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느냐 사느냐' 교육당국, 자사고 심판 논란
'죽느냐 사느냐' 교육당국, 자사고 심판 논란
  • 정병창
  • 승인 2019.01.24 17: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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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정부 자사고 폐지 2단계 수순
현재 평가결과 취소된 사례 전무
전주 상산고 올해 재지정 평가
전북교육청 기준 80점 대폭 상향

김교육감 대통령 공약 '폐지'
70점 일반고도 받는 평이한 기준
80점 상향 문제 삼을시 정면대응
감사-위반 최대감점 5점→12점
타시도교육청 비교 형평성 논란

홍성대이사장 "80점 무리한 점수"
평가지표 자사고 성격과 무관해
기준점 상향-재량점수 확대 촉구
교총 "재량평가 악용되선 안돼
자사고정책 교육감 권한 아냐"
상산고 재지정 기준점 시정요구
도교육청 80점 유지 의지 확고
사진은 자사고인 전주 상산고등학교 전경. /이원철기자

그동안 5년마다 시행돼 온 자율형사립고(이하 자사고) 대한 재지정 평가가 올해부터 더욱 강화될 움직임을 보이며, 교육계의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고 있다.

문재인 정부의 정책기조에 발맞춰 교육부와 시도교육청이 자사고 재지정 평가의 통과 기준을 상향 조정키로 방침을 세우고 있다.

이로 인해 재지정 합격 문턱과 세부 평가지표에서 불리해진 자사고들의 불만과 걱정이 더욱 고조되고 있다.

이 때문에 교육계에선 교육당국과 자사고 간의 갈등 문제가 또 다시 수면 위로 부상할 것이라는 관측까지 내놓고 있다.

이에 따라 교육계의 새로운 갈등 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문재인 정부의 자사고 정책은 어떻게 전개되고 있으며, 교육당국과 자사고 간의 상반된 입장차는 무엇인지 한번 짚어봤다.



▲문재인 정부 '자사고 폐지 3단계 로드맵'

올해 2단계 본격 가동 자사고 폐지를 위한 문재인 정부의 3단계 로드맵 가운데 2단계 계획이 올해부터 본격 추진될 전망이다.

교육당국은 자사고들을 평가해 기준점을 넘지 못하면 일반고로 강제 전환시킨다는 계획이다.

자사고 측에서는 교육부와 시도교육청이 마련한 평가 기준이 지나치게 까다로워 "폐지를 위한 평가"라며 반발하고 있다.

최근 전북교육청을 비롯한 각 시도교육청은 올해 자사고 운영성과 평가를 위한 지표와 일정을 확정했다.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에 따르면 교육감은 자사고 운영 성과를 5년마다 평가하고 결과에 따라 자사고 지정을 취소할 수 있다.

그러나 지금까지 자사고가 평가 결과 때문에 강제로 취소된 사례는 전무한 데 지원자 미달 등의 이유로 학교가 스스로 일반고 전환을 신청한 경우만 있다.

이는 교육감이 자사고를 취소하려면 ‘교육부 장관의 동의’를 받아야 하는 법 조항 때문이다.

지난 2015년 서울시교육청은 평가 점수가 낮은 6개 자사고를 취소시키려 했지만 박근혜 정부 당시 교육부의 동의를 얻지 못해 실패했다.

하지만 자사고에 비판적인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면서 분위기가 새롭게 달라졌다.

이번에 교육부와 시도교육청이 만든 자사고 평가 지표 표준안을 보면 강력한 폐지 의지를 확인할 수 있다.

이를 놓고 교육계에선 자사고 폐지 1단계에 이어 2단계가 본격화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지난 2017년 11월 교육부가 발표한 로드맵에 따르면 1단계는 자사고와 일반고의 모집 시기 일원화, 2단계는 자사고 평가를 통한 단계적 일반고 전환이었다.

이어 3단계는 고교 체제를 전반적으로 개편한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교육부는 지난해 1단계 조치에 해당하는 ‘고입 동시 선발’을 시행한 바 있다.

자사고가 우수 학생을 선점하지 못하도록 일반고와 같은 시기에 학생을 모집하도록 하고 일반고 중복 지원도 금지토록 했다.

하지만 이 같은 조치에 반발한 자사고들이 헌법소원을 내면서 모집 시기는 일원화됐으나 자사고·일반고 중복 지원 금지는 헌재 결정이 나올 때까지 유예됐다.

