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첫 예고 올해 전면
수입농약 차단-안전성 확보
견과-열대과일류 우선적용
직권등록 2021년까지 추진

판매상 재고 부담 주문꺼려
PLS관련 인력 부족 문제도
약제 혼용-항공방제-살포기
주변농가 피해로 잔류기준
매뉴얼 개정-홍보등 대책을

도농업기술원 대응-보완 등
작물재배체계-컨설팅 지원
영세-고령농 맞춤형 교육
농업인 불법농약 인식개선
사후관리-후속대책 중요

올해부터 농약허용물질목록관리제도(PLS : Positive List System)가 전면적으로 확대 시행에 들어갔다.

PLS는 잔류 허용 기준이 설정된 농약 이외의 성분이 허용기준을 초과해 검출되면 부적합 대상으로 처벌되는 엄격한 제도다.

기준이 정해지지 않은 농약은 일률적으로 허용치를 0.01ppm으로 적용하는 것이 핵심이다.

정부는 제도 시행에 국민 먹거리 안전성을 최우선으로 꼽았다.

대책도 마련했다.

하지만 농업인이나 농약판매상들은 아직도 PLS 확대 시행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다.

경칩이 지나고 서서히 농사 준비에 나서는 농민들이 늘어나고 있다.

이제는 확대 시행된 PLS를 어떻게 지혜롭게 풀어가야 할지를 고민해야 할 때다.

농민과 농약판매상들의 이야기를 들어보고 더욱 견고한 PLS 시행을 모색해 본다.
/편집자주  


▲PLS 확대 시행과 농민 체감도는? 

# 농민 1 “우리나라 사람들의 먹을거리 건강을 지켜준다는 점에서 농약 사용 기준을 정해놓고 시행에 들어간 것은 잘한 일이죠.

하지만 농민들이 농약을 살 때 불편한 점은 한 두 가지가 아니예요.

불안하고 걱정도 되고요… 농작물에 남아있는 농약을 검사해 부적합 판정을 받으면 당장 농작물을 폐기해야 한다니 말이죠.

이미 시작된 제도지만 보완을 더 철저히 해서 농민들의 불안감을 해소시켜 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농민 2 “저희 같은 농민들이 농약을 제대로 알고 사용할 수 있도록 등록을 많이 해줘야 해요.

사용에 불편을 느끼지 않고 더 많이 쓸 수 있게 해줘야 한다는 말이죠.

예전에는 등록이 안됐어도 여러 작물에 사용하는게 가능했지만 이제는 정해진 농약만 쓰라고 하잖아요.

잘 모르고 등록이 안된 농약을 쓰려고 하니까 약을 사다놓고도 다른 약을 또 사야 하는 부담이 따르고 그래서 농가들이 제일 큰 피해자라는 생각만 드네요”올해 초 PLS가 확대 시행된 이후 남원지역에서 만난 농민들의 하소연이다.

전주시내 몇몇 농약상들을 찾아가 판매 현장에서 느끼는 애로점도 들어봤다.


# 농약판매상 1 “정부에서 시행하는 PLS법과 판매상이나 농가에 적용하는 PLS법은 너무 먼 이야기 입니다.

일반 농민들에게 PLS가 뭐냐고 묻는다면 얼마나 알 수 있겠습니까? PLS는 국민들 먹거리를 위해서 엄청나게 좋은 법입니다.

그런데 농약 사러 온 농민에게는 그렇지 못합니다.

저희같은 판매상들도 우선 농약을 사러 온 농민에게 신분증을 제시하라고 요청해야 합니다.

농약 하나 사면서 신분증까지 제시하라면 농민들이 제시하겠습니까? 그런데 농민들이 고추밭에 사용하기 위해 농약을 사 가더라도 다른 작물에 농약을 뿌렸을 때 문제가 될 수 있기 때문에 신분증은 받아야 합니다.

이런 문제점 하나만 보더라도 정부에서 하는 것과 저희가 느끼는 것은 차이가 많습니다” # 농약판매상 2 농민들은 그동안 한 두가지 품목의 농약만 사가면 됐지만 지금은 다섯가지 여섯가지를 사가야 합니다.

판매상들도 품목을 많이 구비해놓고 장사를 해야 합니다.

옛날에는 100가지를 판매했다면 올해부터는 200가지 300가지 농약품목을 놓고 판매해야 합니다.

작물마다 농약품목이 정해져 있으니까 개별 작목에 개별 농약을 사거나 판매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는 것이죠.

그 동안은 한 가지 농약으로 여러 작목에 약을 칠 수 있었는데, 지금은 함께 약을 치다가 문제가 발생하면 꼼짝없이 물어줘야 합니다.

