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교육청 25개교서 친일인사
김성태-이홍렬 등 제작 교가
'00학도'등 제국주의 표현
담겨··· 친일교가 개선 추진

전북지역 25곳이 넘는 학교에서 친일 인사로 분류된 작곡·작사가가 만든 ‘교가’가 교육현장에서 버젓이 사용되는 것으로 나타나 충격을 던져주고 있다.

특히 이 교가에는 군가 또는 엔까풍의 음원과 가사 내용도 일제 제국주의 문화의 잔재가 희석돼 있어 조속히 개선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25일 전북도교육청에 따르면 올해 3·1운동과 대한민국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맞는 기념비적인 상황에서 전북교육청과 전북중등음악교육연구회가 지난해부터 도내 모든 초·중·고교의 교가를 수집·분석하는 작업을 진행해 온 결과, 모두 25개교가 친일인사들이 만들었던 군가풍의 교가를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처럼 교육현장에서 일제 잔재 문화가 남은 것으로 파악된 학교는 초등학교 5곳, 중학교 20곳이다.

친일인명사전에 수록된 김성태와 이홍렬이 각각 8곳으로 가장 많았고, 김동진이 6곳, 현제명이 2곳, 김기수가 1곳의 교가를 작사 혹은 작곡했다.

이들 교가를 살펴보면 '조국에 바쳐', '○○학도', '이 목숨 다하도록' 등 일제 제국주의와 관련된 표현이 적나라하게 담겨 있다.

또 친일 작곡가 제자들이 만든 교가도 역시 적지 않았고, 1950년대 이전에 개교한 학교 중에 일본 군가풍, 엔카 풍 교가도 상당하다는 게 도교육청의 설명이다.

도교육청은 이 같은 도내 학교 교가에 대한 추가 분석이 이뤄질 경우 이보다 더 많은 숫자가 나올 것으로 전망했다.

이런 상황에서 도교육청은 추경 예산 등을 확보해 전북중등음악연구회를 주축으로 친일 교가 개선 작업을 적극 추진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전북중등음악연구회는 친일 작곡가 등이 만든 교가를 사용중인 25개교 중 희망학교를 대상으로 작곡·편곡 등을 지원해 나갈 방침이다.

또한 가사 내용 중 ‘역군, 학도, 건아, 용맹’ 등 현재의 교육방향이나 시대정신에 동떨어진 내용들은 학교 구성원들과의 협의를 거쳐 개선해 나갈 계획이다.

이와 함께 올바른 역사 인식을 위해 학생·교사들의 역사교육도 강화한다.

러시아 연해주 지역의 독립운동 유적지를 탐방하는 ‘사제동행 국회 역사체험학교’, ‘동학농민혁명 유적지 답사’, ‘역사 인문학 캠프’ 등 학생 참여 중심의 역사교육이 전개된다.

게다가 ‘초등 역사수업 디자인 연수’, ‘역사교육 지원을 위한 특강’, ‘초‧중등 역사 교과서 보조교재 활용 연수’ 등 역사교원의 전문성 신장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도 진행된다.

아울러 초등 사회(역사) 보조교재 편찬과 중등 역사교과서 보조교재 활용을 통해 학생들이 친근감 있고 흥미를 느끼는 역사교육을 실현한다는 계획이다.

도교육청 관계자는 “전북교육청은 올바른 역사인식 교육을 꾸준히 진행해온 만큼 이벤트성 행사보다는 3·1운동의 역사적 의미를 교육과정 안에서 녹여내고자 한다”면서 “민주·인권·평화의 가치를 담은 역사 교육을 통해 건전한 역사관과 국가관을 갖춘 민주시민으로 육성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정병창기자 woojuch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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