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천-운동장 등 인적없어
공기청정기-청소기 구매↑
기침소리-목 통증 호소 일상
유동인구 줄어 상인들 울상

# 6일 오후 찾은 전주 삼천변.

걷기운동을 하거나 삼삼오오 산책하는 사람들로 붐볐던 곳이 뿌연 공기질로 인해 인적이 끊겼다.

연일 이어지는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가 내려지자 바뀌어버린 전주 풍경이다.


# 같은날 전주 덕진구의 한 초등학교.

방과 후 아이들이 뛰놀아야 할 운동장은 텅 비었다.

학교 앞은 아이들을 태우고 가려는 학원 승합차와 픽업하기 위해 대기하고 있는 부모들의 승용차만 붐비고 있었다.

아이들은 모두 마스크를 착용한 채 서둘러 차에 오르고 있었다.

일상화된 미세먼지가 삶의 풍경을 바꿔놓고 있다.

스마트폰에서는 붉은 글씨의 ‘미세먼지 재난’ 경보음이 연일 울려대고 있다.

요즘 일기예보에서 미세먼지는 빼놓을 수 없는 콘텐츠다.

‘삼한사미(三寒四微)’라는 신조어도 등장했다.

겨울에 사흘은 춥고 나흘은 미세먼지라는 서글픈 현실을 반영하는 말이다.

전주 혁신도시에 사는 김명숙씨(49.여)는 방마다 공기청정기를 두고, 건조기로 빨래를 말리며 미세먼지를 유발하는 가스레인지를 철거하고 유해물질이 적게 배출되는 전기레인지를 설치했다.

이들 가전제품을 사는데 상당한 비용을 지출했지만 건강을 위한 고육지책이다.

김씨는 “버석거리는 미세먼지 때문에 청소를 더욱 자주해야할 형편이어서 무선청소기 구입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제 미세먼지는 삶의 일부가 됐고 살기 위해서는 적응해야 할 판이라는 푸념도 나온다.

콜록거리는 기침소리와 목의 통증도 일상이다.

모래바람으로 인해 살수 없게 된 지구를 대체할 행성을 찾는다는 내용의 영화 인터스텔라가 현실화되고 있다.

전주 대형마트 가전판매 관계자는 "대기 질 악화가 일상화된 환경이고, 삶의 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짐에 따라 건강가전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며 "공기청정기가 대표적인 상품이고 건조기와 의류관리기, 전기레인지, 무선청소기 등에 대한 판매가 늘어났다“고 밝혔다.

미세먼지가 가져온 가장 큰 변화는 거리에서 사람들이 줄어든 것이다.

관광객들로 붐볐던 전주한옥마을도 거리를 오가는 사람들이 많이 감소했다.

이곳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김모씨(46)는 “관광객들이 줄었다는 게 피부로 느껴지지는 않지만 미세먼지로 인해 사람들이 야외활동을 자제하면 매출에 타격이 있을까 우려되는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미세먼지는 유동인구를 줄이고, 줄어든 유동인구는 상인들의 매출에 직격탄을 날린다.

가뜩이나 경기 부진이 장기화되고 있는 마당에 거리를 오가는 사람들까지 줄어들면서 시장 상인들은 힘든 시절을 보내고 있다.

전주남부시장에서 야채를 팔고 있는 장모씨(62)는 “재래시장 상인들만 죽어라 죽어라 하는것 같다.

하다하다 이제 미세먼지까지 장사에 방해를 놓고 있다”며 한탄했다.

미세먼지는 1995년에 환경행정 부문에서 법적인 용어로 지정되며 규제되기 시작했다.

그전에도 대기중에 떠다니는 먼지, 분진 등을 설명하는 총부유분진(TSP, Total Suspended Particulates)을 규제하긴 했으나 총부유분진 중에서도 우리 몸이 스스로 걸러 내거나 배출할 수 없어 인체에 실질적인 피해를 입히는 것들에 집중하기 위해 구체화된 개념이 미세먼지.

미세먼지는 입자의 크기에 따라 지름이 10㎛보다 작은 미세먼지(PM10)와 지름이 2.5㎛보다 작은 초미세먼지(PM2.5)로 구분된다.

WHO(세계보건기구)가 권고하는 초미세먼지 농도는 연평균 10㎍/㎥인데 우리나라의 초미세먼지 농도는 전국 대부분 지방에서 기준치를 상회하고 있는 실정이다.

/윤홍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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