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시청 앞 10여 미터 높이의 망루에서 농성을 벌였던 김재주씨가 26일 오전 드디어 편안한 마음으로 땅을 밟았다.

민주노총 택시노조 전북지회장 출신의 김씨는 전주지역 택시회사의 사납금제 폐지와 전액관리제(완전월급제) 도입을 요구하며 지난 2017년 9월 4일 처음 망루에 오른 지 510일 만이다.

6번째 계절을 망루에서 맞은 셈이다.

이날 전주시와 전국공공운수사회서비스노조 택시지부는 전액관리제를 위반한 전주지역 택시회사에 대해 강력한 행정처분을 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확약서에 서명했고, 김씨의 기나긴 투쟁은 소기의 목적을 달성했다.

확약서에서 전주시는 전액관리제를 위반한 택시회사들에 대해 과태료를 부과하고 그래도 시정하지 않으면 감차 처분을 하는 내용을 담았다.

또한 전액관리제 정착을 위해 택시회사들의 차고지를 반기별로 한차례 지도·점검하고 택시운행정보 관리시스템도 운영하기로 하는 내용이었다.

완전월급제를 이행하지 않는 택시회사에게는 강도 높은 행정의 족쇄가 채워지는 내용들을 담은 것이다.

문제는 과거 전주시의 과태료 처분에 대해 택시회사들이 '부당하다'며 소송을 건 상태다.

그런 만큼 전주시가 패소하면 이런 절차들은 중단될 가능성이 높다는 게 맹점이다.

그러나 전주시는 전액관리제가 정착될 수 있도록 사측과의 설득 작업을 펼쳐가는 등 지속적인 노력을 해나겠다는 입장을 강조했다.

그동안 전주시는 노조의 농성 이후 전액관리제 시행을 위한 용역을 발주하고 20여 차례에 걸쳐 노조와 협상을 벌이는 등 사태 해결을 위한 노력을 펼쳐왔다.

노조는 이번 협상 타결로 시청 안의 모든 농성장을 철수하기로 했다.

전액관리제의 상징으로 자리 잡은 망루의 철수는 물론 노조원들의 응어리진 마음도 한결 안정을 찾을 수 있으리란 생각이다.

한편 지난해 10월 서윤근 전주시의회 의원은 5분 자유발언에서 택시운전사들이 하루 16시간씩 한 달 26일을 밤낮없이 일해야만 160만~170만원을 번다면서, 사납금제를 일컬어 택시 노동자 입장에서 ‘21세기 노예제도’라는 자조 섞인 말이 나온다고 주장한바 있다.

오죽하면 김 지회장이 510일이나 망루에 올랐을까 싶다.

김 지회장의 농성은 택시 노동자가 세운 세계 최장 고공농성 기록이라고 한다.

이번 시와 노조의 확약이 잘 지켜져 사납금의 악습이 사라지고 월급제가 정착될 수 있기를 희망해 본다.

누구에게나 당당히 월급 받을 권리가 있으며 이는 성역이 있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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