특히 2단계 조치가 본격화되는 올해는 자사고 및 학부모와 정부·교육청 간 갈등이 더 심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오세목 전국자사고연합회장(중동고 교장)은 “정부 압박에도 불구하고 입시 경쟁률이 지난해와 비슷하다.

그만큼 수요자 요구가 있다는 뜻인데, 시도교육청이 이를 무시하려 한다”면서 “폐지 수단이 돼버린 자사고 평가의 불합리성을 면밀히 검토해 자사고연합회 차원에서 적극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교육당국, 올해부터 자사고 재지정 평가 기준 상향 조정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에 따라 자사고는 5년 마다 교육당국으로부터 건학이념과 지정목적에 맞게 학교 및 교육과정을 운영했는지를 평가받는다.

평가를 통해 지정 목적 달성이 불가능하다고 인정되는 경우 교육부장관 동의를 거쳐 교육감이 자사고 지정을 취소할 수 있다.

현재 전국적으로 자사고는 전북지역 3곳(전주 상산고·익산 남성고·군산 중앙고)을 비롯해 모두 42곳에 이른다.

특히 올해 재지정 평가 대상은 전주 상산고를 포함한 24곳이 해당된다.

각 시도교육청은 오는 3월까지 재지정 평가 대상 자사고들에게 운영성과 보고서를 받고 이를 토대로 4~5월 교육청이 구성한 운영성과 평가단이 서면ㆍ현장 평가를 진행한다.

6~7월에는 재지정 평가 결과에 대한 각 학교 입장을 듣는다.

최종 재지정 여부는 7~8월쯤 확정될 예정이다.

여기서 문제는 자사고 재지정 평가 통과 기준이 대폭 상승됐다는 점이 큰 이슈가 되고 있다.

각 시도교육청 중 서울과 부산, 대구, 인천, 울산, 경기, 충남, 전남, 경북 등 9곳은 재지정 기준점을 70점으로 5년 전보다 10점 높였다.

반면에 전북의 경우 평가 기준점을 80점으로 대폭 올렸다.


▲김승환 전북교육감, “정부 시책에 맞춰 자사고 폐지가 맞지만, 현실적인 한계로 평가 강화할 수 밖에 없어”

김승환 교육감은 그간 확대간부회의 등을 통해 “정부부처가 어떤 정책을 수립하고, 집행할 때 가장 우선적으로 봐야 하는 게 있다.

하나는 ‘헌법’이고, 다른 하나는 ‘대통령공약’이다”면서 “자사고에 대한 대통령공약은 ‘폐지’인데, 그렇다면 교육부 정책도 폐지쪽으로 방향이 맞춰져야 하는 것 아니냐? 하지만 현재 교육부 정책은 대통령공약인 ‘자사고 폐지’와는 많이 다르다”고 지적했다.

김 교육감은 “이명박정부 때 자사고 재지정 기준 점수가 70점이었던 것을 박근혜정부에서 60점으로 낮췄다.

60점은 어느 학교라도 기본 운영만 준수하면 무난히 받을 수 있는 점수다.

교육부가 이번에 자사고 재지정 점수를 70점 이상으로 상향했지만 원상조치 한 것에 불과하고, 70점은 전북지역 일반계 고등학교에서도 받을 수 있는 평이한 기준”이라면서 “이는 결국 대통령공약을 실현하고자 하는 의지가 없는 것 아니냐”고 꼬집었다.

김 교육감은 2019년 신년설계 기자회견에서 “전북교육청은 자사고 재지정 점수를 80점 이상으로 했다”면서 “교육감 스스로는 자사고 폐지가 맞다고 생각하지만 현실적인 한계 때문에 평가를 진행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형평성 논란이 불거진 자사고 재지정 평가와 평가기준 80점 상향과 관련, “재지정권은 시·도교육감에게 있다.

교육감이 가진 권한을 행사하되 법에 어긋나지 않게 적정하게 행사할 것”이라며 “문재인 대통령이 자사고를 폐지하겠다고 밝혔는데도, 교육부는 재지정 기준점을 70점으로 했다”면서 “교육부에서 전북교육청의 자사고 재지정 권한과 관련해 문제 삼으면 교육부와 전면전이 일어날 것이다.

이는 교육부에도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스스로 잘 알 것이다”고 덧붙였다.


▲전북교육청, 자사고 평가 기준 강화 타 시도교육청과 형평성 논란

전북교육청이 교육부 표준안보다 높은 재지정 기준 80점 등 강화된 재량지표를 적용해 자사고 운영성과(재지정) 평가를 진행키로 했다.

