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체전 16m23 신기록 경신 금메달
타고난 운동신경 초등4학년때 입문
김제시육상대회 1등-교육감배 금
중학교 박재수코치 인연 종목변경
중3때 15m12 소년체전 기록 이어
문체부장관-보은추계 신기록 달성
세계청소년올림픽-전국체전 겹쳐
고향을 위해 뛰기로 결심 값진 메달
세계주니어선수권-도쿄올림픽 목표

지난해 10월 전북에서 열린 전국체육대회 육상 세단뛰기에 출전한 유규민(전북체고 3년)이 화제다.

유규민은 이번 대회 고등부 세단뛰기에서 16m23을 뛰어 기존 대회기록인 16m11을 갈아치웠다.

이 기록은 일반부에서도 메달권에 들어가는 수치로 단숨에 고등부 세단뛰기 강자로 자리매김을 했다.

하지만 대회 신기록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이미 중학교 시절부터 소년체육대회 신기록을 세웠고, 이후 열리는 대회마다 기록을 갈아 치웠다.

이른바 ‘신기록의 사나이’인 셈이다.

전국체전의 감동이 채 가시기도 전, 아무 일 없다는 듯 평소처럼 연습에 임하고 있는 유규민을 만나봤다.
/편집자주



“전북에서 열리는 전국체전에서 일등을 했을 뿐 아니라 대회신기록까지 세워 부담스럽다. 하지만 이제 시작이라 여기고 있다. 앞으로도 더 열심히 훈련에 임해 더 좋은 성적을 거두는 데 노력하겠다.”

유규민의 이번 대회 신기록은 조심스럽게 예상됐던 일이다.

당초 목표는 15m90이었다.

그런데 대회를 몇 일 앞두고 가진 연습에서 거뜬하게 16m를 넘기도 했다.

‘일이 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대회 당일 컨디션도 좋았다.

스타트 라인에 섰을 때 좋은 기록이 나올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결국 4차 시기에 15m90을 기록하면서 기존 자신의 기록을 넘어섰다.

5차 시기에는 더욱 욕심을 부렸다.

몸을 날려 땅에 떨어지는 순간 16m를 넘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설마 했는데 기록판에 써진 숫자는 무려 16m23.대회 신기록이었다.

하늘에서 돈 벼락을 맞은 느낌이었다.

신기록의 사나이 유규민은 초등학교 4학년 때 달리기로 운동에 입문했다.

학교에서 스타트 연습만 하고 출전한 김제시육상대회에서 1등을 차지한 것이다.

타고난 운동신경 덕분이다.

두 달 뒤 열린 교육감배대회에서도 월등한 실력 차이를 선보이며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탁구 국가대표를 배출한 집안의 피를 그대로 물려받은 셈이다.

5학년 때부터 멀리뛰기와 달리기를 병행했다.

하지만 도내 대회에서는 각광을 받았지만 전국대회에서는 상위권 입상을 하지 못했다.

실망감이 매우 컸다.

자신감도 없어졌다.

중학교를 진학한 후 박재수 코치를 만나 세단뛰기로 전향했다.

달리기보다는 세단뛰기가 신체적 조건이 훨씬 좋다는 판단에서다.

박재수 코치와 함께 운동을 하면서 순위가 점점 올라가기 시작했다.

‘좋은 지도자 밑에 좋은 선수가 나온다’는 말처럼 일찌감치 선수 특성을 파악한 코치 덕분에 현재의 유규민이 탄생하게 된 것이다.

이후 성적은 탄탄대로를 걷게 된다.

중학교 2학년 때 참가한 전국소년체육대회에서 당당하게 은메달을 목에 걸었고, 이듬해인 중3때는 15m12로 소년체전 대회 신기록을 세우게 된다.

이뿐만이 아니다.

바로 열린 문화체육부장관기대회에서는 15m05로 대회 신기록, 그 다음 열린 보은추계육상대회에서 14m72로 대회 신기록을 달성하게 된다.

중학교 시절 세단뛰기로 전국대회 첫 메달 획득 뿐 아니라 대회 신기록을 갈아 치우며 차세대 주자로 많은 관심이 쏟아졌다.

