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무렵, ‘된 장녀’라는 신조어가 널리 회자 되었다.

주로 허영적 소비를 즐기는 여성들을 비하하는 말로 인터넷을 통해 급속도로 확산 되었다.

당시 어느 주간지에서 스타벅스 카페를 자주 이용하는 여성들에게 '왜 스타벅스를 찾는가?' 라는 인터뷰를 한데서 생긴 말이라 했다.

‘'미국 문화를 즐기러 온다'고 대답한 한 여성의 사연을 두고 '점심은 분식집에서 3~4천원짜리 된장찌개를 먹으면서 커피는 5천원짜리를 마셔야 되냐'는 식으로 조롱하면서 ‘된장녀’ 라는 신조어가 시작되었다고 한다.

이 때부터 ‘된장녀’는 여성 허영심의 사회적 대명사로 쓰였다.

이후 ‘된장녀’는 자신의 소득 수준에 걸맞지 않는 명품 등 사치를 일삼는 여성을 비하하며 부정적인 여성상으로 확대 재생산 되었다.

사실 '된장녀'라는 말의 어원에 대해서는 ‘스타벅스 설’ 말고도 설왕설래가 많다.

‘젠장’ 이라는 상스런 감탄사가 변했다는 설과, ‘똥인지 된장인지 분간을 못하는’ 개념 없는 여성을 비난하는 말이라는 등 그 발원지 또한 모호 하였다.

‘된장녀’라는 발원 스토리가 무엇이든지 간에 당사자인 ‘된장’으로서 몹시 불편하고 억울한 신조어임에 틀림없다.

된장의 선조는 메주다.

그렇잖아도 ‘메주 같은’ 이라는 표현으로 족보를 능멸하는 수모를 당하고 있는 터에 ‘된장녀’라는 신조어까지 등장하여 욕보이고 있으니 울화가 치밀 일이다.

된장은 우리 음식문화의 뿌리다.

또한 선조들의 지혜가 돋보이는 전통 건강 발효식품으로, 우리 식탁에서 빼놓을 수 없는 자연 조미료다.

된장은 영양 가치가 높은 콩에 발효과정이 더해져 영양적으로 훌륭한 단백질 공급원이다.

집안이 망하려면 장맛부터 변한다고 했다.

한 집안의 흥망을 가늠할 정도로 중요했던 장맛.

콩이 발효되면서 만들어지는 장맛이야말로 한국 음식의 맛을 내는 근원이다.

우리나라 맛의 근원이 되는 장은 모두 메주가 그 조상이다.

한 고을의 정치는 술 맛으로 알고, 한 집안의 사정은 장맛으로 안다’ 고 했다.

우리에게 된장은 그 집 음식 맛을 가름하는 시금석이나 다름없다.

비록 메주가 ‘못생김’의 대명사요, ‘된 장녀’가 허영심의 신조어지만 된장은 발효과학의 명작이다.

된장에게는 ‘오심(五心)’이라는 작위도 주어졌다.

즉, 다른 재료의 맛을 돋우며 제 맛을 잃지 않는 단심(丹心), 아무리 오래 되어도 맛이 변하지 않는 항심(恒心), 비린내와 기름기를 없애는 불심(佛心), 매운 맛을 부드럽게 다스려 주는 선심(善心), 어떤 요리와도 잘 어울리는 조화의 미덕이자 한식의 뿌리로서 화심(和心)이 그것이다.

이서군 감독의 ‘된장’이라는 영화는 연쇄 살인범이 사형을 앞두고 ‘그 된장이 먹고 싶다’ 는 말을 하며 시작된다.

'대체 된장이 어떤 맛이기에 죽기 직전에도 먹고 싶다고 말한 것일까?' 된장을 우리 민족의 정서와 떼어놓고는 답을 얻을 수 없을 것이다.

우리 조상들은 ‘장 담그는 날’을 길일로 잡아 장을 담갔다.

이후 45~60일 사이에 장 가르기를 한다.

이 동안에도 맛있는 된장과 간장을 기원하며 매일 매일 장독 항아리를 닦아줬다.

그 정성이란 최고의 된장 맛을 만들어 내기 위한 신기(神技)의 다름 아니다.

우리의 된장은 천, 지, 인 3박자의 조화에서 나온다.

비와 바람과 햇살에서, 땅의 산물인 콩과 소금에서, 사람의 손끝에서 최고의 장맛이 탄생한다.

더 이상 ‘메주 같은 놈’이라 비웃지 마라.

아무리 눈에 거슬리는 '허영녀'이기로서니 함부로 ‘된장’라는 이름을 허투루 붙이지 마라.

된장은 명실상부한 한국 음식의 힘의 원천이자 ‘은근과 끈기’로 대표되는 우리 민족 정서의 보고다.

된장은 음력 정월 된장이 최고라 했다.

지금이 ‘닥된’ 의 적기다.

된 장녀고 뭐고, 닥치고 된장이나 담글 때다.

/음식컬럼니스트 / 방송인/ 서향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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