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일이다.

2차선 도로에 차량 한 대가 차선 하나를 가로막은 채 주차돼 있어 양방향 차량들이 모두 정체돼 있었다.

보다 못해 한 남성이 나서 주차정리를 하려고 하자 부인인 듯한 여성이 “여보 가만히 있어. 자기가 왜 나서 그냥 이리와”하는 소리가 들렸다.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이 남성은 주차 정리를 했고, 부인은 서너 차례 더 이 말을 신경질적으로 반복했다.

어느 정도 차량 소통이 원활해 진 뒤 남성은 부인 곁으로 와서 화를 버럭 냈다.

부인도 화가 났는지 반박했고 갑작스럽게 부부싸움으로 이어지는 듯 했다.

부인은 우리 차도 아닌데 왜 우리가 신경을 써야 하느냐, 차주가 알아서 할 일이지 당신이 차주인 이냐고 따졌고, 남편은 차 한 대 때문에 여러 사람이 피해를 보고 있는 데 누구라도 나서서 정리를 해야지 보고만 있느냐고 화를 냈다.

부인은 그게 왜 당신이냐는 것이었다.

세상이 험한데 그러다 괜히 주차 시비라도 나고 그러면 어쩌려고 그러냐는 것이었다.

손해 볼일은 절대 하지 말자는 것이었다.

부인은 잘못 주차된 차와 욕먹을 차주만을 생각했지만, 남편은 혼잡한 교통으로 불편해할 사람들의 안타까움을 먼저 본 것은 아닐까라는 나름의 해석을 해봤다.

현상을 바라보는 두 사람의 시각의 차는 이렇게 다르다.

누군가에게는 나서서는 안 될 일이지만,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도움의 손길이 필요한 순간은 아닐까? 나서서는 안 되는 일이라고 생각하는 이들의 마음 속 저변에는 사실 “내 일이 아니다”는 생각, “나만 아니면 괜찮다”는 생각이 짙게 깔려 있는 경우가 다반사다.

9.11 테러 당시 한 사람의 목숨이라도 더 살려보겠다며 무너져 가는 건물 안으로 자진해 뛰어 들어간 소방관들이 있었고, 그들 중 343명이 목숨을 잃었다.

누군가에게는 절대 가서는 안 되는 곳이지만, 소방관들에게 달려가야 하는 곳이었던 것이다.

반면, 아이들과 승객을 버리고 배를 탈출한 선장도 있다.

선장을 구조한 뒤 침몰 전까지 승객들을 구하러 배 안으로 들어간 정부 소속 구조대원이 단 한명도 없었다는 점에서 세월호 사건은 세계 재난사에 기록될 법한 사건이기도 하다.

더 가관인 것은 세월호 유가족들을 좌파로 매도하고, 또 “시체장사 그만하라” 조롱하는 이들도 있다.

인류애에 기반을 둔 보편적 슬픔을 잃어버린 반인간적 언사들이 쏟아진 배경에는 내가 겪은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전혀 역지사지가 되지 않는 것이다.

절대 나의 일, 내 자녀에게는 벌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 때문은 아닐까? 결국 “나만 아니면 괜찮아”라는 생각은 이런 패륜적 생각을 가져오는 무서운 씨앗은 아닐까? 임실군 신덕면 일대에 들어서는 토양오염시설.

혹 “나만 아니면 괜찮다”는 생각에서 비롯된 행정은 아닐지 우려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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