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호씨 우연히 첫발견후
사찰-인터넷 경매 등 통해
삼국시대-중-일 기와 등
500여점 모아··· 기증 계획도

평생토록 옛 기와를 수집해 화제다.

500점이 넘는 기와를 기증하겠다는 뜻을 밝히면서 더욱 관심을 받고 있다.

화제의 주인공은 김성호(59)씨로 30년 전 금산사를 등산하면서 우연히 발견한 기와를 접하면서 수집에 나섰다.

통일신라 문양이 새겨진 소중한 기와가 아무렇게나 뒹굴어 다니는 것에 내심 놀란 것이다.

이후 폐사 등 사찰 주변을 돌아다니며 기와수집에 나섰다.

원형은 아니지만 깨진 조각들은 쉽게 발견할 수 있었다.

내친김에 전국 골동상을 돌게 됐고, 인터넷 경매사이트를 통해 본격 수집에 나섰다.

특히 인터넷 경매사이트엔 일제 강점기 때 수탈당한 기와가 매물로 나오게 됐고, 이럴 때마다 빚을 내서라도 품에 안아야 했다.

이렇게 모은 기와는 약 500여점이며 당장 전시가 가능한 온전한 것은 360여점에 달한다.

소장품 중에는 문화재적 측면에서 가치가 높은 것들이 다수 포함돼 있다.

익산 왕궁리 왕궁터 근처에서 발견된 백제 연화문화당은 부드럽고 화려한 문양으로 섬세함을 자랑한다.

백제 문양은 확실한데 기존 문헌에서는 아직까지 보고된 적이 없다.

고려시대 사용됐던 청기와도 있다.

전남 강진이나 전북 부여 등에서 제작된 것으로 배를 통해 고려 개성으로 이동됐다.

주로 개성의 왕궁터나 절 등에서 사용된 것으로 추정되며, 경매사이트를 통해 입찰 받았다.

고려청자는 쉽게 볼 수 있는 반면 청자기와는 매우 드문 것으로 고려 시대 화려함의 극치를 표현한다.

고구려 시대 연와무늬수막새도 관심이 모아진다.

평양에서 출토됐으며, 100년 경에 제작된 것이다.

초기 연와무늬가 없었던 것에 비해 이 수막새는 불교가 전래되면서 연와무늬가 새겨진 특징이 있다.

국내 뿐 아니라 중국의 기와도 다수 눈에 띤다.

한나라 시절의 와당은 기원전 200년에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되며, ‘장생무국’이란 글귀가 새겨져 있다.

당시 진시황 시절 통일이 된 후 오래 살기를 염원하는 뜻이다.

당초 일본인이 소장하던 것을 경매를 통해 구입했다.

또 기원전 400년에 제작된 것으로 추정되는 춘추전국시대 반막새도 눈길이 간다.

원형이 아니라 절반 형태로 제작된 반막새는 와당의 초창기 모습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

기와 수집 뿐 아니라 관련 지식을 쌓는데도 노력했다.

한국기와학회에 가입해 15년 전부터 각종 세미나, 학술대회를 빠지지 않았다.

기와 관련 책을 섭렵하며 평생토록 기와와 함께했다.

상황이 이러다보니 여러 오해도 낳았다.

10여년 전 문화재를 불법 거래한다는 의심을 받게 된 것이다.

전북광역수사대의 압수수색도 받았고, 모든 기와는 6개월 동안 국립전주박물관에서 임시 소장하게 됐다.

다행스럽게 문화재 불법 취득이란 오명에서 벗어나게 됐고, 전주박물관 학예사가 진품이라는 검증까지 해줘 불행 중 다행으로 여기고 있다.

남은 소원이 하나 있다.

소중한 기와를 보관하고 전시할 공간마련이다.

서울이나 청주, 아산 등에는 기와박물관이 있지만 한국적인 도시 전주에 비슷한 공간이 없음을 아쉽게 여기고 있다.

하지만 개인적인 재력으론 불가능함을 알게 됐다.

전남 영암 한옥박물관에서 요청이 왔지만 연고가 없는 지역은 내키지 않았다.

김성호씨는 “전국적으로 이렇게 많은 기와를 수집한 것은 내가 유일하다. 하지만 이를 보관할 마땅한 공간이 없어 아쉽기만 하다”며 “공간이 제공된다면 기꺼이 기와를 기증할 계획이다. 많은 사람들과 함께 기와에 대해 이야기하고 함께 공감하고 싶다”고 밝혔다.

/조석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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