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자도 대장봉 선유도를 한눈에
할매바위 사랑의 약속 전설 유명
해돋이 포인트 정상 바로아래
눈쌓인 해수욕장 걷기 운치있어

연말연시에는 해를 보기 위해 장소를 물색하기 바쁩니다. 분명 같은 해이지만 보는 시간과 장소에 따라서 느낌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전라북도에도 일출 명소가 많이 있지만, 지리적으로 서쪽에 있어 주로 산이 대부분이지요. 하지만 새만금방조제에서 무녀도, 선유도, 장자도를 잇는 고군산 연결도로가 개통되면서 바다를 배경으로 해돋이를 볼 수 있는 명소 하나 추가되었습니다. 바로 ‘선유도 해돋이’입니다. 
 

- 섬이 아닌 섬 ‘선유도’

예전에는 선유도를 가기 위해서 배편을 알아보아야 했지만, 이제는 승용차나 군산(비응항)에서 다니는 버스를 이용해서 언제라도 쉽게 접근할 수 있습니다. 2017년 12월에 새만금방조제(신시도)에서 무녀도, 선유도, 장자도를 잇는 다리가 개통되었기 때문입니다.     

선유도를 세세히 돌아보려면 선유도로 들어가야겠지만, 선유도 전체 풍경을 보려면 선유도를 지나 장자도로 가는 것이 좋습니다. 장자도에 있는 대장봉(142m)이 선유도를 한눈에 바라보기에는 최고입니다. 장자도 주차장에서 걸어서 5분이면 도착할 수 있는 거리에 있답니다. 대장봉을 포함해서 장자도인데 대장봉은 작은 다리로 연결된 섬이라서 별도로 대장도라고도 부릅니다. 

대장봉 아래 펜션에 여장을 풀고 해돋이 위치를 확인할 겸 대장봉에 올랐습니다. 대장봉은 142m의 바위산이라서 험하지만, 나무로 만든 계단이 설치되어 있어 무리 없이 오를 수 있었습니다. 오르는 중간에 할매바위를 볼 수 있는데 마치 여자가 아기를 업고 밥상을 들고 나오는 형상입니다. 할매바위에 대한 전설도 전해지고 있는데 이 바위를 보면서 사랑을 약속하면 사랑이 이루어진답니다.

대장봉에 오르는 길은 어제 내린 눈으로 약간 미끄럽네요. 조심스럽게 오르는데 바위를 타고 흘러내린 고드름이 보입니다. 오랜만에 보는 고드름입니다. 어렸을 적에는 겨울철이면 흔히 볼 수 있었지만, 도시 생활을 하면서는 쉽게 볼 수 없는 장면이라 반가웠습니다. 

오르막 중간부터는 바다 풍경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하지만, 최고의 포인트는 정상 바로 아래 계단이나 바위입니다. 바로 아래로는 장자도 모습이 보입니다. 대장봉과 연결된 작은 다리도 보이고요. 활처럼 굽어 가느다랗게 펼쳐져 대장봉에 의지하고 있는 모습입니다.   

시선을 왼쪽으로 살짝 옮기면 선유도와 장자도를 잇는 다리 풍경입니다. 새로 놓인 웅장한 다리 곁에는 아담한 옛 다리가 수수한 차림을 하고 있습니다. 새로운 다리가 놓이기 전에도 사람들은 작은 다리를 이용해서 왕래했었답니다.

조금 더 왼쪽으로는 선유도 해수욕장이 보입니다. 일자로 길게 늘어선 모래사장이 망주봉과 연결되어 있습니다. 시간의 흐름을 느끼게 해주는 장면입니다.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면, 선유도 본섬과 망주봉은 서로 떨어진 섬이었을 것입니다. 시간이 흐르면서 서서히 세월의 더께가 쌓이면서 서로 연결되어 하나가 된 것으로 보입니다. 멀리 신시도와 무녀도를 잇는 대교도 보입니다.


- 해돋이에서 희망을 보다

전날 해돋이 포인트를 확인하고 가는 길도 점검해서 어느 정도 안심을 하고 있는데 밤새 또 눈이 내렸습니다. 다행히 폭설은 아니라서 대장봉에 오르는 것은 문제없었습니다. 걱정은 구름이었습니다. 동쪽 하늘을 바라보니 바다 쪽으로만 구름이 끼어 있고 육지 쪽으로는 붉은 띠가 낮게 깔리고 있었습니다. 안심되었습니다. 해는 선유도와 장자도를 잇는 다리를 배경으로 떠올랐습니다. 날씨 탓에 아주 선명한 모습은 아니지만, 충분히 아름다운 광경입니다.  

