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전쟁 이후 경제를 비롯한 모든 분야에서 빠르게 성장했다. 외형적인 성장뿐만이 아니라 국민들의 의식도 높은 수준으로 성장하여 이제는 양적팽창이 아닌 질적 성장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2019년 정부는 신년사에서 ‘함께 잘사는 혁신적 포용국가에 도달하겠다’는 의지를 강조했듯이 세계적 흐름은 불평등을 해결할 해법으로 ‘포용’을 선택하고 있다.

그래서 국내를 비롯한 국제적 포용의 실천적 방법으로 공적개발원조(Official Development Assistance, 이하 ODA)가 점차 확대되고 있다. 우리나라는 원조의 수혜국이었지만 1988년 공여국으로 전환된 국가로서 80년대까지는 개발 원조로 빠르게 성장하는 계기가 되었다.

동시에 세계은행, IMF, 국제개발협회(IDA) 등 국제기구에 가입하면서 국제사회로 나아갔다. 특히 1991년 외무부 산하에 무상원조집행기관인 한국국제협력단(Korea International Cooperation Agency, 이하 KOICA) 설립은 ODA의 전환점이 되었고, 1996년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가입은 국제 원조사회의 일원으로 인정받는 계기가 되었다.

2009년 OECD 개발원조위원회(Development Assistance Committee, 이하 DAC)의 회원국이 되면서 단순한 공여국이 아닌 국제개발협력을 주도하는 국가로 위상을 높였다. 이러한 활동에 기반을 마련해주는 ‘국제개발협력기본법(2010. 3월)’ 제정은 본격적인 ODA 활동에 힘을 실었다.

ODA 활동에 사용되는 예산은 타 국가와 비교했을 때 여전히 적은편이지만ODA에 대한 필요성과 분야의 다양성으로 점차 예산규모도 확대되고 있는 추세다. 

문화영역은 ODA 활동에서 다른 분야를 지원하는 부수적인 의미로 활용한다는 인식이 많았다. 하지만 세계적으로 ODA에서 문화영역의 중요성과 필요성이 강조되고 있는 시점이다.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의 보고서(2013)에 따르면, 원조가 필요한 많은 나라의 빈곤문제가 심각하지만 단순한 환경적 개발 원조만으로는 효과를 볼 수 없다고 말한다. ODA에서 문화영역이 필요한 것은 빈곤문제가 가지는 다차원적인 성질을 입체적으로 접근할 수 있고, 지역민의 문화권을 지키고 발전의 동력이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지금은 국제개발협력의 패러다임에서 문화와 관광의 중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문화영역 ODA는 문화체육관광부, 외교부의 KOICA, 문화재청 등에서 진행하고 있다. 문화영역 ODA 예산은 OECD DAC 국가 중 매년 증가율이 10% 이상으로 높은 편이다. 문화영역 ODA는 이제 다른 분야의 부수적인 영역이 아닌 ODA를 주도하는 핵심 영역이 되었다. 문화로 세계를 감동시키는 국제사회의 변화를 이끌어내는 것은 여러 사례에서도 나타난다. 국가차원에서 진행되는 문화영역 ODA는 이제 지역차원, 민간차원에서도 함께 추진해야할 필요가 있다. 

지난 2017년 ‘국제문화교류진흥법’이 제정되어 문화를 명시한 활동기반이 마련되었다. 이 법이 중요한 것은 ODA의 법적 근거가 국제개발협력 관련법에 근거하고 있기 때문에 문화영역을 확장할 수 있는 근거가 약했다. 하지만 국제문화교류진흥법은 활동의 근거를 명확하게 제시하고 있어 문화영역 ODA도 활발하게 추진할 수 있는 기대감을 준다. 전라북도의 경우, 국제교류와 관련한 조례는 ‘전라북도 국제교류협력 증진에 관한 조례’가 2004년 제정되었다.

중앙정부와 마찬가지로 다양한 분야를 국제협력으로 아우르고 있어 문화영역의 독자성을 확보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다. 현재 전라북도는 조례를 기반으로 우호자매결연을 3개국 8개 도시와 맺고 협력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조례를 통해 8개 지원 사업을 명시하고 있지만 문화영역 ODA 활동에 대한 구체적인 사업내용과 성과는 드러나지 않는다.

이제부터 전북의 성장 동력인 문화를 기반으로 국제도시로 발돋움할 수 있는 문화영역 ODA를 본격화해야 한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단계별 ODA 전략 마련이 시급하고, 문화영역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수립이 진행되어야 한다. 또한 전북형 문화 ODA 모델을 개발해야한다.

전라북도는 전통과 현대를 아우르는 예술과 문화예술교육 등 예술을 기반으로 한 활동이 높은 수준으로 평가받고 있다. 예술가들의 활동 무대를 확장한다는 것과 예술을 매개로 한 포용을 실현한다는 차원에서 선도적인 문화영역 ODA의 모델 개발은 관련부서 뿐만이 아니라 여러 기관과 부서가 함께 협력해야할 일이다.

우선 선행과제로는 ODA의 현황파악과 연계 가능한 기존사업의 분석이 진행되어야 하고, 이를 수행할 인력의 규모 파악, 추진협의회 운영이 요구된다. 2019년 전라북도는 전북인의 자존감을 높이는 대도약의 첫 발을 내딛었다. 전북형 문화영역 ODA 시작으로 세계를 움직이는 중심이 되길 바란다. 

/구혜경 전북문화관광재단 정책기획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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