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산부 배려석 있으면 뭘 해요? 앉지를 못하는데...”

임산부들이 전주시내 버스 임산부 배려석에 대해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저 출산 해결과 임산부들에 대한 배려로 만들어진 시내버스 임산부 배려석이 실제 임산부들이 사용하기에 불편하다고 호소하고 있다.

전주시내 버스는 총 433대가 운행되며 그 중 임산부 배려석은 일반버스와 저상버스에 각각 2석과 1석이 설치돼있다.

10일 기자가 만난 황모씨(33·여)는 작년 11월 임신 12주쯤 시내버스를 탔을 때 이야기를 꺼냈다.

“퇴근 후에 버스를 탔는데 임산부 배려석에 한 아저씨가 앉아있었다” 며 “보통 그냥 서서 가는데 그날은 너무 힘들어서 일부러 임산부 배지가 보이게 (배려석 앞에) 서있는데도 비켜주질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황씨는 “너무 힘들어서 제가 ‘초기임산부라 힘들어서 그러는데’ 라고 말하자 상대방이 ‘그런데 뭐?’ 라고 반말로 쏘아붙여서 비켜달라고 말도 못했다” 라며 “좀 서있는데 그 아저씨가 위아래로 훑어보더니 ‘배도 안 나왔으면서 임산부는...’이라고 하며 자리를 비켜줬다”고 전했다.

황씨는 “배려석이 있지만 배려 받지 못하고 법으로 정해진 것도 아니라서 민원을 넣어도 소용없다” 며 “그날 편함을 얻었지만 그보다 심한 수치심을 받았다” 말하고 살짝 눈물을 보였다.

또 다른 시민인 김모씨(30·여)는 “매일 버스로 출·퇴근을 하는데 임산부 배려석에 항상 할아버지, 할머니, 아저씨 등이 앉아 있었다” 며 “임산부가 앞에 있는데도 안 비켜주면 한 대 쥐어박고 싶다”고 울분을 토했다.

이어 김씨는 “저 출산정책이랍시고 아기를 낳으면 ‘돈 줄게’ 식이 아니라 이런 배려정책이 확실히 자리 잡혀야 아기 낳기 좋은 곳 아닌가요?”라고 반문했다.

이런 상태에 전주시 관계자는 “임산부 배려석이나 전용주차장은 장애인 주차장처럼 강제성이 없고, 처벌에 대한 근거나 기준이 없다” 며 “배려석은 말 그대로 윤리적인 배려차원이라 과태료 등 을 부과 할 수 도 없고, 특별히 민원이 들어오지도 않았다”고 밝혔다.

이어 관계자는 “임산부 배려석에 대한 법적 처벌을 할 순 없지만 앞으로 임산부들에 대한 대중교통 배려에 최선을 다 할 것” 이라며 “시민들도 임산부를 배려하는 사회문화를 만들어 달라” 고 당부했다.

/김현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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