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하지 않아도, 아이가 없어도 괜찮다고 생각하는 미혼남녀가 증가하고 있다.

나 하나 건사하기 힘든 세상에 누군가를 책임진다는 게 과연 말처럼 쉬운 일인가? 특히 대한민국을 살아가는 남성의 경우 부인과 자식을 경제적으로 뒷받침해야 하는 사회에 살고 있다는 점에서 여느 국가의 남성보다 그 책임의 무게는 더욱 크리라.

결혼해도 행복하게 살기 힘든 사회라는 점에 대해서는 남녀 모두가 대체로 공감하는 모습이다.

한 연구결과는 배우자를 고를 때 미혼 남성보다는 미혼 여성이 경제력을 더 중요하게 여기는 비율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남성이 가계 경제를 책임진다는 전통적 의식이 아직 남아 있는데다 특히 일자리 불안에 노출된 여성의 열악한 경제 상황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는 분석이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최근 미혼남녀를 대상으로 결혼태도 및 배우자 조건에 대해 조사를 벌였고, 남녀 간 다소간의 차이를 보였지만 미혼여성은 92%, 남성은 53% 배우자 조건으로 ‘경제력’을 중요시 여기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 사회가 전통적으로 결혼에서 남성의 경제력을 상대적으로 더 중요한 요소로 여기고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가 아닌가 싶다.

다른 한편으로는 청년 세대의 열악한 경제 상황, 특히 여성의 부정적 경제 여건 등이 복합적으로 영향을 준 결과로 해석할 수도 있다.

결혼에 대한 긍정적 태도를 묻는 질문에 대해 미혼 남성이나 여성 모두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이라는 입장이 다수를 차지했다.

긍정응답과 관련, 남성은 50.5%로 절반을 넘었지만, 여성은 28.8% 수준에 그쳤다.

이처럼 남성이 여성보다 결혼에 더 긍정적 태도를 보이지만, 남성도 여성과 마찬가지로 결혼을 ‘해도 좋고 안 해도 좋다’는 유보적 응답이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한 점에 비춰볼 때 비혼화 경향을 여성만의 현상으로 보기는 어렵다.

결혼이 여성에게 뿐 아니라 남성에게도 소위 ‘땅기는’ 요소는 아닌 것이다.

우리나라의 30대 중반 이하 청년층의 미혼율은 이제 ‘미혼급증’을 먼저 겪었던 일본을 이미 앞지르고 있다.

또 결혼을 고려할만한 미혼 남녀 중 실제 이성교제를 하는 사람은 10명 중 서너 명에 불과하다고 한다.

젊은이들의 재정적 문제도 문제지만 일단은 결혼이 젊은이들에게 ‘혹’하는 요소가 되지 못하고 있다는 점에서 우리 부모세대들의 책임도 크다.

부모세대들이 젊은이들에게 보여준 결혼생활의 모습들은 어떠한가? 무언가 좋은 게 있다면 우린 빚을 내서, 대출이라 받아서 한다.

결혼도 마찬가지다.

정말로 하고 싶어 미칠 지경이라면 돈은 문제가 아니다.

결혼이 엄청나게 멋진 일이고 미치도록 좋은 일임을 젊은 세대들에게 각인시킬 수 있는 획기적 방안을 구상하는 연구들.

이는 재정적 지원 못지않게 중요한 사안이라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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