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행 첫날 대형마트 등
평소와 엇비슷···· 소비자들
불만 제기에 제지 못해
소비자 인식개선 우선돼야

올해부터 대형마트와 대형 슈퍼마켓에서 일회용 비닐봉투 사용이 금지되고, 제과점에서도 비닐봉투를 무상으로 제공할 수 없지만 관련 업체와 소비자들은 이에 대해 뜨뜻미지근한 반응을 보였다.

특히, 대형마트에서조차 비닐봉투 제공 금지에 대한 안내문 한 장 부착하지 않는 등 미온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는 데다 동네슈퍼에서는 단골들의 항의에 난감한 표정만 짓고 있는 상황.

2일 환경부가 비닐봉투 사용억제를 위해 지난 1일부터 ‘자원의 절약과 재활용촉진에 관한 법률(이하 자원재활용법) 시행규칙’을 전면 시행함에 따라 전주지역 내 대형마트 및 슈퍼마켓, 제과점 등을 둘러보니, 대부분 평소와 다를 바 없는 분위기였다.

우선, 이마트 전주점 등 대형마트의 경우 이전부터 비닐봉투를 제공하지 않았기 때문에 계산대에서는 이렇다 할 특이점도 없었지만 매장 어느 곳에서도 이번 자원재활용법과 관련된 안내문은 찾아볼 수 없었다.

또한, 생선이나 고기 등 수분이 있는 상품을 담을 수 속 비닐봉투 역시 평소와 마찬가지로 마음대로 사용이 가능했다.

이에 바나나나 딸기 등 이미 플라스틱 용기나 비닐로 포장이 된 제품도 속 비닐봉투에 담는 소비자들이 눈에 띄었으며, 이를 만류하는 직원은 단 한 명도 없었다.

  한 대형마트 직원은 “포장된 제품을 또다시 속 비닐봉투에 담는 것이 안 되는 걸 알지만 이를 말렸다가 소비자들이 항의할 경우 괜히 이미지가 안 좋아지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제지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매장규모 165m² 이상의 대형 슈퍼마켓의 상황은 천차만별이었다.

롯데슈퍼나 GS슈퍼마켓 등은 이전과 같이 종량제 봉투를 판매했으며, 전주마트 등 일부 대형 슈퍼마켓은 이미 제작해 놓은 비닐봉투를 소진할 때까지 한 장당 50원에 유상 제공하겠다는 태도를 취했다.

하지만 말 그대로 동네 슈퍼마켓은 이전과 같이 무상으로 봉투를 제공하는 곳이 더 많았다.

효자동의 A 동네슈퍼는 어제 하루 정부의 지침을 그대로 따랐다가 ‘왜 무상으로 주던 비닐봉투를 돈을 받느냐’, ‘이렇게 불편하면 어떻게 오겠느냐’ 등의 불만을 제기하는 소비자들 때문에 오늘 다시 비닐봉투를 제공했다.

이곳 주인은 “안 그래도 대형마트와의 경쟁에서 말리는 데 불편하다는 소문까지 나면 손님이 더 안 온다”며 “해서 법이 아무리 바뀌어도 동네 장사를 하는 우리 같은 자영업자들은 소비자들의 반응을 살피지 않을 수 없다.

소비자들의 인식 개선이 먼저다”고 말했다.

      주택가에 자리한 파리바게뜨, 뚜레쥬르 등의 제과점도 비닐봉투를 무상으로 제공하지 말라고 본사 지침을 받았지만 동네 주민이 주요 고객인 만큼 난감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일부 동네빵집은 아예 이 같은 사실조차 모르고 있는 실정이었다.

B 제과점 주인은 “단골손님이 ‘여기는 봉투를 무상으로 주네’라고 말하길래 이 같은 사실을 알게 됐다”며 “환경을 생각하면 이에 적극 동참해야 하지만 고객들이 불편해한다면 당장은 적용하기 힘들지 않겠느냐”고 하소연했다.

소비자들 역시 자원재활용법의 취지에 대해 공감했지만 사전 홍보 미흡, 대체재 부족 등을 지적했다.

이날 대형마트에서 만난 주부 박주영 씨는 “소비자들이 적극 동참해야 이 법이 생활 속에 안착할 수 있음에도 정작 홍보는 뒷전이다.

공감대 형성 없이 무조건 시행부터 하는 격”이라며 “그렇다 보니 어느 곳은 봉투를 무상으로 주고 어느 곳은 유상이고 혼란만 부추기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성아기자 tjdd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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