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주 화요일이면 우리 일터 4층엔 기타 소리가 울려 퍼진다.

기타라고는 생전 제대로 잡아 보지도 못했지만 동료들과 ‘동호회’라는 명목으로 함께 웃음꽃 피는 기타 교실을 노동조합에서 운영하고 있다.

사실 악기라는 것은 매일 손에 가까이 두고 배우고 복습하는 과정을 끊임없이 반복해야 좋은 소리를 낼 수 있고, 사람들의 귀에 거슬리지 않는 음색을 낼 수 있는 것은 자명한 것이다.

하지만 하루하루를 폭주하듯 맡겨진 업무 처리와 고객과의 관계 속에서 실적을 내야 하는 직장인에게 악기를 배울 시간을 내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래도 지금이 아니면 평생 못 해 볼 수도 있다는 생각에 없는 시간 쪼개고 열정을 되살려 아픈 손가락 호호 불어가며 코드를 잡아 본다.

돌이켜보면 우리 월급쟁이 노동자들의 직장 생활은 실적이 강조되는 현실 속에서 무미건조한 일상의 연속이었고 스트레스는 술로 풀어야 했으며 가장은 ‘돈 벌어오는 기계’라고 우스갯 소리를 하곤 했다.

하지만 사회가 선진화되고 노동의 가치가 존중될수록 일과 돈보다 더 소중한 것이 필요하다는 것을 깨우치게 된다.

주 52시간 근무제가 시행되면서, 이대로만 제대로 된다면 직장인에겐 정말 시간이 많아진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현실은 꼭 그렇게 되리라는 장담을 하지 못하는 게 한없이 안타까운 일이지만 제도라는 것은 시행을 전제로 하는 것이기 때문에 이에 맞는 직장인의 생활 패턴도 고민을 해 봐야 할 문제다.

어쨌거나 이 많아진 시간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가 직장인에겐 큰 관심사가 아닐 수 없다.

이러한 사회적 분위기 속에서 ‘워라밸’이라는 단어는 이제 우리에게 낯설지 않은 용어가 되었다.

워라밸은 일과 삶의 균형을 의미하는 단어로, ‘워크 앤 라이프 밸런스(Work and Life Balance)’를 한국식으로 줄인 콩글리시다.

실제로 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한국인 10명 중 7명이 연봉과 워라밸 중에서 워라밸을 더 중시한다는 답변을 했다고 한다.

그러나 현실이 워라밸에 가깝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는 9.5%만 동의했다고 한다.

그만큼 아직까지는 우리의 노동문화가 일과 삶의 균형을 맞추지는 못하는 방증일 것이기 때문에 주 52시간제의 제대로 된 시행은 더욱 필요한 전제가 된다.

한편 직장인의 워라밸 충족을 위해서 동호회 활동을 적극 권장하고자 한다.

필자는 노동조합을 운영하면서 작년부터 산악회·기타·당구·탁구 등 4개의 직장내 동호회를 발족시켰다.

 사실 그 전에는 동호회 구성 자체를 엄두도 못 냈던 게 사실이다.

직장내 동호회의 장점은 공통분모를 가진 구성원들의 집합체이기 때문에 인적 관계가 어색하지가 않고 장소적으로도 접근하기가 쉽다는 점이다.

물론 필자의 직장은 지사무소가 많아서 모이는 시간이 다소 차이가 있긴 하지만 지역본부 등 일정 공간에 모여서 강사를 초빙하여 진행하는 형식이어서 개별적으로 학원에 가지 않아도 악기를 다뤄 볼 기회를 얻게 된다.

누구나 악기 하나쯤 다뤄 보고 싶은 로망은 다 가지고 있는데 직장 동료끼리 함께 한다면 즐거움이 더욱 배가 될 것이다.

당구나 탁구 또한 비교적 자주 접하기는 하지만 체계적으로 배우기는 쉬운 일이 아니다.

동호회 전용 당구장이나 탁구장을 섭외하여 전문 강사로부터 기술을 습득함으로써 또 다른 배움의 재미를 만끽하곤 한다.

주중에 시간 내기가 정말 어려운 경우에는 산악회에 가입하면 좋을 것이다.

산악회 모임은 대부분 주말에 이루어지고 산행은 한 달에 한 번 정도여서 시간의 제한을 가장 덜 받는 동호회다.

건강의 소중함을 깨닫는 나이가 되어야 산에 가게 되고 산을 좋아한다고들 말한다.

하지만 건강관리는 일찍 시작할수록 좋다.

비교적 운동량이 적은 젊은 직원들일수록 더욱 적극적으로 산악회 활동을 하기를 권유하곤 한다.

숨 가쁘게 정상을 향해 가면서 체력단련도 하고 건강관리도 되겠지만 무엇보다 동료들과의 일터 내에서 못다한 이야기들을 하고 서로를 알아가는 소통의 시간이 될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매력이 아닐까 싶다.

일 못지 않게 더욱 소중한 우리 직장인의 삶! 밸런스를 맞추기 위한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음으로써 우리의 삶은 더욱 풍성해지고 즐거워질 것이라 생각된다.

/박병철 전북농협 노조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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