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객에 폭행 당한 뒤 숨져
인사혁신처 "외상에 의한
동맥류파열 아냐"··· 유족급여
지급요건 충족 안돼 불승인

지난해 4월 취객으로부터 폭행을 당한 뒤 숨진 익산소방서 고 강연희 소방경의 ‘위험직무순직’이 부결됐다.

19일 전북소방본부 등에 따르면 인사혁신처는 지난 15일 공무원재해보상심의회의를 열어 강 소방경의 유족이 청구한 위험직무순직 유족급여 지급을 불승인했다.

인사혁신처는 강 소방경이 취객을 이송하는 과정에서 폭언과 폭행을 당했고 이후 뇌동맥 출혈로 쓰러져 사망에 이른 사실은 확인되나, 공무원 재해보상법에서 정한 위험직무순직 요건에는 충족하지 않는다고 결정했다.

인사혁신처는 결정의 근거로 '폭행 장면 동영상을 확인한 결과 외상에 의한 동맥류의 파열은 아니며, 감정 변화로 혈압이 올라 뇌동맥류 파열을 촉발할 수는 있으나 직접적인 증명은 불가능하다'는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의 감정 결과를 들었다.

이를 두고 강 소방경의 활동은 물론 소방 구급대원이라는 직무 자체를 위험직무가 아니라고 해석한다는 건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관련법에서 소방공무원의 직무 자체를 위험직군으로 보고 있으면서도 이를 인정하지 않는다는 사실 자체에 모순이 있다는 시각이다.

위험직무순직은 공무원이 위험을 무릅쓰고 직무를 수행하다 사망한 경우 그 유족에 대한 보상을 강화해 유족의 생활 안정을 도모함으로써 위험직무를 수행하는 공무원이 안심하고 직무에 전념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하기 위해 만들어진 제도다.

생명과 신체에 대한 고도의 위험 직무를 수행하다가 재해를 입고 그 재해가 직접적인 원인이 돼 사망한 공무원은 이 위험직무순직 공무원으로 인정된다.

소방공무원의 경우 관련 법인 ‘공무원 재해보상법’에서 재난ㆍ재해 현장에서의 화재진압, 인명구조ㆍ구급작업 또는 이를 위한 지원활동(그 업무수행을 위한 긴급한 출동ㆍ복귀 및 부수활동을 포함한다)이나 위험 제거를 위한 생활안전활동 등을 수행하다 숨졌을 때 인정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공무원 재해보상법에 따라 위험직무순직은 순직보다 많은 유족연금과 보상금을 받는다.

인사혁신처 관계자는 "기존 위험직무순직이 인정된 사례를 보면 경찰관이 범인을 제압하는 과정에서 흉기에 찔려 숨지거나, 익수자를 구조하던 소방정이 뒤집혀 그 안에 타고 있던 소방관이 순직한 경우 등이었다"며 "이번 사례는 기존과 다르게 폭행과 사망의 인과를 직접 연계하기에 곤란한 측면이 많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위험직무순직 유족급여 지급을 결정하는 회의에는 의료인과 법조인, 공무원 등 관련 전문가가 다수 참여했고 유관기관의 자문도 충분히 검토했다"고 덧붙였다.

익산소방서 인화119안전센터 소속이었던 고 강연희 소방경은 지난해 4월 2일 술에 취해 쓰러져 있는 윤모씨를 구급차량으로 이송하는 과정에서 폭언과 함께 머리를 5~6차례 가격당했다.

이후 고 강 소방경은 심한 어지러움증과 두통을 겪어 병원치료를 받던 중 24일 의식을 잃고 쓰러져 결국 5월 1일 오전 5시 9분께 숨을 거뒀다.

공무원연금관리공단은 지난해 8월 공무원급여심의회의를 열어 '고인은 업무수행 중 해당 사건으로 극심한 충격과 스트레스를 받았고 이로 인해 지병인 뇌동맥류가 악화한 것으로 보인다'며 강 소방경의 순직을 인정했다.

/윤홍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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