선유도 해수욕장 방향으로 보아도 역시 멋진 그림입니다. 대장봉에서 보는 해돋이는 단순하게 떠오르는 해만 보는 것이 아니라 주변 풍광과 어우러진 것이라서 더 특별해 보입니다. 

해가 완전히 올라와 이내 섬 전체의 어둠을 걷어냈습니다. 어둠 속에서 제 모습을 찾은 섬은 어제 보았던 것과는 전혀 다른 분위기입니다. 시간에 따라서 이렇게 달라질 수도 있나 봅니다. 은은한 아침 빛을 받고 있는 것이 마치 선녀가 내려앉은 모양입니다. 

시간이 더 흐르면서 장자도는 환하게 밝아졌습니다. 동쪽 하늘 방향이 살짝 붉어진 것을 제외하면 어제 보았던 그 모습으로 돌아왔습니다. 


- 신선이 되어 선유도를 거닐다 

해돋이 후에 아침 식사를 하고 선유도 구경에 나섰습니다. 장자도를 가볍게 한 바퀴 돌고 차를 타고 선유도로 넘어갔습니다. 선유도에는 주차장이 두 곳이 있습니다. 도로에서 선유도 방향으로 들어가 왼쪽 장자도 가까운 곳에 하나가 있고, 오른쪽 선유도 해수욕장을 지나 또 하나가 있습니다. 겨울철에는 주차장에 여유가 있어 편리하네요. 선유도 해수욕장은 밤에 내린 눈으로 멋진 겨울 풍경을 보여줍니다. 눈이 없을 때 보았던 1주일 전과는 전혀 다른 느낌입니다. 

해수욕장 입구에는 집라인 타워가 서 있습니다. 날씨도 춥고, 바람도 많이 불고, 피곤하고 등등 집라인을 타지 않아야 하는 이유가 12가지쯤 되는데 같이 온 사람이 기념으로 꼭 타보고 싶다는데 어쩔 수 없네요.  

분위기에 끌려 장비를 갖추고 집라인 타워에 올랐습니다. 아찔한 높이입니다. 그런 상황에서도 기자 사명감을 발휘해서 사진을 찍느라 무서운 것도 잊었습니다. 사진을 찍고 나서 얼떨결에 줄에 매달려 미끄러져 내려갔습니다. 그다지 길지 않은 시간이었지만 위에서 색다른 풍경을 감상하는 짜릿한 경험이었습니다.  

집라인은 해수욕장을 오른쪽으로 두고 나란히 내려가다가 망주봉 앞 작은 섬에서 내립니다. 망주봉 바로 앞에서부터 작은 섬까지는 나무로 만든 다리가 연결되어 있습니다. 

다리를 건너와 해수욕장을 걸어봅니다. 해수욕장에 와서 눈길을 걷는다는 것은 전혀 생각지도 못했던 상황입니다. 이런 것이 여행이 주는 보너스라고 생각합니다. 기대하지 않았던 멋진 장면을 만났을 때 기쁨은 두 배가 되거든요. 파도 소리도 듣고, 파도가 모래 위에 그려놓은 그림을 보면서 오롯이 나만의 시간을 가질 수 있는 공간입니다. 

선유도에서 꼭 걸어야 할 곳이 또 있습니다. 선유1구 둘레길입니다. 여객선 선착장 방향으로 걸어서 갈 수 있고 차를 타고 선유1구 방향으로 이동해서 가는 방법도 있습니다. 선유도에서 무녀도 방향으로 갈 때 다리 직전 오른쪽에 있는 마을이 선유1구입니다. 바다 쪽으로 튀어나온 작은 산을 데크길을 따라 한 바퀴 돌 수 있도록 만든 둘레길입니다. 가까이에서 바다 풍경을 보면서 걸을 수 있는 길입니다.


- 다시 가고 싶은 섬, 선유도

선유도는 도로가 연결되면서 이제는 섬이 아닌 섬이 되었습니다. 그 덕분에 새로운 해돋이 명소로 주목을 받고 있고요. 선유도는 꼭 해돋이가 아니라도 사계절 언제든지 찾아도 좋은 곳입니다. 계절에 따라 다른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곳이기 때문입니다. 이곳에서는 봉우리를 찾아 오르며 산행 기분도 즐길 수 있고, 바다 풍경을 보면서 걷는 둘레길 역시 백미입니다. 거기다가 집라인을 타면서 짜릿함을 맛보는 것은 별미이고요. 그런 이유로 멀지 않아 또 선유도를 찾아갈 것입니다. 

/전북도 블로그기자단 '전북의 재발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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