사에게 부실수사 책임이 없다'는 취지의 보고서를 최근 법무부 산하 검찰 과거사위원회에 제출했다.

과거사위는 진상조사단의 결론을 수용하는 내용으로 잠정 결의했고, 조만간 결의내용을 확정해 공개할 예정이다.

삼례 나라슈퍼 사건은 1999년 2월 완주군 삼례읍 한 슈퍼에서 발생한 강도치사 사건.

사건 발생 직후 경찰은 정신지체 장애를 앓고 있던 최 모씨 등 이른바 '삼례 3인조'를 범인으로 체포했다.

사건을 넘겨받은 전주지검은 삼례 3인조를 그대로 재판에 넘겼고, 같은 해 10월 대법원에서 징역 3∼6년이 확정됐다.

당시 삼례 3인조를 기소한 검사가 최 변호사다.

그해 11월 부산지검은 또 다른 용의자 3명을 진범으로 지목해 전주지검으로 이송했지만, 전주지검은 이들을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이때 무혐의 결론을 내린 검사도 최 변호사다.

무혐의를 받은 진범 중 한 명인 이 모씨가 2015년 “나를 비롯한 3명이 이 사건의 진범”이라고 양심선언을 하면서 사건은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곧바로 삼례 3인조가 재심을 청구했고, 법원은 재심 재판을 거쳐 2016년 11월 무죄를 확정했다.

억울한 처벌을 받은 사실이 뒤늦게 인정되면서 1999년 검찰 수사를 놓고 부실·조작 의혹이 제기됐다.

하지만 조사단은 부실·조작 수사 의혹의 중심에 있는 최 변호사에게 수사 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결론을 낸 것이다.

실체적 진실과 딴판인 결론을 내렸지만 수사 과정에서 절차를 어기거나 내용을 조작했다고 볼 만한 증거는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조사단은 한마디로 최 변호사에게 아무런 책임도 물을 수 없다며 오히려 ‘면죄부’를 준 셈이다.

이를 놓칠세라 최 변호사는 최근 삼례 3인조와 박준영 변호사를 대상으로 손해배상청구 소송까지 냈다.

국민은 가뜩이나 사법부를 불신의 눈으로 바라보고 있다.

그런 마당에 또 다시 이런 어처구니없는 시대착오적 잣대를 들이댄다고 하면 과연 국민들은 이를 어떻게 납득하고 받아들을 수 있을까? 정의가 살아 있음을 보고 싶었던 국민들에게 조사단은 악은 여전히 강성하고 건재하다는 것을 다시금 각인시켜 주고 싶었던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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