대한체육회도 손을 걷고 나섰다.

대한체육회 주최 체육영재발굴사업에 선정돼 일본에서 선진체육을 연수받는 계기도 얻게 됐다.

하지만 항상 좋은 일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일본에서 발목을 다치는 바람에 당분간 연습을 쉬야 했다.

전북체육고등학교로 진학한 후에도 대회에 출전하지 못했다.

훈련을 하지 못하니 성적이 나오지 않고 이러다보니 슬럼프에 빠지게 된 것이다.

“코치도 바뀌고 몸도 다치고 매우 힘든 시절이었다. 이렇게 성적이 나오지 않은 경우가 없었는데 그때는 심하게 좌절을 했다. 고등학교 입학한 해 상반기는 재활에만 신경을 썼다.”

고등부 첫 시합은 7월에야 나갈 수 있었다.

문화체육장관배대회에서 금메달을 땄지만 마냥 좋아할 일은 아니었다.

기록이 좋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 해 가을 전국체전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긴 했지만 당시 기록은 15m20에 불과했다.

중학교 기록인 15m11에 비하면 1년 동안 겨우 9cm 늘어난 수치였다.

만족스럽지 못한 게 당연했다.

지난해 초에도 대한체육회의 체육영재발굴사업 차 미국을 다녀왔다.

하지만 훈련 방식이 한국과 너무 달라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지 못했다.

좌절에 빠진 유규민을 건져낸 것은 예전 지도자였던 박재수 코치였다.

전북체고 지도자로 부임을 받은 것이다.

이때부터 운동에 대한 확신이 다시 섰다.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팽배해졌다.

참가에 의의를 두고 출전했던 아시아주니어선수권대회에서 뜻밖의 선물을 얻게 된다.

당초 예상하지 못했던 은메달을 목에 걸었고, 자신의 기록도 갈아 치웠다.

점점 자신감이 올랐다.

7월에는 태국에서 열린 세계청소년올림픽 아시아자격예선에도 자신의 기록을 또 깨면서 당당히 1위에 올랐다.

이제는 청소년 국가대표로서 아르헨티나에서 열리는 세계청소년올림픽에서 당당하게 뛰기만 하면 된다.

하지만 이내 고민거리가 생겼다.

세계청소년올림픽이 제99회 전국체육대회와 일정이 겹쳤기 때문이다.

많은 고민을 했다.

전북에서 열리는 전국체전에 고향을 위해 출전할 것인가.

아니면 세계대회에 출전해 더 많은 경험을 쌓을 것인가.

고민 끝에 내린 결정은 세계청소년올림픽 출전 포기였다.

고향에서 열리는 전국체전을 위해 과감하게 포기한 것이다.

대신 아르헨티나를 가지 못한 한을 전국체전에서 원없이 풀기로 했다.

연습에 돌입했다.

추석명절도 머리에서 잊은 지 오래였다.

전국체전을 대비해서 이렇게 연습을 한 적이 없을 정도였다.

결국 대회신기록을 세우며 자신의 고향 전북에 소중한 금메달을 안기게 됐다.

앞으로도 할 일이 많다.

시합이 열릴 때마다 대회신기록을 세울 각오로 임할 예정이다.

지난 겨울엔 국가대표 상비군에 선정돼 대구육상체육센터에서 기량을 향상시킬 예정이다.

2020년 세계주니어육상선수권대회와 도쿄올림픽 참가가 목표다.

이를 위해선 지금까지 해 온 것보다 더 뛰어야 한다.

“대회를 준비하면서 조성운 교장과 감독 선생이 신경을 많이 써줬다. 훈련할 때도 항상 옆에 있었다. 옆에서 사람들이 봐주는 것을 좋아하는데 선생님들이 옆에서 응원을 해주니 더욱 힘이 났다. 더 큰 선수가 되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겠다.”

세단뛰기처럼 전력을 다해 달려왔다.

점프를 한 후 하늘에 몸을 맡긴 채 자신의 목표를 향해 날아가는 모습에서 부활하는 전북 육상의 모습을 찾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은 상상이다.

/조석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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