신분증 받고 싸인 받지 않는 이상은 물어줘야 한다는 말이죠.

게다가 홍보가 제대로 안돼 있는 것도 문제점 가운데 하나입니다” 이처럼 농민과 농약판매상들의 이야기는 너무나 다양했다.

국민건강권을 지키는 것이 중차대한 문제인 만큼 정부는 농업계의 고충도 함께 고민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PLS의 시작과 확대 시행  

PLS 시행은 지난 2011년 최초로 예고됐다.

이후 올들어 PLS의 전면적인 확대 시행에 들어갔다.

수입식품의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는 식품에 대한 안전성이 입증되지 않은 농약의 사용이 많을 수 밖에 없다.

이 때문에 정부는 입증되지 않은 농약의 국내 유입을 사전 차단하고 안전한 농산물을 소비자에게 제공하기 위해 PLS 도입을 추진해 왔다.

이후 지난 2016년 12월 견과종실류와 열대과일류에 이 제도가 우선 적용됐다.

이 때부터 견과종실류(밤, 호두, 참깨, 커피원두 등)와 열대 과일류(바나나, 키위, 망고, 아보카도 등)에 대해 우선 실시한 뒤 계도기간을 거쳐 올해부터는 모든 농산물을 대상으로 확대 시행하게 됐다.

이 과정에서 정부는 국민 먹거리의 안전성을 이야기 했고, 농업계는 많은 부작용을 들어 시행 유예를 주장했다.

정부는 PLS 도입 배경에 대해 농산물 생산과 수입 단계부터 위해성이 검증되지 않은 농약을 엄격히 관리해 국민 먹거리 안전성을 높이기 위해서라는 입장을 폈다.

그 동안 제기된 사용 가능한 농약 부족 문제와 농약 비산(날아서 흩어짐)에 따른 비의도적 혼입 문제 등을 개선하기 위해 노력해 온 것도 사실이다.

농약의 추가 등록과 안전기준도 마련했다.

안전성 확보를 위해 지난해 농약잔류허용 기준에 맞도록 농약을 추가로 등록했다.

추가로 등록한 농약은 직권등록, 잠정등록, 농약회사 신청등록 방식으로 이루어졌다.

직권등록은 농업현장에서는 필요한 농약이지만 농약회사가 등록을 신청하지 않은 경우 정부가 직접 사용가능 농약으로 등록하는 것을 말한다.

이 같은 직권 등록에도 등록농약이 부족한 작물에 대해서는 한시적으로 사용 가능한 농약의 안전사용 기준을 마련했다.

이와 함께 정부는 지난해 10월 농약관리법 시행령을 개정했고 이 잠정기준을 향후 2021년 12월 31일까지 적용할 예정이다.

이 기간 동안 추가로 직권등록 등을 통해 정식 등록 농약으로 전환을 추진할 계획이다.

하지만 PLS의 전면시행이 이미 지난 2011년에 예고된 상황인데도 사용가능 농약의 추가 등록 등과 같은 대책 추진이 지난 한 해에만 집중되면서 현장 혼란은 여전하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PLS 대책 중 핵심사업이라고 할 수 있는 농약 등록사업에 필요한 예산을 사전에 충분히 확보하지 못한 점도 문제점으로 드러났다.

보다 철저한 준비가 요구되는 대목이다.

▲몇가지 문제점과 해소 방안들  

농약 제조업체들 대부분은 영농철에 앞서 필요한 농약을 공급하기 위해 농약판매상 등 거래처로부터 조기주문을 받는다.

하지만 연초부터 PLS가 확대 시행되면서 재고 부담을 걱정하는 판매상들의 농약 조기 주문량이 줄어드는 경향을 나타냈다.

농민들의 수요를 파악하는데도 많은 어려움이 따른다는 지적이다.

언제 어떤 약제를 사용할지 예측하기 어렵다는 것인데 판매상들이 주문을 미루고 있는 원인이되고 있다.

이 때문에 정부가 PLS 특별대응팀을 만들어 현장의 혼란에 즉각 대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정부는 대안으로 작물·약제별 안전사용기준을 ‘농사로(www.nongsaro.go.kr)’와 ‘농약정보서비스(pis.rda.go.kr)’ 홈페이지를 통해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도록 했다.

농산물품질관리원의 PLS 담당 인력 부족 문제도 제기되고 있다.

PLS 관련 현장 점검과 교육 등의 실무를 총괄하는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의 경우 전담부서가 없는 상태다.

관련업무를 담당하는 인력 부족도 문제다.

