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해 가을 국립무형유산원에서 일반 시민들을 대상으로 ‘축제와 카니발에 대하여’라는 강연이 있었다.

평소 전주에서 열리는 여러 축제들을 현장에서 접해본 나는 축제에 대한 강연을 한다는 소식을 듣고 어떤 이야기를 들을 수 있을까? 라는 호기심에 생겼다.

강연 장소는 도서관 내에 약 20명 정도 앉을 수 있는 정도의 공간에서 진행되었다. 강연자는 ‘축제의 문화사의 저자 윤선자’ 선생이었다.

강연을 듣는 내내 ‘아~’ 라는 소리는 절로 나왔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대표적 축제인 카니발의 이야기를 시작으로 중세와 고대로 그리고 원시시대를 거슬러 올라가며 강연은 전개 되었다.

고대 그리스를 중심으로 이루어졌던 축제는 2월에 술의 신 디오니소스를 기리며, 사람들은 고주망태가 될 때까지 와인을 마시는 ‘안테스테리아’라는 축제가 있었고 3월에는 농경농촌 축제인 ‘디오니시아’ 축제가 열렸다.

로마 시대에는 2월 초 농업과 문화의 여신인 ‘케레스’를 숭배하는 축제가 있었으며, 목신을 기리는 ‘목신제’, 전쟁의 신 ‘퀴리누스’, 고인이 된 자를 기리는 축제 등 한 달 내내 축제가 이어졌다고 한다. 또한 로마인들은 12월엔 농경 신인 ‘사투르누스’를 숭배하는 축제가 있었는데, 축제 기간 중에는 주인과 하인이 서로 역할을 바꿔 의상을 입고 같이 술과 고기를 먹었다고 한다. 12월 말쯤에는 어린이를 위한 축제인 ‘미트라’ 축제가 있었다.

고대 봄이 오면 열렸던 ‘2월 축제’가 중세에 이르러 카니발로 거듭난다.

부활절을 앞두고 40일간 금욕·금식하는 기간인 사순절을 직전 마음껏 놀고 즐길 수 있는 축제가 바로 카니발이었던 것이다.

카니발이 절정을 다다르며 가장 활성화된 계기가 개신교였으나, ‘우상 숭배’ 등을 이유로 억압했던 것 또한 개신교였던 것이다.

이후 종교적·정치사회적 변화 속에 차츰 축제의 형식과 기간은 변화를 겪었으나, 카니발은 민중이 주도하며 그 뿌리를 지켜갔다.

그럼 우리의 축제는 어떨까?

표인주 전남대 교수(민속학)는 “옛 농경사회에선 농한기인 정월 한 달이 모두 휴가인 셈이었고, 특히 머슴들은 섣달그믐에 자기 집으로 돌아가 푹 쉬고 2월 초하루에 주인집에 돌아오는 풍습이 있었다.”고 하며 “일과 놀이가 분리된 것이 아니라 서로 밀접한 관련이 있었고, 실제로 노동을 놀이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설명한다. <표인주 축제민속학 중>

우리의 축제는 유교적 풍속 하에 서양 축제에 비해 격식 등을 중요시 했을 것이라고 추측해 보면서도 통영오광대놀이와 같이 민중의 해학을 담은 놀이 등이 있는 걸 볼 때, 우리 또한 자유롭게 즐기며 표현하는 행위들은 끊임없이 추구하지 않았나 생각된다.

이번 강연을 듣고 축제들에 대해 다시금 들여다 볼 수 있는 소중한 기회가 되었으며, 누구나 미쳐서 즐길 수 있는 축제가 있었으면 한다.

/한국전통문화전당 정책기획팀장 이영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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