하지만 여론수렴 등의 공론화 과정 없이 타 시·도교육청보다 상향된 재지정 기준점수를 적용한 것에 대해 형평성 논란으로 불거지고 있다.

전북교육청은 학교운영, 교육과정운영, 교원의 전문성, 재정 및 시설여건, 학교 만족도, 교육청 재량지표 등 총 6개 영역(만점 100점)으로 자사고 재지정 평가를 진행할 계획이다.

이 중 88점은 교육부 표준안이며 나머지 12점은 교육청 재량평가다.

재량평가는 학교 자체평가를 통한 개선점 반영 실적, 민주적 학교문화 조성을 위한 학교자체의 노력 및 실적, 우수 운영사례, 감사 등 지적 및 규정 위반 사례 등 4개 세부지표로 나뉜다.

이 중 감사 등 지적 및 규정 위반 사례의 경우 지난 평가(2014년) 땐 5점이었던 최대 감점이 내년 평가에서는 12점으로 대폭 늘었다.

기관주의와 경고, 징계 등에 0.5~1.5점의 감점이 적용된다.

또 전북교육청은 교육부가 제시한 재지정 기준점수(70점)보다 10점이 높은 80점으로 정했다.

이번 평가계획은 올해 재지정 평가를 받는 전주 상산고부터 본격 적용될 전망이다.

이에 대해 상산고 측은 “지난 평가 땐 최대 5점이 깎인 채 시작됐다면 이번은 12점이 감점된 88점부터 평가를 받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하소연했다.

앞서 전북교육청은 지난 2014년 8월 상산고의 운영 성과를 평가한 끝에 자사고로 재지정했다.

당시 상산고는 재지정 기준(70점)을 넘는 80.8점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도내 자사고 재지정 평가는 5년 주기로 실시되는데 전주상산고 외에 익산 남성고와 군산 중앙고는 오는 2020년에 재지정 평가를 받게 된다.


▲전주 상산고 홍성대 이사장 “전북교육청 자사고 평가기준 80점은 무리하고, 평가지표 역시 적절치 못해”

‘수학의 정석’ 저자로 명성이 드높은 홍성대 전주 상산고 이사장은 최근 전북교육청의 자사고 재지정 평가 기준 강화에 대해 “전북교육청의 자사고 평가기준 80점은 무리한 것이고, 지표 역시 적절하지 못하다.

전북에서 인재를 양성하는 게 꿈이자 자부심인데 억장이 무너진다”면서 “자사고는 법률에 교육과정을 자율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학교를 말하는데 자사고 평가는 자율적으로 어떻게 운영을 해왔는가 안했는가를 따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도교육청이 제시한 31개의 평가지표는 적절하지 못한 기준”이라며 “평가지표만 봤을 때 자사고 성격과 관련된 평가를 하는 것이 아니라 교육청의 권장사안을 평가해 말을 잘 듣는 학교와 그렇지 않은 학교를 가려 서열을 세우는 듯한 느낌”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자사고와 특목고, 일반고 등 인문계 고교에서 입시 교육을 하는 것은 학교의 책임이자 의무다.

단순히 자사고의 명문대 합격률이 높다고 입시준비 기관으로 폄하하는 것은 사실을 왜곡한 것”이라며 “상산고는 대입 과목이 아닌 영어회화, 태권도, 철학 등 다양한 교육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수학과목만 보더라도 학생들이 입시수학을 벗어난 수준을 원해 ‘고급수학’이란 과목을 편성해 가르치고 있다.

입시만 생각했다면 교사들이 수능과 관계없는 이런 수업들을 개발하려 머리 싸매지 않았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학교를 처음 세우기로 결심했을 때 서울 근교가 아닌 전주에다가 세운 이유는 내가 전북출신이고 지역 학생들의 후학을 챙기고 싶어서 한 것”이라며 “타 지역은 자사고를 유치해 지역인재를 키우려 노력하는데 전북은 왜 그런지 모르겠다.

전북도와 전주시 등에 돈을 단 한 푼도 요구하지도 않았다.

이런 상황에도 학교를 운영하는 이유는 전북지역 학생과 지역사회를 위해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고자 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교총, 자사고 재지정 평가 기준 상향 조정 및 재량점수 확대 전면 재고 촉구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이하 교총)는 시도교육청의 자사고 재지정 평가 기준 상향 조정과 재량점수 확대를 전면 재고할 것을 촉구했다.