PLS 교육과 지도를 담당하는데 적합한 시·군 농업기술센터 운영 관할이 시·군으로 이관되면서 중앙에서 관련 업무를 추진하려면 지자체의 협조를 구해야 하는 절차를 거쳐야 한다.

이에 대해 정부는 시·군에 협조를 요청해 놓은 상태다.

농약사용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안전성 문제도 있다.

복합영농 체계에서 발생할 수 있는 약제의 혼용 문제, 항공방제나 광역살포기 사용으로 인한 주변 농가 피해 등이 걸림돌이다.

이에 대해 정부는 각종 연구를 통해 토양에 잔류하는 농약의 잔류기준을 설정하고 방제 매뉴얼 개정 등 제도 보완을 서두르고 있다.

농가 단위 컨설팅을 비롯해 찾아가는 교육, 홍보물 제작 등을 활용해 취약계층의 이해를 돕고 있다.

농업인이나 단체에 대해서는 관행적 농약 오남용 방지를 위해 안전사용기준 준수를 독려하고 있다.

이 밖에도 도매시장 경매사, 중도매인, 소비자 단체와 소통을 통해 올바른 농약사용 문화 정착에 지속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PLS 도입과 함께 우려됐던 한가지는 항공방제에 따른 비의도적 혼입 문제다.

산림청이 마련한 ‘항공방제 피해보상의 범위 및 기준’에 따르면 유인·무인항공방제에 대해 일단 새롭게 정비된 항공방제 가이드라인을 준수해야 한다.

또 가이드라인 준수에도 항공방제 과정에서 착오나 과실로 방제지역 주변 작물·과수·가축 등에 피해가 발생했을 경우 피해를 보상하도록 하고 있다.

이에 대해 산림청은 항공방제 매뉴얼을 개선하고 보상체계를 마련했다는 입장이다.


▲농산물 안전성 인정받는 장치 돼야  

올해부터 PLS가 확대 시행되자 관련 기관들도 발빠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농촌진흥청은 올 초부터 PLS 확대 시행에 따른 농업현장의 우려와 불편을 해소하기 위해 기관 간부들과 머리를 맞댔다.

도농업기술원 기술보급담당 국장들이 참석하는 업무협의회를 개최하는 등 발빠른 움직임을 보여왔다.

참석자들은 PLS 확대 시행에 따른 대응방안과 보완대책에 대해 논의하고 PLS 추진상황과 계획을 심도 있게 점검했다.

지역별로 출하량이 많은 작목, 다양한 작물을 재배하는 농가에 대한 맞춤형 작물재배체계 지원과 컨설팅을 통해 현장에 필요한 내용을 중심으로 현장지원을 강화해줄 것도 당부했다.

이처럼 PLS 확대 시행에 따른 대응과 보완책 마련에 관련 기관의 발걸음이 빨라지고 있다.

농산물 안전성 강화와 농약의 오남용을 줄이겠다는 PLS 취지에는 농민들도 대부분 공감하는 분위기다.

하지만 아무리 좋은 제도라고 해도 농민들에게 큰 부담을 주는 제도라면 환영받을 수 없을 것이다.

이 때문에 영세·고령농에 대한 맞춤형 교육을 강화하는 등 제도 정착과 농가피해를 최소화하는데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농민들도 PLS가 농산물의 안전성을 인정받는 장치가 될 수 있도록 적극 협조할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농업인들 스스로 불법 농약을 사용하지 않아야 한다는 점에 공감대 형성이 필요하다.

또한 사용이 허용된 농약도 사용 횟수와 용량, 휴약기간 등 안전한 사용기준에 맞춰 농작물을 재배하는데 동참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수입 업체는 기존 농약 잔류기준과 PLS에 위반되는 농산물이 수입되는 일이 없도록 확인 또 확인하는 노력이 요구된다.

이처럼 노령화되고 있는 농촌의 현실을 감안해 볼 때 국민 먹거리와 직결되는 농산물의 안전성 확보를 위해서는 정부와 농민, 수입 업체의 인내와 노력이 필요하다.

정부도 농산물의 안전성 확보를 위해 PLS 확대 시행을 강행한 만큼 앞으로 발생할 수 있는 혼란과 충격을 최소화하는데 적극 노력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새로운 제도 도입에 대한 사후관리도 무엇보다 중요하다.

PLS 후속대책의 문제점을 철저히 파악해 제도의 시행착오를 최대한 줄여 나가야 한다는 여론이다.

날씨가 풀리면서 농민들은 서서히 농사준비에 나서는 모습이다.

PLS가 농민 속에 안착해 먹을거리 안전을 지키는 문제는 무엇보다 중요하기 때문이다.

/이신우기자 ls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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