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은 민족의 정신이요. 글은 민족의 생명입니다.”

영화 ‘말모이’ 대사 중 일부다.

민족말살정책으로 우리말을 지우려 했던 일제 강점기, 모든 학교에서 한글을 사용하지 못하게 했다.

이 시기는 민족말살정책이 극에 달한 시점으로 창씨개명을 강요당했고 학교에서 우리말을 쓰는 것만으로 가혹한 체벌이 가해졌다.

이 영화는 최초의 우리말 사전을 편찬하기 위해 목숨을 걸었던 분들의 이야기다.

최근 자유한국당 국회의원이 5·18민주화 운동 폄훼 망언으로 국민적 공분을 사고 있다.

같은 당 홍준표 전 대표 역시 남북정상회담을 ‘위장 평화쇼’라며 국민의 정서에 역행하는 막말을 했다.

그런가하면 청년최고위원에 출마한 김준교씨는 ‘문재인을 민족 반역자로 처단해야 한다’며 원색적인 막말 가짜뉴스를 내뱉었다.

1940년대 일제 강점기, 우리글에 대한 위기의식을 느낀 국어학자들은 한글을 지키기 위해 목숨 걸고 ‘말모이’ 사전을 만들었다.

반면 2019년 대한민국 일부 국회의원과 정치인들은 목숨 걸고 지켜낸 우리의 얼, 한글을 막말로 깎아내리고 있다.

최근 정치적 폭언이 도를 넘었다.

막말을 하는 사람도 국회의원, 판·검사, 익명의 네티즌까지 다양하다.

이 가운데 정치인의 막말이 가장 큰 파장을 일으킨다.

무엇보다 정치적 폭언은 인터넷이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가 확대되면서 사회에 큰 영향력을 발휘한다.

정치인은 이른바 스펙이 보통사람들보다 높다.

유권자들은 이 때문에 이들에게 높은 도덕 수준을 요구한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정치인들은 일반적으로 상상할 수 없는 막말을 한다.

전문가들은 이를 두고 자신을 알리기 위한 수단으로 막말을 선택한다고 진단한다.

고의적 구설수를 이용해 인지도를 높이는 마케팅 기법인 ‘노이즈 마케팅’과 유사하다는 것이다.

영국 대처 수상의 아버지는 그 딸에게 늘 해주던 말이 있었다고 한다.

“생각을 조심해라 말이 된다. 말을 조심해라 행동이 된다. 행동을 조심해라 습관이 된다. 습관을 조심해라 성격이 된다. 성격을 조심해라 운명이 된다.”

우리는 생각하는 대로 된다.

생각이 말이 되고, 행동이 되고, 습관이 되고, 성격이 되고, 결국 운명이 된다.

옛 선인들은 인재 판단 기준으로 ‘신언서판’을 들었다.

용모, 언술, 필체와 문장, 사리분별 가운데 ‘언’은 논리적인 언변을 의미했을 것이다.

그런데 우리 사회의 최고 지도층이라는 국회의원, 정치인들이 입만 열면 상대방을 비방하거나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막말을 서슴지 않는다.

말 한마디의 힘은 위대하다.

절망에 빠지거나 슬픔을 당한 사람에게 희망과 위로가 된다.

에디슨은 초등학교 입학 3개월 만에 퇴학당했으나 그의 어머니는 학교에서 쫓겨난 아들을 오히려 격려했다.

그 결과 아들을 세계적인 발명가로 키워냈다.

남북전쟁을 승리로 이끈 링컨.

그는 정치신인 시절, 두 얼굴을 가진 사람이라는 막말로 비난 받았다.

링컨은 “저도 두 얼굴을 가졌으면 좋겠습니다. 오죽하면 이 얼굴로 다니겠습니까?”라고 재치 있게 응수했다.

링컨은 상대방의 막말을 받아쳐 부족한 부분을 오히려 장점으로 승화시키고 서민 이미지를 굳히는 동시에 대중에게 환호를 받았다고 한다.

말은 상대방에게 자기의 의사를 전달하는데 목적이 있다.

상대방의 인격을 존중하면서 얼마든지 자신의 생각을 어필할 수 있다.

그것이 정치다.

영화 말모이의 마지막 자막에서 피식민지 언어가 지켜진 나라는 한국뿐이라고 한다.

우리말과 글이 어떻게 역사의 소용돌이 속에서 살아남았는지 소중한 유산 우리말이 정치인들의 막말에 의해 퇴색되지 않기를 간절히 빈다.

/송성환 전북도의회 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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