교총은 “자사고 정책이 교육감에 의해 좌지우지 돼서는 안되며, ‘고교체제’라는 거시적 관점을 갖고 국가 차원에서 검토 및 결정해야 한다”며 “시도교육청에 따라 재지정 평가기준과 방법을 조정ㆍ변경해 달리하는 것은 교육법정주의와 정책 신뢰를 무너뜨리는 일이며 ‘자사고 폐지 수순’이라는 비판을 자초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자사고는 2002년 김대중 정부에서 평준화 교육을 보완하고 수월성 교육의 필요성에 따라 도입됐으며 노무현 정부 때도 이어진 정책”이라며 “특히 4차 산업혁명과 창의, 자율 등 미래교육 환경을 감안할 때 앞으로 더욱더 교육의 수월성과 평등성을 조화롭게 추구해나가야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또한 “교육청 재량평가가 대폭 강화돼 학교의 감사 지적 사례에 따라 최대 12점까지 감점할 수 있게 한 것은 심각한 문제”라면서 “사안의 경중을 떠나 감사 지적사항은 개선돼야 하지만 감사 처분의 99% 이상이 지침 미숙지, 주의 소홀에 따른 것인 만큼 이를 과잉 해석ㆍ활용해 자사고 재지정을 막는 도구로 악용하는 일은 절대 있어서는 안된다”고 피력했다.

아울러 “올해를 평가받는 자사고들이 기존 평가에 비춰 지난 5년간의 학교운영 평가를 준비해왔을 것”이라며 “그런 상황에서 갑작스런 평가 변경과 기준 강화로 자사고를 무더기 지정취소 한다면 이로 인한 갈등과 충돌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라고 우려했다.

교총은 “자사고 문제는 교육감의 권한이 아닌 미래 교육비전과 고교체제라는 거시적 관점을 토대로 국가 차원에서 결정할 사항”이라며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걸맞은 인재 육성을 위해 일본정부는 일반고의 특목고 전환을 추진하는 등 세계는 수월성 교육을 도모하는 추세다.

학교 다양화와 학교 선택권 확대를 위해 자사고는 설립 취지에 부합하게 운영되도록 하고, 교육 구성원들의 동의와 희망학교에 한해 일반고로 전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전주 상산고, '평가지표 불합리' 시정요구서 교육부·전북교육청에 제출…전북교육청, “수용키 어렵다” 반응

전주 상산고는 전북교육청의 자사고 재지정 평가 기준점수와 지표가 불합리하다는 내용의 시정 요구서를 교육부와 전북교육청에 제출했다.

시정 요구서엔 전북교육청만 재지정 기준점이 80점인 것과 학교 설립 취지 및 건학 이념과 맞지 않는 평가지표에 대한 형평성 문제를 지적한 내용이 담겼다.

이에 대해 전북교육청은 ‘자사고 재지정 기준점을 70점으로 낮춰 달라’는 전주 상산고의 시정 요구를 수용하기 어렵다는 반응을 보였다.

기준 점수 등 평가기준은 바꿀 의향이 없고 평가기간 등 세부사항에 대해선 일부 수정이 가능하다는 게 전북교육청의 입장이다.

전북교육청 관계자는 “문재인 대통령 공약인 ‘자사고의 일반고 전환’을 충실히 이행할 방침”이라며 “기관장인 김승환 교육감의 의지가 강하기 때문에 현재로선 기준점 80점 유지는 재고의 여지가 없는 상황이다”고 말했다.

전북교육청이 상산고의 시정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기로 내부 결론을 내리자 교육부는 자사고 평가 권한은 교육감에 있는 만큼 추후 상황을 지켜봐 대응하겠다는 조심스런 반응을 보이고 있다.

교육부 관계자는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제91조의3에 따라 자사고 기준설정이나 평가권한은 교육감에게 있다”면서 “교육부 장관은 평가 결과(지정 취소 여부)에 대한 동의·부동의권을 갖고 있어서 우선 평가를 진행한 후 상황을 판단하겠다”고 설명했다.

상산고가 재지정 평가에서 70점대를 받을 경우 같은 점수대를 받은 타 지역의 자사고는 합격선을 넘겨 재지정되는 반면에 상산고는 탈락될 수 있는 여지도 남겨져 있다.

이럴 경우 상산고가 평가기준 상승에 따른 재지정에서 탈락해 일반고로 전환될 경우 법적 다툼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결코 배제할 수 없다.

/정병창기자 woojuch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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