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항로 진안군수 법정구속 시킨 스모킹건은

선거구민에 홍삼세트 돌려
징역 1년··· 무죄주장 했지만
채팅방 대화내용 구체적
신뢰성 높아··· 李 "난 억울"

전주지방법원은 지난 15일 지난 2017년 설과 추석을 앞두고 시가 7만원 상당의 홍삼 제품 수백개를 선거구민에게 나눠준 혐의 기소된 이 군수에게 징역 1년을 선고하고 진안군청 공무원 등 이미 구속된 공범 4명에게 징역 8개월에서 징역 1년 2개월을 각각 선고했다.

이날 선고공판 전 이 군수는 법정에서 지지자들과 웃으며 악수를 하는 등 표면적으로는 무죄를 자신하는 모양새였다.

전주지법 수석 부장판사 출신으로 지역 법조계에서 신망이 두터운 이 군수의 변호인도 유죄, 더구나 법정구속은 상상도 못하는 분위기였다.

이 군수의 선고공판이 진행된 전주지법 법정은 진안에서 온 것으로 보이는 이 군수의 지지자들과 공범으로 구속된 4명의 가족.지인들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하지만 재판이 시작되고 전주지법 제2형사부 재판장 박정제 부장판사가 장장 30여 페이지가 넘는 판결문을 읽어 내려가며 이 군수 및 공범들에게 실형을 선고하고 이 군수를 법정구속시키자 법정 공기는 일순간에 얼어붙었다.

선고가 끝난 후 재판장이 이 군수에게 "구속을 통보할 곳이 어디냐?"고 묻자 이 군수는 “모르겠다”고 대답했다.

한마디로 공황상태였다.

무죄를 주장하던 이 군수에게 실형을 선고받게 하고 법정구속까지 시킨 검찰의 스모킹 건은 과연 무엇일까? 재판부의 결정적 판단 근거는 공범들의 녹음파일과 카카오톡 메시지였다.

검찰과 이 군수측은 명절 홍삼선물 세트 살포에 이 군수의 관여여부를 놓고 그동안 법정에서 치열한 공격과 방어를 펼쳤다.

그동안 이 군수는 “명절 선물을 제공하지 않았다. 진안은 작은 시골 동네로 소문이 빨리 퍼진다. 시골마을 정서상 일부 주민들에게만 명절선물을 돌린다는 것은 상식에도 맞지 않는다. 선물을 받은 사람이 단 한명도 없는 실체가 없는 사건으로 무죄”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공범들이 수년간에 걸쳐 한 녹음파일과 카카오톡 단체채팅방의 대화 내용이 구체적이고 자연스러워 신뢰성이 높다고 판단했다.

녹음파일과 카카오톡 메시지에는 공범들이 명절 선물을 포장·배달하는 내용과 이 군수가 공범을 만나 진안 홍삼스파 위탁운영권을 주기로 약속하는 내용, 공범들의 선물 포장 사진 등이 담겨 있었다.

재판부는 "다수의 녹음파일과 카카오톡에 담긴 신빙성 있는 진술 등을 통해 피고인들의 공모내용, 기부행위 경위, 구체적인 과정이 합리적인 의심을 배제할 수 있을 정도로 충분히 증명됐다"고 밝혔다.

또한 유죄판단의 근거로 “이 군수가 다수의 진안군민들로부터 고맙다는 인사를 받은 점, 측근으로부터 명절마다 기부행위의 구체적인 실행과정을 보고받고 격려했던 것으로 보이는 점, 이 사건 기부행위를 대가로 측근들에게 진안 홍삼스파의 위탁운영권과 같은 이권을 줄 것 같은 태도를 보였던 점, 수사가 시작되자 측근들을 회유하려고 한 점 등”을 조목조목 제시했다.

선고가 끝난 후 재판장의 소감을 묻는 질문에 이 군수는 "현직 군수로서 도주와 증거 인멸의 우려가 없다. 군민을 위해 봉사할 기회를 달라"고 말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전주교도소로 가는 호송차 앞에서 이 군수는 “억울합니다”라며 하늘을 바라봤다.

/사회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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